이미지 확대보기항소심 재판부는 계획적인 살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범행 이후 응급처치를 한 점,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는 점, 33세로 갱생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이 단체는 그러나 계획성만으로 범행의 중대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피해아동은 스스로 도망치거나 저항할 수 없는 생후 133일의 영아였다. 확인된 학대만 19차례에 이르며, 사망 당시 23곳의 골절과 뇌출혈, 복강 내 약 500cc의 출혈이 확인됐다.
피고인이 살해를 사전에 계획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러한 범행의 중대성이 감소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사건에서는 계획성뿐만 아니라 항거능력이 없는 영아에게 가해진 폭력의 강도와 반복성, 그리고 그 결과를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범행 이후의 응급처치와 반성을 유리한 사정으로 평가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망 당일 피고인은 약 18분간 피해아동을 폭행한 뒤 물에 완전히 잠긴 상태가 되도록 욕조에 방치했다. 이후 피해아동의 이상 상태를 인지하고도 약 29분이 지나서야 119에 신고하며 '아이가 물에 빠졌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러한 전체적인 경위에 비추어 보면, 자신의 행위로 생명이 위급해진 피해아동에게 한 사후적 응급처치를 유리한 사정으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단체는 피고인의 반성 역시 그 진정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도 했다. 범행 이후의 응급처치와 반성이 그 이전에 반복된 학대와 사망이라는 결과의 중대성을 희석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또 피고인의 33세 이후를 고려했다면, 해든이의 133일 이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33세로 앞으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다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피고인에게 남아 있는 삶을 고려한다면, 피해아동에게서 박탈된 삶 역시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피고인에게는 반성하고 갱생하며 살아갈 미래가 남아 있다. 반면 해든이에게는 생후 133일 이후 살아갈 수 있었던 삶 전체가 영구적으로 박탈됐다.
피고인의 갱생 가능성이 피해아동에게서 박탈된 삶의 중대성을 감소시킨다고 보기는 어렵다.
선고 과정에서 언급된 철학적 메시지에 대해 재판장은 시민들의 엄벌 탄원이 다수 제출되었음을 언급한 뒤, 명상록을 인용하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인간의 특성이고, 그 사람이 왜 그러한 잘못을 선택했는지 헤아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프리해든스는 범죄자의 갱생과 인간에 대한 이해가 형사사법의 중요한 가치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피해아동을 대신해 엄벌을 탄원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언급한 직후, 가해자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강조한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을 표했다.
시민들이 요구한 것은 가해자에 대한 증오나 복수가 아니었다.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었던 해든이를 대신해 그 범죄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달라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안전한 공동체를 위해 공동체 감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동의한다. 그러나 가장 약한 구성원을 보호하고,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아이를 대신해 책임을 요구하는 것 역시 공동체의 감각이다. 우리가 요구한 것은 복수가 아니라 책임과 정의였다.
재판부는 가해자가 왜 그러한 잘못을 선택했는지 그 사정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단체 역시 가해자의 사정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사정을 헤아린 만큼, 아무런 항거능력 없이 그 결과를 감당해야 했던 해든이의 사정 역시 그에 상응하는 무게로 헤아려져야 한다고 봤다.
"형벌은 피고인에게 남아 있는 삶만을 바라보는 판단일 수 없다. 범행의 중대성과 피해자가 영구적으로 잃어버린 것 역시 함께 바라보아야 한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무기징역이 피고인의 책임 정도와 형벌 사이의 균형을 잃을 정도로 지나치게 무거운 형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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