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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굴레를 넘는 단죄, 친족강간 공소시효의 특수성과 법리적 쟁점

2026-03-06 13: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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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진가영 기자] 친족강간 사건은 가정이라는 특수한 울타리 안에서 발생한다. 피해자가 의사 표현이 미숙한 미성년 시기에 범죄가 시작되어 장기간 지속되는 경향이 짙으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경제적·심리적 종속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성인이 된 후에야 비로소 가해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고소를 결심하는 양상을 띠는 경우가 대다수다. 예전에는 피해자가 고소를 결심해도 공소시효의 벽에 가로막혀 좌절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친족강간 및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의 공소시효가 획기적으로 연장하거나 폐지됨에 따라 시간이 오래 흐른 후에도 친족강간 사건에 형사적 잣대를 들이댈 수 있게 되었다.

친족강간 사건에서 공소시효를 계산할 때에는 사건 발생 시점과 피해자의 연령을 대조해야 한다. 현행법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중대 성범죄에 대해 일반 형사 사건의 시간적 한계를 뛰어넘는 특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는 피해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비로소 진행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시절 발생한 범죄라 할지라도 그 시점부터 시효가 흐르는 것이 아니라, 만 19세가 되는 날부터 시효가 시작함을 의미한다.

또한 DNA와 같은 과학적인 증거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추가로 10년 연장되며 13세 미만의 아동이나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강간죄는 공소시효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 피고인이 "이미 십수 년이 지난 일이라 처벌할 수 없다"고 항변하더라도, 사법부는 당시 피해자의 연령과 법 개정 시점을 면밀히 대조하여 시효의 유효성을 엄격히 판단한다. 친족 관계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피해자가 즉각 고소할 수 없었던 사정을 불가항력적 상황으로 간주하며 공소권의 유효 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추세다.

물리적 증거가 소멸한 오래된 사건일수록 재판부의 판단은 오로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수년 전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범행 장소의 구조나 가해자의 특징적인 행동, 사건 전후의 가족 내 역동을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다면 이는 강력한 유죄의 근거가 된다. 특히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 상담을 받거나 정신과 진료를 받은 기록, 즉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흔적은 범행의 실재를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간접 증거로 작용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해자 측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피해자의 허구적 주장"이라고 치부하는 대응은 부적절한 출구 전략이다. 무조건적인 부인은 오히려 반성 없는 태도로 비쳐 가중 처벌의 빌미가 될 수 있다.

로엘 법무법인 안제홍 파트너변호사는 서울서부지검, 청주지검, 대구지검 경주지청을 거친 수사 전문가로서 공소시효와 입증 책임의 상관관계에 대해 "친족강간 사건에서 시간은 더 이상 가해자의 편이 아니다. 과거 검찰에서 아동·청소년 성범죄 수사를 전담하며 확인한 바에 따르면, 수사 기법의 발달로 인해 아주 오래전의 파편화된 기억조차 심리 분석과 정황 증거의 결합을 통해 완결성 있는 증거로 재구성될 수 있다. 따라서 공소시효의 도과를 주장하는 것보다는 당시의 객관적 상황과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편이 바람직하다”라고 설명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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