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처벌법'(1998), '아동학대처벌법'(2014), '스토킹처벌법'(2021)은 비교적 최근에 제정된 법률로, 가족·친밀 관계 등 특정한 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관계성 범죄'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 법률 모두 피해자 보호와 재범 방지를 위한 '임시조치'를 핵심 수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행위자를 일정 기간 경찰관서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수용하는 '임시유치' 조치는 강력한 제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경찰관서 유치장에서의 장기 유치는 시설 환경·절차적 적법성·인권 보호 측면에서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원광대학교 고영완 교수는 학술지 <치안정책연구>에 발표한 논문 '임시조치로서의 경찰관서 유치장 유치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서 세 법의 임시유치 제도를 비교 분석하고, 현행 제도의 구조적 문제와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이미지 확대보기고영완 원광대학교 교수(2025) 연구에 따르면 경찰관서 유치장 임시유치 기간이 최대 4개월까지 가능해 구속보다 긴 신체 구속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단기 수용 전제의 경찰 유치장에서 장기 수용 시 인권침해 우려가 크다며 유치기간 단축·법률 간 기준 통일·유치 전 심문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본 이미지는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것입니다.)
■ '임시유치' 제도란... 재범 방지·피해자 보호 목적
임시유치는 재범 위험, 피해자 보호, 사건의 원활한 조사·심리를 이유로 법원이 결정하는 조치다. 세 법에서 규정하는 임시조치는 대체로 ①피해자와의 격리 ②접근금지 ③통신·접촉 금지 ④상담·치료 위탁 ⑤의료기관 위탁 ⑥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 등으로 구성된다.
실무적으로는 검사가 '재범 우려'를 이유로 청구하면 경찰서 유치장 유치가 이뤄지고, 판사가 '조사·심리 필요' 또는 '피해자 보호'를 이유로 직권 결정하면 구치소 유치가 일반적이다.
■ "임시조치인데 수개월 수용"... 법률별 유치기간 격차
현행 법률상 임시유치 기간은 법률마다 다르게 규정돼 있다.
- 스토킹처벌법: 기본 1개월 (최대 1개월)
- 가정폭력처벌법: 기본 1개월 (최대 2개월)
- 아동학대처벌법: 기본 2개월 (최대 4개월)
문제는 '임시조치'라는 명칭과 달리, 실제로는 체포·구속·감치보다 더 긴 신체 구속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정폭력처벌법은 피해자 보호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1회 연장이 가능해 최대 2개월, 아동학대처벌법은 같은 사유로 최대 4개월까지 유치가 허용된다.
같은 목적의 임시조치임에도 범죄 유형에 따라 기간이 달라지는 구조는 형사절차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논란을 낳는다는 지적이다.
■ 경찰 유치장, 장기 수용에 부적합... 인권침해 우려
원광대 고영완 교수는 경찰관서 유치장의 수용 환경이 구조적으로 장기 수용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핵심 문제로 지적했다. 경찰 유치장은 원래 10일 내외의 단기 수용을 전제로 설계된 시설이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수개월 장기 수용도 가능하다.
장기 수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는 실외 운동 공간 부재 및 일조량 부족, 위생·의료·종교 활동 환경 미비, 재활·교육 프로그램 부재로 인한 장시간 고립, 단기 수용자와의 혼용 수용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 사실상 징벌적 효과 발생 등이 꼽힌다.
논문은 "장기간 동일한 밀폐 공간에 수용될 경우 정신적 이상행동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며, 이러한 상황은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제도상 불일치도 문제... 법마다 절차 제각각
'가정폭력처벌법'(1998), '아동학대처벌법'(2014), '스토킹처벌법'(2021), 이상 세 법률은 임시유치 결정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 가정폭력처벌법: 접근금지 등 다른 임시조치를 먼저 부과한 뒤, 피의자가 해당 조치를 위반할 경우에 한해 유치 가능
- 아동학대처벌법·스토킹처벌법: 선행 조치 없이 즉시 유치 가능
같은 피해자 보호 목적의 조치임에도 법률마다 절차가 다른 것에 대해 합리적 이유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개선 방향... "유치기간 단축·제도 통일·사전 심사 필요"
논문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① 유치기간 단축 및 차등화
재범 방지·피해자 보호 목적의 임시유치는 단기 조치로 충분하다는 점에서, 경찰 유치장 유치는 최대 10일 이내로 제한하고 이후 추가 구금이 필요한 경우 구치소로 이감하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② 법률 간 임시유치 규정 통일
세 법률 간에 유치기간·절차·선행조치 규정이 제각각인 만큼, 통일된 기준으로 정비가 필요하다고 고 교수는 강조했다.
③ '유치 전 심문' 제도 도입
임시유치는 구속보다 더 긴 구금 효과를 낳을 수 있음에도, 구속 전 피의자 심문과 같은 사전 실질심사 제도가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법원이 피의자가 참석한 자리에서 직접 유치 필요성을 심사하는 '유치 전 심문' 절차 도입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 "임시조치의 본래 목적은 보호... 징벌화는 경계해야"
논문은 임시유치가 본래 피해자 보호를 위한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장기 수용과 열악한 시설 환경으로 인해 사실상 징벌적 기능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제도 개선을 뒷받침하려면 경찰 차원의 임시유치 통계 구축과 실증적 정책 분석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정폭력·아동학대·스토킹 범죄는 피해자 보호가 최우선인 영역이다. 그러나 그 보호 수단인 임시유치 제도 역시 인권 존중과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찰 유치장 중심의 장기 유치 관행 재검토, 법률 간 기준 통일, 사전 심사 제도 도입 등 제도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 미국 신시내티대학교에서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범죄 행동의 심리학, 범죄자 분류 및 위험성 평가, 효과적 교정 개입 원칙, 형사사법 종사자의 직무 스트레스·인력 유지·조직행동,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