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 참을 만큼 참았다... '황혼이혼'의 기폭제 된 명절
최근 명절이혼의 두드러진 특징은 수십 년을 참고 살아온 60대 이상 부부의 '황혼이혼'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5~2019년 데이터 분석 결과 설 연휴 직후인 3~5월의 이혼 건수는 평균 11.5% 증가했으며, 2018년의 경우 9월 7,826건이었던 이혼 건수가 추석이 지난 10월에는 10,548건으로 무려 34.9%나 치솟았다.
특히 황혼이혼을 선택하는 부부들이 많아진 점도 눈에 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4년 65세 이상 남자와 여자의 이혼 건수는 전년보다 각각 8.0%, 13.2%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이혼 건수가 1.3%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평소 내재되어 있던 해묵은 갈등이 명절 기간의 고된 가사 노동, 양가 방문 문제, 차별적 대우 등을 계기로 폭발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고부갈등·장서갈등, 법적인 '이혼 사유' 될까?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시댁이나 처가와의 갈등만으로 이혼이 가능한가"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답은 "가능하다"이다. 법무법인 혜안 신동호 이혼전문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시댁, 처가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고부갈등, 장서갈등은 민법 제840조에서 명시한 재판상 이혼 사유 중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 △자신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 등에 해당된다.
따라서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시부모나 처부모, 혹은 고부갈등, 장서 간 극심한 갈등이 혼인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했다면 이혼 소송이 가능하다.
또한 갈등을 중재해야 할 배우자가 이를 방관하거나 오히려 부모 편을 들어 배우자를 소외시켰다면, 이는 '부부간의 신뢰와 협조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되어 배우자에게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오늘날 법원은 고부갈등, 장서갈등이 발생했을 때 배우자가 방관하거나 오히려 동조한 경우 부부간의 신뢰와 협조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판단하여 이혼 청구를 인용하고, 배우자 위자료 청구까지 인정하고 있다.
이 밖에도 매년 명절 연휴 기간에 지속된 가사 노동의 불균형, 배우자의 폭언이나 폭행, 모욕, 가정폭력 등은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
◇ "단순 하소연은 안 돼"... 신혼 vs 황혼, 입증 전략 달라야
하지만 명절 스트레스가 심했다는 주관적인 감정만으로는 법원에서 이혼 판결을 받기 어렵다. 재판부는 일시적인 다툼인지, 회복 불가능한 파탄 상태인지를 엄격히 따지기 때문이다.
판례상 명절 스트레스만으로는 법정 이혼 사유를 인정하지 않으나, 오랜 기간 배우자나 그 직계존속의 모욕, 괴롭힘 등이 있었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은 사실을 입증할 수 있으면 이혼이 가능하다. 명절 연휴 중 발생한 일시적인 다툼이었더라도 이전에 시댁, 처가 또는 부부간 오랜 갈등이 뚜렷했다면 이혼사유가 될 수 있다.
특히 연령대에 따른 접근 방식도 달라야 한다. 신혼부부는 소통의 오해나 일시적인 감정 싸움이 원인인 경우가 많아 구체적인 갈등 상황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고, 황혼이혼은 수십 년간 누적된 부당한 대우를 증명해야 하기에 오래된 기억을 뒷받침할 객관적 물증 확보가 필수적이다.
명절 후폭풍으로 이혼을 고민한다면, 명확하고 객관적인 증거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명절 연휴 기간 중 지나친 가사 노동 기록, 시댁, 처가의 부당한 대우가 담긴 메신저 대화 내용, 배우자의 폭언 녹취, 오랜 처가, 시댁, 부부간 갈등으로 인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기록 등을 적극적으로 수집해야 하며, 명절 가정폭력의 경우 즉시 경찰에 신고해 출동 기록, 병원 진단서 등을 확보해야 한다.
법무법인 혜안 신동호 이혼전문변호사는 "명절 직후에는 고부갈등이나 장서갈등을 호소하며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급증한다"며 "하지만 단순히 사이가 나쁘다는 이유만으로는 이혼 사유로 인정받기 어려우며, 특히 황혼이혼은 위자료와 재산분할권이 걸려 있어 양측의 입장이 판이하게 갈린다"고 설명했다.
해마다 명절 스트레스로 인한 배우자의 가정폭력부터 오랜 고부갈등, 장서갈등으로 인한 이혼 상담 문의가 늘어나는데, 단순히 시댁, 처가와 사이가 나쁘고 명절 스트레스로 부부싸움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이혼 판결을 받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신동호 변호사는 “가족간 소통 오류나 폭행으로 명절이혼을 선택하는 신혼부부들도 그렇지만, 오랜 갈등으로 황혼이혼을 하려는 고령 부부의 경우 양측 입장 차이가 판이한 만큼, 증거를 파악하고 이를 법정에서 유효한 자료로 갈무리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 이혼전문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하며, 명확한 법적 근거를 통해 혼인 파탄의 책임이 배우자와 그 직계존속에게 있음을 논리적으로 주장해야 정당한 재산분할을 요구할 권리와 위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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