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영풍이 문제 삼는 출발점은 2020년 3월 에스더블유앤씨(SWNC)의 세원 인수다. 자본금 3억 원, 설립 한 달 남짓의 신설 법인 SWNC가 청호컴넷 자회사 세원을 200억 원에 인수했다. 통상적인 기업 인수·합병(M&A) 관행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거래 구조다.
영풍 측에 따르면 같은 시기 고려아연은 세원 주식을 담보로 SWNC에 200억 원을 대여했다. 결과적으로 고려아연의 자금이 SWNC를 거쳐 청호컴넷으로 유입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청호컴넷은 당시 자본잠식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었으나, 매각 대금 유입 이후 재무 상태가 개선됐고 주가 역시 급등세를 보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최윤범 회장이 개인적으로 출자한 ‘여리고1호조합’이 청호컴넷 투자에 참여했고, 주가 상승 국면에서 지분을 처분해 수익을 실현했다는 점이다. 영풍은 이를 두고 “상장사 자금이 우회 경로를 통해 오너 개인 투자 성과로 귀결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의혹은 2021년 1월 SWNC의 200억 원 차입금 상환 과정에서 다시 제기된다. SWNC는 사모펀드 ‘아비트리지1호’로부터 255억 원을 출자받아 고려아연에 대한 차입금을 상환했다. 그런데 이 펀드의 주요 LP(출자자) 중 하나가 고려아연이라는 점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정리하면 고려아연은 SWNC에 직접 자금을 대여했고, 이후 또 다른 경로를 통해 SWNC에 자금을 공급한 뒤 그 돈으로 자신에게 빌린 대출을 상환받은 셈이 된다. 영풍 측은 이 구조를 두고 “실질적으로 같은 자금이 회전하며 거래의 외형만 달라졌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고려아연은 “모든 투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으며, 사모펀드 운용은 GP의 독립적 판단”이라고 반박한다. 영풍의 문제 제기를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나온 왜곡된 주장”으로 규정하며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다만 고려아연이 LP로 참여한 펀드가, 공교롭게도 고려아연이 자금을 대여한 특수관계 성격의 법인에 투자했고, 그 시점에 대출 상환이 이뤄졌다는 점을 두고는 “우연”이라는 설명만으로 충분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블라인드 펀드 구조가 배임 책임을 회피하는 방패로 활용됐는지 여부는 결국 수사기관의 판단에 달려 있다.
수사기관이 SWNC, 사모펀드, 고려아연 간 자금 흐름에서 사전 조율이나 지시 정황을 확인할 경우, 이번 의혹은 단순한 경영권 분쟁을 넘어 상장사 지배구조 전반을 흔드는 중대 사안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외치던 경영진의 판단이, 회사 자금을 개인 투자 리스크와 결부시킨 선택이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심준보 로이슈(lawissue) 기자 sjb@r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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