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위적 공소사실(업무방해 부분)요지] 피고인은 남양주시 B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의 제11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었던 자이고, 피해자 C는 새로 선임된 제12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다.
피고인은 2021. 4. 1.경 피해자가 제12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당선되어 임기가 시작되었음에도 입주자대표회의의 은행거래용 인감도장을 보관하고 있는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그 인감도장의 인도를 거부하고, 사업자등록증 원본 반환요구를 거부하는 등 위력으로 피해자의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업무를 방해했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인감 등의 반환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피해자의 후임 회장으로서의 법적 지위에 문제가 있던 터에 피해자가 이 사건 인감 등을 이용해 각종 지출행위 등을 할 경우 자칫 이 사건 등록증의 명의자인 자신에게 혹시 모를 법적 책임이나 불이익이 올 것을 우려하였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피고인에게는 업무방해의 고의가 없거나 위력으로 피해자의 회장 업무를 방해한 사실이 없음에도,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1심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며 양형부당과 함께 항소했다.
-원심(의정부지방법원 2024. 4. 25. 선고 2023노3631 판결) 피고인이 피해자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의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이 사건 인감 등의 인도 또는 반환요구를 거부한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는 이유 등으로 주위적 공소사실을 유죄(벌금 200만 원)로 판단한 제1심(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2023. 12. 14. 선고 2023고정125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피고인에게 후임 회장의 업무를 방해할 의사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은 이를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행위자가 단순히 해야 할일을 하지 않는 부작위나 그에 준하는 소극적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정도에 이르러 업무방해죄의 실행행위로서 피해자의 업무에 대하여 하는 적극적인 방해 행위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를 가져야 한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단순히 이 사건 인감 등의 인도를 거절하거나 반환하지 않은 행위가 위력으로써 피해자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의 업무를 방해하는 적극적인 방해 행위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인의 이 같은 행위로 인하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는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피고인이 이러한 소극적인 행위를 넘어서 이 사건 인감 등을 사용하여 회장 행세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피해자는 이 사건 인감 등이 없이도 회장 임기 개시 이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 입주자대표회의를 대표하고 그 운영에 필요한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했고, 비교적 길지 않은 기간 내에 제12기 입주자대표회의 구성·변경 신고, 사업자등록 대표자 정정 및 이 사건 아파트 관리비 등이 예치된 은행에 대한 대표자 변경절차 등을 모두 마쳤다.
피해자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 업무를 시작해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이 사건 인감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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