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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학·범죄심리학

"북한이탈주민, 법 친근하면 범죄 36% 줄어"...다른 제도 배경 이탈주민, 법교육 새 틀 필요

[형사정책 연구브리핑] 북한이탈주민 법의식 연구 결과…'제도적 차이' 고려한 교육 시급

2025-08-29 21:22:13

- 다른 제도 배경을 가진 북한이탈주민들,, 획일적 법교육으론 한계
- '법은 까다롭다'→'법은 친근하다' 인식 전환만으로도 범죄 36% 줄여


북한이탈주민의 입국은 2012년 이후 연간 평균 1,000명 이상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지만 2023년 이후 다시 증가세를 보이며, 누적 3만 4천여 명이 이제 대한민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들의 안전한 정착을 위해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교육과 사회적응 지원이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 형성된 사회화 경험과 제도적 차이는 한국 사회 적응을 어렵게 만들며, 특히 법적 불확실성과 규범 충돌로 인해 여전히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수민·이창한(동국대) 연구진은 '북한이탈주민의 법의식이 범죄행동에 미치는 영향: 법의식의 세부 영역을 중심으로'(<한국경찰학회보> 게재) 논문에서 북한이탈주민의 법의식 수준과 범죄행동 간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기존 북한이탈주민 관련 연구가 주로 사회통합과 적응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연구는 범죄행동을 직접 다루며 법의식의 영향력을 통계적으로 검증한 점에서 주목된다.

사진=영화 '남으로 가는 길' 중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영화 '남으로 가는 길' 중 캡처
■법의식을 구성하는 인지·정서·행동 3대 영역

연구진은 2017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북한이탈주민 설문조사(수도권 거주, 19세 이상) 응답자 800명 중 결측치를 제외한 753명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범죄행동은 범법행위로 경찰서에 간 경험이 있는지 여부를 측정했고, 법의식은 인지적 영역, 정서적 영역, 행동적 영역으로 구성했다. 각 영역은 다음과 같은 세부영역으로 측정됐다.

1. 인지적 영역

  • 법지식(범죄와 관련된 법): 계약, 성매매, 개인정보법 등에 대한 지식

  • 법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법은 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

2. 정서적 영역

  • 법에 대한 친밀감: 예) "법은 복잡하고 까다롭다"

  • 법에 대한 신뢰감: 예) "법을 지키지 않으면 결국 손해를 보게 된다"

  • 준법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 예) "남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법을 어길 수 있다"

3. 행동적 영역

  • 법 사용의사: 예) "나는 억울한 일을 당하면 법에 호소할 것이다."

  • 법적 효능감: 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려는 의사, 예) "나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법 친밀감 높을수록 범죄행동 가능성 36% 감소

분석 결과, 북한이탈주민이 법을 친근하게 느낄수록(법 친밀감이 높을수록) 범죄행동 가능성이 36.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은 아니지만, 법 신뢰감과 법 효능감이 높을수록 범죄행동이 줄어드는 경향도 확인됐다. 반면 단순히 법지식을 많이 아는 것은 범죄예방 효과가 미미했다. 연구진은 법에 대한 친밀감, 신뢰감, 호의적인 태도 등 법과 관련된 정서적 영역이 입체적으로 범죄행동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교육, 단순 지식 전달에서 체험·정서 중심으로 전환 필요

연구 결과, 북한이탈주민의 범죄 예방에는 법률 지식의 양적 전달보다는 법에 대한 친밀감과 신뢰감 같은 질적 요인이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향후 법교육이 단순한 지식 주입을 넘어 법에 대한 긍정적 정서와 신뢰를 체득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법교육 프로그램 개선이 요구된다. 현재 교육은 헌법·민법·형법 등 기초 지식이나 생활법률 전달에 치중돼 있으나, 앞으로는 법에 대한 신뢰와 친밀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경찰 특강, 법원 방문, 사례 기반 체험형 프로그램 확대 등을 권장했다. 특히 모의재판과 같은 참여형·체험형 학습(토론, 역할극, 그룹 활동 등)을 강화해 법의 역할과 기능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방식이 강조됐다.

연구진은 북한이탈주민이 전혀 다른 제도 환경에서 이주해 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와닿지 않는 법교육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면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입국 과정에서의 심리적 위축과 고난이 부정적 반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서적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향후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법교육은 정서적 접근을 병행한 체험형·참여형 법교육의 효과성, 그리고 북한이탈주민의 법의식과 범죄행동의 관계는 앞으로도 꾸준히 연구돼야 할 것이라고 김수민·이창한(동국대) 연구진은 주장한다.

▶연구논문

김수민·이창한(2025). 북한이탈주민의 법의식이 범죄행동에 미치는 영향: 법의식의 세부 영역을 중심으로. 한국경찰학회보, 27(2), 143-174.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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