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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대출계약 '표현대리'책임 인정되지 않는다는 원심 수긍

2025-07-06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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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로이슈DB)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대여금 사건 상고심에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해 이 사건 대출계약에 관하여 피고의 표현대리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며 수긍했다(대법원 2025. 6. 5. 선고 2023다232526 판결).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원고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대출업 등을 영위하는 여신전문금융회사이다.

원고는 2018. 5. 17. 주식회사 D(이하 ‘D’)와 대출모집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했다

D의 운영자 또는 업무담당자인 E, F, G 등(이하 ‘E 등’이라고 한다)은, 원고가 D를 통해 대출신청이 접수되면 서류심사만으로 대출을 실행하는 점, 동일 대출신청인이 다른 금융기관에서 선행 대출을 받더라도 그 내역이 신용정보조회 시스템에 반영되기까지 얼마간의 시일이 걸리는 점을 이용해, H 주식회사(이하 ‘H’)로부터 선행 임대차보증금 담보대출을 받은 다음 원고를 상대로 이를 숨기고 동일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담보로 하여 이중의 대출을 받는 사기범행을 공모했다.

피고는 2019. 8. 22. 주식회사 I(이하 ‘I’)로부터 임대주택을 보증금 2억2000만 원으로 정해 임차했다(이하 ‘이 사건 임대차’). 피고는 그 직후 E 등에게 H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 담보대출을 받는 데 필요한 서류 작성을 위임하면서 인감증명서, 주민등록초본 및 등본, 예금통장과 피고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 등을 교부했다.

E 등은 피고의 위임에 따라 H로부터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고, 그 대출금은 임대인인 I에 보증금으로 지급되었다.

E 등은 2019. 8. 29. 피고 명의의 대출신청서와 대출계약서 등을 위조하여 이를 피고의 인감증명서 등과 함께 원고에게 제출했고, 원고는 같은 날 대출금 2억900만 원에서 인지대 7만5000원을 공제한 2억 892만5000원을 피고의 계좌로 송금했다(이하 ‘이 사건 대출’).

원고는, 이 사건 대출계약은 E 등이 피고를 적법하게 대리하여 체결한 것으로 유효하다. 피고로부터 이 사건 대출계약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받았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으므로 피고에게는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책임이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피고는, E 등은 피고의 허락없이 이 사건 대출약정서 등을 위조해 원고와 이 사건 대출계약을 체결한 뒤 그 대출금을 편취 했을 뿐이다. E 등은 본인인 피고를 위한다는 대리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단지 피고의 성명을 모용하여 마치 자신이 피고 본인인 것처럼 기망하여 원고와 이 사건 대출계약을 체결했으므로, 표현대리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 나아가 원고가 금융기관으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채무자 본인확인 등을 소홀히 한 이상, E 등이 피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대출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었다고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항변했다.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0. 21. 선고 2020가합3036 판결)은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피고는 원고에게 209,257,671원 및 그중 209,000,000원에 대하여 2020. 6. 5.부터 2021. 3. 31.까지는 연 7.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을 선고했다.

피고는 항소했다.

원심(서울고등법원 2023. 4. 19. 선고 2022나2048678 판결, 권혁중 부장판사)는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대출계약에 관하여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다.

원고는 E 등을 통하여 접수한 피고 명의의 이 사건 대출신청서 등을 피고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인식하고 대출을 실행한 후 2020년 6월경에야 비로소 E 등이 해당 서류들을 위조했음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피고가 전혀 관여하지 않은 채 E 등이 위조한 서류를 기초로 이루어진 이 사건 대출계약에는 대리행위 이론을 적용할 수 없다.

원고가 이 사건 대출계약이 피고 본인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믿었더라도, 이는 금융기관인 원고가 본인 확인의무와 대출모집법인 사용 시 준수해야 할 주의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가 그와 같이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대법원 판단)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는 대리인이 본인을 위한다는 의사를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표시하거나 대리의사를 가지고 권한 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그 외에 사술(詐術)을 써서 위와 같은 대리행위의 표시를 하지 아니하고 단지 본인의 성명을 모용하여 자기가 마치 본인인 것처럼 기망하여 본인 명의로 직접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는, 본인을 모용한 사람에게 본인을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있었고, 상대방으로서는 위 모용자가 본인 자신으로서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었던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 법리가 유추적용된다(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1다29896 판결,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2다66303 판결 등 참조).

E 등은 대출신청서 및 대출계약서 등을 위조하여 피고 명의로 작성하고, 이를 피고로부터 진정하게 접수받은 것처럼 원고에게 제출하여 이 사건 대출계약이 체결되게 했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는 E 등이 피고의 성명을 모용하여 자기가 마치 피고 본인인 것처럼 기망하여 피고 명의로 직접 법률행위를 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E 등에게 피고를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있었고, 원고로서는 E 등이 피고 자신으로서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었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 법리가 유추적용된다.

원심이 E 등이 피고를 대리한 것이 아니어서 표현대리에 관한 법리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이 사건 대출계약 당시 E 등에게 피고를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원고에게 E 등이 피고 자신으로서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여 이 사건 대출을 신청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E 등은 2018. 10. 24.부터 2019. 8. 29.까지 16회에 걸쳐 임대주택 임차인 명의로 합계 34억 5777만5000원을 원고로부터 이중으로 대출받았고, 그 과정에서 15명의 임차인들 명의를 모용했는데, 이 사건 대출은 그중 마지막에 이루어진 것이다.

이 사건 대출에서 E 등이 위조하여 제출한 임대차 관련 서류상 임대차계약일자와 입주일이 동일하고, 임대차보증금이 전액 지급된 직후 그 반환채권을 담보로 대출신청이 이루어졌다.

원고는 이 사건 대출 실행 직전에 E 등이 소지하고 있던 피고 명의의 휴대전화로 연락하여 대출신청의사 등을 확인하였으나, 그것만으로 대출절차 및 관리·감독에 관한 원고의 과실이 부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만일 원고가 임대인을 상대로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에 관한 선순위 담보 설정 여부 등을 확인하였더라면, E 등이 이중대출을 받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고는 임대인인 I을 상대로 그러한 확인절차를 밟지 아니하였고, 그로 인해 이 사건 대출의 실행을 막지 못했다.

E 등은 H의 선행대출 실행내용이 신용정보조회에 반영되기까지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이용하여 이중대출을 받았다.

-전문금융기관인 원고로서는 위와 같은 신용정보조회 시스템의 취약점을 고려하여, 대출을 실행한 후에도 이중대출이 아니었는지 사후적으로 점검하여 D의 업무에 대한 관리․감독을 했어야 한다. 그런데 원고가 이러한 사후적인 점검을 하지 아니하여 E 등이 이 사건 대출에 이르기까지 이중대출을 반복적으로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E 등이 서류를 위조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주장만 하고 있을 뿐, 대출모집인의 대출관련서류 위·변조를 방지하거나 이를 적발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다는 등 자신이 대출모집인에 대한 관리·감독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점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하지 않고 있다.

결국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이 사건 대출계약에 관하여 피고의 표현대리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표현대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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