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고인은 경북 경산시에 있는 대리점의 자동차 판매원으로 근무해 오다 계약기간 종료 이후 대리점을 운영하는 피해자(대리점주)의 재계약 거절로 해고됐다.
그러자 피고인은 2019년 2월 1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판매용역계약 해지 등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신청을 했고 , 경북지노위는 "계약해지는 근로자의 노동조합 가입 및 활동행위에 기인한 것으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며, 사용자는 이 판정서를 송달받는 날부터 즉시 이 사건 근로자를 원직에 복지시켜라."는 취지의 결정을 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9년 8월 8일 피해자(사용자)의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채 복직명령을 이해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고 1인 시위를 계속해 왔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피해자를 모욕한 혐의 등으로 다수 처벌받기도 했다.
-피고인은 2022년 2월 7일 오전 8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판매대리점 앞길에서 피해자를 지칭하여 “대리점주들은 노동착취로 임금을 착취 갈취하고 부당노동행위 노조탄압을 자행합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한 것을 비롯해, 그때부터 2022년 2월 16일경까지 총 5회에 걸쳐 위와 같은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각각 훼손했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한 사실은 있지만, 피켓의 내용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아니고, 설령 피고인의 행위가 명예훼손 행위에 해당하더라도 그 내용은 진실한 사실로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형법 제310조(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여야 하는바, 어떤 표현이 명예훼손적인지 여부는 그 표현에 대한 사회통념에 따른 객관적 평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도11226 판결 등 참조).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에 해당하는지 여부)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켓에 기재한 표현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표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를 보는 일반인들은 '피해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자기 직원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노동조합에 가입된 노동자들을 부당하게 차별대우한다'고 인식하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이 사건 표현은 사회통념상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
(형법 제31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여부) 1심 재판부는, 설령 이 사건 표현에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사익적인 목적이나 동기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 주된 동기와 목적 및 필요성,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공표 상대방의 범위와 표현방법, 그로 인한 피해자의 명예훼손의 정도와 보호가치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형법 제310조 소정의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검사는 이 사건 표현을 모두 허위사실이 아닌 '진실한 사실'임을 전제로 공소제기했고, 피해자는 피고인에 대하여 노동조합 가입 등을 이유로 재계약을 거부하는 등의 부동노동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죄로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으며 경북지노위로부터 원직복직시켜라는 결정을 받기도 했다.
또 피고인의 행동은 회사의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대우 내지 부당노동행위 등을 지적함으로써,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나 대리점의 자격 등에 관한 조건을 제공하여 자동차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 등 일반인들의 합리적인 선택권 행사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정보로 공적인 관심과 이익에 관한 사안이라고 볼 수도 있다.
피고인 스스로도 수사기관에서 "피해자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고 B자동차 대리점주들이라고 기재하여 전국 자동차판매연대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의 공공성을 위한 것으로, 이러한 이 사건 표현 외에 ‘B자동차는 노조탄압 노동착취로 대량기획 폐업을 자행, 고용승계조차 안 합니다.’, ‘저는 노조가입이유로 출근길에 해고된 비정규직 특수고용 노동자입니다.’, ‘기본급도 없고 4대 보험도 적용 안 하는 사업자가 없는 개인사업자로 취급되는 자동차 영업사원입니다.’라는 피켓을 연결해서 전체적으로 보면 전국에서 일하는 모든 대리점 직원들이 점주들에게 불이익 당하고 있는 현 상황을 전국에 알리기 위한 것이다."라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피고인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은 일반인들에게 B자동차 대리점에서 발생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차별적 대우나 부당노동행위 등 법률위반 문제들을 알리고, 그 해결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고 봤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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