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9년 11월 세월호 유가족과 4·16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소 전 610부대장과 손 전 1처장을 고소·고발했다. 이들은 2019년 12월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과 1년 6개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 전 기무사 참모장(당시 세월호 TF장)과 지 전 기무사 참모장(TF 정책지원팀장)은 지난해 10월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원심(서울서부지법 2023. 2. 16. 선고 2021노43 판결)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관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피고인은 부대원에게 세월호 유가족 동향을 파악하게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법령상 직무범위에 해당하는 '군 관련 첩보'에는 군의 임무와 관련되는 대민정보도 포함되므로 부대원들은 의무없는 일을 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원심은 피고인(전 기무사 1처장)이 당시 이재수 기무사령관, 참모장 등과 순차 공모한 후 지속적으로 세월호 유가족 동정 등을 파악해 보고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며 단순히 보고를 받았을 뿐, 예하 부대의 첩보수집에 관여한 바가 없음을 전제로 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없다. 1심에 공동정범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인정했다.
피고인은 1처장 또는 TF현장지원팀 부팀장으로서 모든 보고를 받았다.
피고인은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이른바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질 수 있다고 봤다.
첩보의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은 민간인인 세월호 유가족의 개인정보와 동향을 등을 지속적으로 수집하도록 한 것은 법령이 정한 첩보의 수집·처리의 범위를 넘는 것이다. 피고인이 법령에서 정한 직무범위를 벗어나거나 법령에서 정한 의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게 함으로써 법령상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의 지위, 경력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민간인인 유가족들의 동향에 관한 첩보 수집을 지시하는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허용될 수 있는 행위라고 오인했거나 그와 같이 오인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로 이미 합계 10여 개월 구금되었던 점 등을 들어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양형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나, 피고인이 주장하는 여러 사실 및 사정까지 고려하더라도 원심이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를 의미한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있어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는지는 직권을 남용하였는지와 별도로 상대방이 그러한 일을 할 법령상 의무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직권남용 행위의 상대방이 일반 사인인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권에 대응하여 따라야 할 의무가 없으므로 그에게 어떠한 행위를 하게 하였다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할 수 있으나, 상대방이 공무원이거나 법령에 따라 일정한 공적 임무를 부여받고 있는 공공기관 등의 임직원은 법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그가 직권에 대응하여 어떠한 일을 한 것이 의무 없는 일인지 여부는 관계 법령 등의 내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223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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