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엘리엇 ISDS 사건 판정문에서 중재판정부의 명백한 계산상 오류와 불분명한 판시사항이 있음을 확인, 중재판정부에 판정에 대한 정정·해석 신청서를 제출했다.
-중재판정부는 판정 이유에서 엘리엇이 입은 손해액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삼성물산이 합병 후에 엘리엇 측에 지급한 합의금을 ‘세전 금액’으로 공제해야 한다고 설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계산 과정에서 위 합의금의 ‘세후 금액’을 공제한 명백한 계산상 오류가 확인되어 그 오류의 정정을 신청했다.
중재판정부의 위와 같은 계산상 오류로 정부가 부담할 손해배상금 원금이 약 60억 원 이상 증가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재판정부는 판정 이유에서 정부로 하여금 손해배상금 원금에 대해 붙는 판정 전 이자(약 326억 원 상당)는 ‘원화’로 지급해야 한다고 설시했다.
그러나 판정 주문에서는 위 이자를 ‘미화’로 지급해야 하는 것처럼 판시했기 때문에, 판정 이유와 주문의 불일치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신청했다.
정부는 정부대리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여러 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중재판정부가 한-미 FTA상 관할 인정 요건을 잘못 해석하여 이 사건에서 관할을 인정했고, 이는 영국 중재법상 정당한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ISDS 사건에서 ‘관할’이란 일반 소송에서 사용하는 ‘관할’과는 다른 의미로서, ‘재판권’이라는 의미에 더 가깝다. 즉, 투자협정상 ISDS를 제기할 수 있는 사건인지 여부에 대한 사전적 판단을 의미한다(즉, 관할 요건이 인정되어야 중재판정부의 판정 권한이 인정).
우선, 한-미 FTA상 ISDS 사건의 관할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일 것(당국의 조치), ▴ 투자자의 투자와의 관련성이 있을 것(관련성), ▴ 그 조치의 책임이 국가에 귀속될 것(귀속)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이 사건 중재판정부는 이 사건이 한-미 FTA상 ‘관할’이 인정된다는 전제하에 최소기준대우 위반 및 인과관계 등을 인정해 이 사건 판정에 이르게 됐다.
중재지인 영국법상 중재판정에 대한 취소 소송은 ▴ 관할 위반(중재합의 범위 일탈 등), ▴ 절차상 중대한 하자(그 하자로 중대한 부정의가 초래되었다는 등의 사정), ▴ 영국법위반 등을 이유로만 가능한데, 이 사안은 주로 ‘관할 위반’이 문제 되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① ‘소수주주는 자신의 의결권 행사를 이유로 다른 소수주주에게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이 상법상의 대원칙이자 상식이다. 따라서 삼성물산의 여러 소수주주 중 하나인 국민연금이 합병에 대한 자신의 의결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다른 소수주주인 엘리엇의 투자에 대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중재판정부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엘리엇에 대한 조치(즉, 엘리엇의 투자에 관련된 조치)라고 판단했는데, 이는 위 대원칙에 반한다. [‘관련성’ 요건 인정의 부당성] ※ 이는 정부대리로펌 및 외부 전문가의 일치된 의견이다.
② 중재판정부는 국민연금이 한국법상 국가기관은 아니나 ‘사실상의 국가기관’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그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책임이 정부에 귀속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한-미 FTA가 예정하고 있지 않은 ‘사실상의 국가기관’이라는 개념에 근거하여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 [‘당국의 조치’ 및 ‘귀속’ 요건 인정의 부당성]
③ 한-미 FTA의 일방 체약국인 미국 역시 이 사건 중재판정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제출한 비분쟁당사국 의견서를 통해, 한-미 FTA상 당국의 조치로 인정되는 ‘당국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는 비정부기관의 조치’는 ‘그 기관이 위임받은 정부적 권한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힌 사실이 있다. [‘당국의 조치’ 및 ‘귀속’ 요건 인정의 부당성]
* ISDS 제기의 근거가 되는 투자협정의 해석에 관하여 (ISDS 사건의 피청구국이 아닌) 협정의 일방 체약국이 중재판정부에 제출하는 투자협정 해석에 대한 의견서를 뜻한다.
④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하여 당시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대한민국 법원에 제기한 합병무효소송 및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대한민국 법원은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직권남용 등 위법행위가 있었더라도 국민연금은 결과적으로 독립된 의결권 행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바 있다.
(취소소송 제기 필요성) 정부는 위와 같은 정당한 취소 사유의 존재와 더불어 다음과 같은 사유로 엘리엇 ISDS 판정에 대한 취소 소송 제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① 공공기관 등이 소수주주로서 주주총회에 참여하여 의결권을 행사한 사안에서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ISDS 사건은 찾기 어렵다.
정부가 이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하여 바로 잡지 않을 경우, 향후 우리 공공기관 및 공적 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부당한 ISDS 제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② 정부가 이 사안에서 취소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본건과 유사한 사실관계에 근거하여 절차가 진행 중인 관련 ISDS 사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정부대리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
* 삼성물산의 주주였던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은 유사 사안에서 약 2억 달러 (약 2,576억 원)의 손해를 주장하고 있습니다(2022. 5. 구술 심리 종료).
(형사판결과는 궤를 달리하는 사안) 특히, 이 사건 중재판정부는 본안 부분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과정에 보건복지부 등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한국의 형사판결을 상당 부분 인용하면서 한국 정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소수주주 중 한 명에 불과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하는 내부적인 동기나 과정에서 일부 사람들의 위법이 있었다고 하여 그 의결권 행사가 바로 다른 소수주주인 엘리엇에게 손해를 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로서, ‘국민연금의 내부적인 의사결정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이 법의 엄정한 심판을 받은 형사판결’과는 법리상 궤를 달리하는 사안이다.
(향후 계획) 정부는 중재판정문상 명백한 계산상 오류와 불분명한 판시사항에 대한 시정을 구하는 한편, 법리적으로 잘못된 이 사건 판정을 바로잡아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헛되이 유출되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한 정부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서 관련 법령이 허락하는 최대한의 정보를 공개하기 위해 중재판정부 등과 협의를 진행해 왔으며, 국문 및 영문으로 작성된 판정문이 오늘 오후 8시경 국제상설중재재판소(Permanent Court of Arbitration, PCA) 홈페이지에 공개될 예정이며 법무부 홈페이지에도 함께 게재할 계획이다.
나아가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판정의 해석·정정 신청 및 취소 소송 진행 경과에 대해서도 국민들께 신속히 알리겠다고 했다.
(참고) ISDS 관련 영국 법원 취소소송 사례
(ISDS 제기) 이란 다야니家는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과정에서 몰취된 계약금(약 578억 원) 반환과 손해배상 등을 청구(2015. 9. 14.)
(ISDS 중재판정) 한국자산관리공사를 국가기관으로 인정, 매도인단의 계약금 몰취는 한-이란 투자협정상 공평·공정대우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아 몰취한 계약금 등(약 730억원) 지급 결정(2018. 6. 5.)
(취소 소송) 정부, 영국고등법원에 중재판정 취소 소송 제기(2018. 7. 3.) ⇒ 영국 법원, 취소 소송 기각(2019. 12. 20.)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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