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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원고를 해고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원심 파기 환송

2023-02-2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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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2023년 2월 2일 원고가 부당해고구제 기각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한 사건에서, 참가인이 원고를 해고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단정해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 원심의 판단에는 해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대전고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3.2.2.선고 2022두57695 판결).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참가인의 관리팀장이 2020년 2월 11일 오전 10시 48분 원고에게 버스 키를 반납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경위, 참가인의 관리팀장이 같은 날 오후 5시경 원고로부터 버스 키를 회수하고 원고에게 ‘사표를 쓰라’는 발언을 하는 과정에 참가인의 관리상무가 관여한 정도, 참가인의 임원진 구성 및 역할에 비추어 참가인의 관리상무가 해고에 대해 가지는 권한 및 정도, 참가인의 대표이사가 참가인의 관리팀장에 의하여 주도된 일련의 노무 수령 거부행위를 묵시적으로나마 승인 혹은 추인했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을 면밀히 심리한 후 원고에 대한 해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했다.
참가인(유한회사 B)은 2010년 6월 18일 설립되어 상시 7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전세버스 운송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2020년 1월 9일 참가인에 버스 운전원으로 입사해 주식회사 D 등의 통근버스 운행을 담당했다.

참가인의 관리팀장은 2020년 2월 11일 오후 5시경 원고의 무단 결행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원고와 말다툼을 했는데, 원고에게 ‘사표를 쓰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고, ‘해고하는 것이냐’는 원고의 물음에도 ‘응’이라고 답하면서 ‘사표 쓰고 가라’는 말을 반복했다. 원고는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참가인은 원고가 출근하지 않는 것을 문제 삼지 않다가, 2020년 5월 18일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원고에게 해고한 사실이 없으니 복귀하여 근무하고자 한다면 즉시 근무할 수 있다는 취지로 ‘무단결근에 따른 정상근무 독촉 통보’를 했다.

원고는 2020년 5월 28일 참가인에게 ‘2020. 2. 11.자 해고가 부당해고임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사과하며, 복직통보가 진정성 있는 내용임을 증명하기 위해 원고의 복직 전 부당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을 먼저 지급하면 복직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참가인은 2020년 6월 1일 원고에게 ‘해고한 적이 없으니 원고가 원하면 언제든지 출근하여 근무할 수 있으므로 속히 출근하여 근무하기 바란다.’는 취지의 통지를 했다.

원고는 2020. 2. 11.자로 해고되었다고 주장하며 2020. 5. 1.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6. 22.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초심판정을 했다.

원고는 2020. 7. 22. 초심판정서를 수령한 뒤 2020. 7. 27.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 10. 13. “참가인의 일방적 의사로 당사자 사이의 근로계약 관계가 종료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원고가 주장하는 해고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을 했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를 상대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참가인의 관리팀장이 2020. 2. 11. 원고에게 '사표 쓰고 집에 가라.'고 말했고, 그로써 원고는 해고됐다. 그런데 이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해고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부당해고이다.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대전지방법원 2022. 1. 19. 선고 2020구합107451 판결)은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참가인(유한회사)의 관리팀장에게 근로자를 해고할 권한이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원고와 관리팀장 사이에 위와 같은 말다툼이 있은 이후에 원고의 해고를 참가인의 대표이사가 정식으로 승인한 적도 없고, 원고가 참가인의 대표이사에게 자신이 해고당했는지 확인한 바도 없다. 관리팀장은 원고가 무단으로 결행한 뒤 자신에게 무례한 언행을 한 데 대해 화를 내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사표를 쓰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보인다. 원고가 이러한 말을 들은 후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따로 분명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적도 없다

근로기준법 제27조 제2항은 해고는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참가인은 원고에 대한 서면 해고 통지를 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하려는 시도조차 한 적이 없다. 참가인은 원고를 해고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원고에게 복직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자 원고는 항소했다.

항소심(원심 대전고등법원 2022. 9. 16. 선고 2022누10205 판결)은 1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원고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1) 참가인의 관리팀장과 원고 사이에 말다툼을 하기 직전인 2020년 2월 11일 오전 10시 48분경 참가인의 관리팀장은 원고에게 버스 키를 반납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원고는 ‘왜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참가인의 관리팀장은 원고가 위 문자메시지를 받고도 버스 키를 반납하지 않자 참가인의 관리상무를 대동해 원고를 찾아가 버스 키를 직접 회수했고, 그 과정에서 원고와 위와 같은 말다툼을 한 것으로 보인다. 참가인의 관리팀장이 참가인의 관리상무를 대동한 상태에서 통근버스 운행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인 원고에게 버스 키의 반납을 요구하고 이를 회수한 것은 근로자의 노무를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평가할 수 있고, 그와 동시에 원고에게 사표를 쓰고 나가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등의 언행을 한 것은 참가인이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고자 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이를 단순히 우발적 표현에 불과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

2) 참가인의 관리팀장에게 원고를 해고할 권한이 없었더라도, 참가인의 관리팀장은 참가인의 관리상무를 대동한 상태에서 위와 같은 언행을 했는데, 적어도 참가인의 관리상무의 일반적 지위·권한에 해고에 관한 조치를 취할 권한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이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 특히 원고가 담당하는 통근버스 운행 업무의 특성, 소규모 회사인 참가인의 임원진 구성과 운전원 수 및 모집 현황 등을 볼 때, 원고의 노무 수령을 확정적으로 거부하는 경우에는 참가인이 인력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많았던 상황임에도 위와 같은 조치가 이루어진 것은 참가인 차원의 결단으로 볼 여지가 많은 점, 실제로 그 후 원고가 3개월이 넘도록 출근하지 않아 버스 운행 등에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한 것으로 보임에도 원고에게 아무런 출근 독려도 하지 않다가 원고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직후에 이르러서야 갑자기 ‘무단결근에 따른 정상근무 독촉 통보’를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참가인의 관리팀장이 2020년 2월 11일 원고에게 노무 수령을 거부하겠다는 언행을 할 당시 이미 참가인의 대표이사가 묵시적으로나마 이를 승인했거나 적어도 추인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3) 원고는 자신이 해고를 당한 것으로 생각했기에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참가인의 관리팀장의 요구에 따라 그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참가인의 관리팀장이 한 ‘사표를 쓰라’는 표현이 사직서 제출을 종용한 것에 불과할 뿐 해고의 의미가 아니라거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근로계약관계가 존속한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4) 참가인이 원고에게 서면으로 해고사유 등을 통지한 적은 없으나, 서면 통지 여부는 해고의 효력 여부를 판단하는 요건일 뿐 해고 의사표시의 존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다92148 판결 등 참조). 해고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노무 수령 거부 경위와 방법, 노무 수령 거부에 대하여 근로자가 보인 태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용자가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할 확정적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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