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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무단횡단 보행자 치어 사망케 한 운전자 항소심서 무죄

원심은 형사재판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에 반하는 판단

2023-01-31 09:45:44

대구법원청사.(사진제공=대구지법)이미지 확대보기
대구법원청사.(사진제공=대구지법)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구지법 제2-1형사부(재판장 김성수 부장판사·김정도·이윤직)는 2023년 1월 20일, 무단횡단 보행자를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30대)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받아들여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2022노1910).

피고인은 2021년 7월 26일 오전 4시 35분경 승용차를 운전해 칠성시장네거리 방면에서 칠성교네거리 방면으로 진행하게 됐다.
당시는 야간이므로 자동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사고를 미리 방지해야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진행한 과실로 전방에서 짐을 끄는 손수레를 이용해 도로를 느리게 무단횡단하던 피해자(70대·여)를 미처 발견치 못하고 승용차 앞 범퍼 부분으로 피해자의 우측 복부 부분 등을 들이 받았다.

결국 피고인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대학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2021년 9월 2일 패혈증 및 간열상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대구지방법원 2022.5.25.선고 2021고단4100판결)은 피고인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당시 피고인이 무단횡단보행자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 대한 예견가능성이나 회피가능성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전방주시의무 등 사고를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해 이 사건 교통사고를 발생시켰으며, 그 결과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에까지 이른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은 "피고인에게 (무단횡단 보행자가 있을 것이라는)예견가능성이나 회피가능성이 인정되지 않음에도 이를 인정해 유죄판결을 선고한 원심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며 양형부당과 함께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나 자료들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피고인에게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았고 무단횡단하는 보행자가 있으리라고 미리 예측하여 감속 등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으며, 그 같은 주의의무 위반으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와 달리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었고 그 같은 과실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했다.

항소심은 원심은 전방에서 피해자를 발견하고 감속 및 회피조치를 했더라도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고 볼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유죄로 인정했는데, 이는 형사재판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에 반하는 판단이다고 했다.

사고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40km인데 사고 당시 사고 차량의 추정 속도는 시속 21km - 30km로 조사됐다. 횡단이 불가능한 펜스 형태의 중앙분리시설이 계속되다가 아주 짧은 구간 가로막대가 없이 탄력봉만 설치되어 있어 무단횡단이 가능한 곳이 있더라도, 야간에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운전자가 이를 구별하여 알아채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도로 중앙에 무단횡단 자체가 불가능한 펜스 형태의 중앙분리시설이 쭉 이어서 설치되어 있는 곳이라면 그 도로를 주행하는 운전자로서는 그 중앙분리시설이 계속되는 한 무단횡단 자체가 불가능하고 무단횡단 하는 사람도 없으리라고 예상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이 이 사건 도로를 이전에 자주이용해 중앙분리시설 중에 무단횡단이 가능한 구간도 있다는 사정을 이미 알고 있었다 거나 그곳 교통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고 볼 증거는 없다. 블랙박스 영상으로는 충돌직전에 전조등에 피해자가 비친 후에야 식별이 가능하고, 충격 1초-2초 전에는 어두운 색(붉은색 착용) 옷을 입은 것과의 차이가 없을 정도여서 어둠에 묻혀 피해자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다. 피고인은 충격 무렵에야 놀란 육성을 내고 있는데, 이같은 영상이나 육성으로 볼 때 피고인이 실제로 피해자를 발견한 시각은 충격 직전이었다고 보아야 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의 입증은 검사의 증명에 의한 것이어야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통상의 교통사고 사건과는 달리 교통사고분석서가 존재하지 않아, 공주거리나 제동거리를 통해 계산하는 정지거리의 결과치가 없을 뿐 아니라, 피고인이 인식한 시점에 급제동을 했다면 이 사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제때 급제동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뒷받침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봤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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