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2023년 1월 12일 피고인이 1999. 11. 5. 조직폭력 유탁파 구성원 중 가장 신뢰하던 친구 손○○(직접실행자, 2014년사망)과 공모해 제주시 노상에서 변호사인 피해자를 흉기로 찔러 흉부 자창에 의한 심장파열로 사망하게 함으로써 살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피고인의 제보 진술과 정황증거만으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광주고법)을 파기하고 무죄취지(살인죄 부분 증명부족)로 환송했다(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1245 판결).
대법원은 원심판결에는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 진술의 신빙성 판단, 살인죄의 고의 및 공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소사실의 인정에 필요한 충분한 심리를 하지 않아 중대한 사실오인을 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다(신빙성이 인정되는 제보진술과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살인의 고의 및 기능적 행위지배를 인정하기 부족). 원심은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의 제보진술은 신빙성이 인정되고 손OO의 살인의 고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의 살인의 미필적 고의 및 기능적 행위지배를 인정했다.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가는 사정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제보 진술은 주요한 부분에 관하여 객관적 사실과 배치되는 사정이 밝혀졌고, 나머지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위한 다른 추가 증거·근거가 충분히 제출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을 입증할 정도의 신빙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고, 범행 현장 상황 등 정황증거만을 종합하여 손○○과 피고인의 살인의 고의 및 공모 사실을 인정하기도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지시자에 대한 진술 부분] 피고인은 제보진술에서 '1999년 여름경 둘만 있는 자리에서 유탁파 두목인 백OO으로부터 피해자를 혼내 주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백OO은 1999.11.6.까지 광주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어 피고인의 위 진술부분은 객관적 사실과 명백히 배치돼 믿을 수 없다. 이후에도 그러한 지시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했으며 이후에도 그러한 지시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수차례 진술을 번복했다.
[직접실행자 손OO의 도피에 관한 진술 부분] 피고인은 제보진술에서 ‘이 사건 범행 이틀 후 손○○을 서울로 올려 보냈고, 손○○은 4-5년 동안 제주에 돌아오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손OO은 2001년 8월 21일 오전 1시경 제주시에서 차량 통행 문제로 지나가던 행인과 말다툼을 하다가 상해를 가한 범행을 저지른 바 있다. 피고인의 위 진술 부분 역시 사실과 배치돼 그대로 믿을 수 없다.
피고인 제보 진술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나 구체적 정황도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피고인은 직접 실행행위를 하지 않은 공동정범으로 기소돼 피고인의 기능적 행위 지배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범죄 실현의 전 과정을 통해 행위자 각자의 지위와 역할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어야 하는데, 손○○의 실행행위에 관한 피고인의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증거나 구체적 정황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은 ‘3,000만 원을 현금으로 받았고, 손○○이 실행행위를 한 직후 손○○에게 3,000만 원을 모두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피고인이 받았다는 3,000만 원에 관한 아무런 정황증거도 없을 뿐 아니라 피고인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돈을 받아 어떻게 보관하다가 손○○에게 언제 어디에서 이를 교부하였는지 등에 관한 진술이 없어 구체성이 떨어지고, 돈을 받은 시기가 범행 이전인지 혹은 이후인지에 대해서는 진술이 번복되기도 했다. 피고인이 손○○과 함께 두 달 가까이 주도적으로 범행을 준비했음에도, 자신의 기여 부분에 대한 대가를 전혀 받지 않았다는 것도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피고인은 손○○이 평소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죄책감에 괴로워했고 2014년 8월경 결국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사망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손OO이 자필로 작성한 유서에는 이 사건을 암시하는 내용이 전혀 없고, 사망 전날 손OO을 만났던 친구는 금전적인 문제로 괴로워하면서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몇 번 한 적이 있다는 취쥐로 진술했을 뿐이다.피고인의 진술 외에 손○○과 이 사건 범행의 관련성을 인정할 만한 다른 증거가 없다.
피고인은 마치 미행을 하면서 알게 된 정보라는 취지로 ‘피해자가 운동을 많이 했고 검도도 했다.’고 진술하했으나, 피해자는 평소 운동을 많이 하지 않았고, 검도를 한 사실도 없었다. 원심은 피고인의 진술이 사실은 아니었지만, 피해자의 사무장이 한 ‘사무실에 죽도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근거로 피고인의 이 부분 진술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았으나, 피고인의 진술은 미행을 하면서 검도 등 운동을 하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는 취지여서, 사무실에 죽도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 진술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이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는 근거로 든 간접사실에는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 했다.
원심은 손○○이 피해자의 목에 흉기를 들이대는 과정에서 목 부위에 표재성 절창을 가하는 1차 가해행위를 한 후 복부ㆍ가슴을 찌르는 2ㆍ3차 가해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했는데, 만일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손○○에게 살인의 확정적 고의가 있었다면 뒤에서 목에 흉기를 들이대는 순간 목 부위를 찔러 살해하는 것이 더 쉬운 방법일 수 있는데도, 굳이 피해자를 돌려세운 후 복부ㆍ가슴을 공격했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원심은 ‘피해자가 2차 가해행위로 상당한 출혈이 발생하고 장시간 음주로 만취하여 저항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임에도 손○○은 가슴을 찌르는 3차 가해행위를 했다’는 취지로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이는 상처의 형태와 혈중알코올 농도만으로 당시 상황을 추측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손○○이 피해자와 몸싸움 과정에서 2ㆍ3차 가해행위를 했더라도, 흉기로 치명상을 가할 수 있는 배와 가슴을 강하게 찔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점에서 손○○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여지는 있으나, 이러한 미필적 고의는 싸움 과정에서 생긴 인식과 용인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현장에 있지 않았던 피고인에게까지 함부로 살인의 고의 및 공모 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한편 이 번 대법원 판결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고인의 진술이 형사재판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을 입증할 만한 신빙성을 갖추었는지에 관하여 보다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무죄추정의 원칙을 강조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진술의 주요한 부분에 배치되는 객관적 사정이 밝혀져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경우에 나머지 진술 부분을 신빙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근거나 증거가 제시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진술 중 지엽적인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해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다.
이 판결은 직접적인 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으로 살인의 고의 및 공동정범을 인정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해 유사한 사안에서의 하급심에 지침을 주는 사례가 되었다는 데에도 의의가 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대법원은 원심판결에는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 진술의 신빙성 판단, 살인죄의 고의 및 공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소사실의 인정에 필요한 충분한 심리를 하지 않아 중대한 사실오인을 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가는 사정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제보 진술은 주요한 부분에 관하여 객관적 사실과 배치되는 사정이 밝혀졌고, 나머지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위한 다른 추가 증거·근거가 충분히 제출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을 입증할 정도의 신빙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고, 범행 현장 상황 등 정황증거만을 종합하여 손○○과 피고인의 살인의 고의 및 공모 사실을 인정하기도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지시자에 대한 진술 부분] 피고인은 제보진술에서 '1999년 여름경 둘만 있는 자리에서 유탁파 두목인 백OO으로부터 피해자를 혼내 주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백OO은 1999.11.6.까지 광주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어 피고인의 위 진술부분은 객관적 사실과 명백히 배치돼 믿을 수 없다. 이후에도 그러한 지시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했으며 이후에도 그러한 지시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수차례 진술을 번복했다.
피고인 제보 진술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나 구체적 정황도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피고인은 직접 실행행위를 하지 않은 공동정범으로 기소돼 피고인의 기능적 행위 지배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범죄 실현의 전 과정을 통해 행위자 각자의 지위와 역할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어야 하는데, 손○○의 실행행위에 관한 피고인의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증거나 구체적 정황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은 ‘3,000만 원을 현금으로 받았고, 손○○이 실행행위를 한 직후 손○○에게 3,000만 원을 모두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피고인이 받았다는 3,000만 원에 관한 아무런 정황증거도 없을 뿐 아니라 피고인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돈을 받아 어떻게 보관하다가 손○○에게 언제 어디에서 이를 교부하였는지 등에 관한 진술이 없어 구체성이 떨어지고, 돈을 받은 시기가 범행 이전인지 혹은 이후인지에 대해서는 진술이 번복되기도 했다. 피고인이 손○○과 함께 두 달 가까이 주도적으로 범행을 준비했음에도, 자신의 기여 부분에 대한 대가를 전혀 받지 않았다는 것도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피고인은 손○○이 평소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죄책감에 괴로워했고 2014년 8월경 결국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사망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손OO이 자필로 작성한 유서에는 이 사건을 암시하는 내용이 전혀 없고, 사망 전날 손OO을 만났던 친구는 금전적인 문제로 괴로워하면서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몇 번 한 적이 있다는 취쥐로 진술했을 뿐이다.피고인의 진술 외에 손○○과 이 사건 범행의 관련성을 인정할 만한 다른 증거가 없다.
피고인은 마치 미행을 하면서 알게 된 정보라는 취지로 ‘피해자가 운동을 많이 했고 검도도 했다.’고 진술하했으나, 피해자는 평소 운동을 많이 하지 않았고, 검도를 한 사실도 없었다. 원심은 피고인의 진술이 사실은 아니었지만, 피해자의 사무장이 한 ‘사무실에 죽도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근거로 피고인의 이 부분 진술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았으나, 피고인의 진술은 미행을 하면서 검도 등 운동을 하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는 취지여서, 사무실에 죽도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 진술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봤다.
원심은 손○○이 피해자의 목에 흉기를 들이대는 과정에서 목 부위에 표재성 절창을 가하는 1차 가해행위를 한 후 복부ㆍ가슴을 찌르는 2ㆍ3차 가해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했는데, 만일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손○○에게 살인의 확정적 고의가 있었다면 뒤에서 목에 흉기를 들이대는 순간 목 부위를 찔러 살해하는 것이 더 쉬운 방법일 수 있는데도, 굳이 피해자를 돌려세운 후 복부ㆍ가슴을 공격했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원심은 ‘피해자가 2차 가해행위로 상당한 출혈이 발생하고 장시간 음주로 만취하여 저항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임에도 손○○은 가슴을 찌르는 3차 가해행위를 했다’는 취지로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이는 상처의 형태와 혈중알코올 농도만으로 당시 상황을 추측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손○○이 피해자와 몸싸움 과정에서 2ㆍ3차 가해행위를 했더라도, 흉기로 치명상을 가할 수 있는 배와 가슴을 강하게 찔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점에서 손○○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여지는 있으나, 이러한 미필적 고의는 싸움 과정에서 생긴 인식과 용인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현장에 있지 않았던 피고인에게까지 함부로 살인의 고의 및 공모 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한편 이 번 대법원 판결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고인의 진술이 형사재판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을 입증할 만한 신빙성을 갖추었는지에 관하여 보다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무죄추정의 원칙을 강조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진술의 주요한 부분에 배치되는 객관적 사정이 밝혀져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경우에 나머지 진술 부분을 신빙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근거나 증거가 제시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진술 중 지엽적인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해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다.
이 판결은 직접적인 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으로 살인의 고의 및 공동정범을 인정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해 유사한 사안에서의 하급심에 지침을 주는 사례가 되었다는 데에도 의의가 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저작권자 © 로이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메일: law@lawissue.co.kr 전화번호: 02-6925-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