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은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무상성, 실질과세의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했다.
원고는 의약품 원료 등을 수입해 국내에서 의약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인데 일본국 법인인 C(이하 'D')와 효소계 원료의약품 E(Streptokinase) 및 F(Streptodornase)(이하 ‘G’)를 단위(BU, Billion Unit)당 1,187,500원에 독점 수입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면서, 연간 구매수량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물품을 그 다음 해 3월 안에 ‘무료샘플’ 명목으로 공급받기로 약정했다(이하 ‘이 사건 특약’).
원고는 2014. 1. 15.부터 2015. 4. 29.까지 3차례에 걸쳐 이 사건 특약에 따라 별도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공급받은 G(이하 ‘이 사건 물품’)에 관하여 단위(BU)당 일본국 통화 5,000엔을 거래가격으로 하여 수입신고를 했다.
피고(서울세관장)는 이 사건 물품이 무상으로 수입되었으므로 관세법 제30조 제1항이 정한 ‘우리나라에 수출하기 위하여 판매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가 신고한 과세가격을 부인하고, 관세법 제31조가 정한 방법에 따라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단위당 구매가격(113,450~126,750엔/BU)을 기초로 과세가격을 결정, 2015. 12. 16. 원고에게 관세 및 부가가치세(가산세 포함, 합계 1억8291만4840원)를 경정·고지했다(이하 ‘이 사건 처분’).
이에 불복해 원고는 2016.3.4.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으나 2016.10.24. 기각결정을 받았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관세등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이 사건 물품의 실제지급가격은 원고가 유상구매물량의 대가로 지급한 ‘총 지급액’을 연간 유상구매물량과 연간 유상구매물량에 따라 무상으로 제공되는 할인물량인 이 사건 물품을 합한 ‘총 구매물량’으로 나눈 금액이 되어야 함에도 이 사건 물품이 무상수입물품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관세법 제31조에 따라 유상구매물량에 대한 잠정적인 기본가격으로 과세가격을 결정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1심(2017구합52153)인 서울행정법원 제6부(재판장 김정숙 부장판사)는 2017년 10월 13일 이 사건 물품과 동종·동질물품인 유상구입물품의 수입신고가격으로 과세가격을 결정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는 1심판결의 취소를 구하며 항소했다.
원심(2심 2017누82446)인 서울고법 제8행정부(재판장 이재영 부장판사)는 2018년 5월 11일 1심판결은 정당하다며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원심은 원고가 D와 이 사건 물품을 무상으로 공급받기로 합의하고, 이에 따라 이 사건 물품을 수입할 당시 그 대가를 따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등 이유로, 이 사건 물품이 관세법 시행령 제17조 제1호에서 정한 ‘무상으로 수입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특약은 구매수량이 연간 1,688BU 미만인 경우 연간 구매수량의 10% 또는 11%를 추가로 공급하고, 구매수량이 그 이상인 경우에는 구간별로 더 큰 비율에 따른 물품을 추가로 공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와 D 사이에는 연간 구매수량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물품이 반드시 추가로 공급된다는 것이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원고가 이 사건 특약에 따라 추가로 물품을 공급받으면 ‘연간 총 지급액’은 변하지 않으나 ‘연간 총 구매수량’이 증가하므로, 실질적으로 단위당 거래가격이 인하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특약이 포함된 이 사건 계약은 연간 구매계약으로서 잠정적인 기본가격을 설정하고 연간 구매수량에 따라 추가 공급수량이 확정되면 연간 총 지급액과 연간 총 구매수량에 따라 1년 단위로 최종적인 거래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의 계약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특약에 따라 추가로 공급되는 물품의 수량은 연간 구매수량의 10% 이상으로 적지 않다. 이러한 점까지 고려하면, 이 사건 물품이 ‘무료샘플’이라는 명목으로 공급되었고, 원고가 이를 수입할 당시 그 대가를 별도로 지급하지 않았더라도, 아무런 대가 없이 공급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물품은 관세법 시행령 제17조 제1호에서 정한 ‘무상으로 수입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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