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은 교인명단 제출 요구가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에서 정한 ‘역학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피고인이 거짓 자료를 제출하거나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은폐하는 행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감염병예방법 제79조 제1호를 적용하여 처벌할 수 없다.
대법원은 원심판단에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에서 정한 ‘역학조사’의 의미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봤다. 형벌법규의 구성요건 요소에 해당하는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에서 정한 ‘역학조사’의 의미와 범위(시행령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적법한 역학조사를 의미하고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점)에 관하여 최초로 판시한 판결이다.
BTJ(Back to Jerusalem) 열방(列邦) 센터’(이하 ’이 사건 센터‘)는 A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수련시설이다.피고인 1은 A 종교단체 소속 선교사로서 이 사건 센터의 교육 집행 및 행사를 기획하고, 시설물을 관리하는 자이다. 피고인 2는 이 사건 센터의 교육집행위원장으로 선교사 훈련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교육 및 후원 업무를 총괄하는 자이다.
2020. 11. 27.부터 2020. 11. 28.까지 이 사건 센터에서 ‘글로벌리더십 역량 개발 행사’(이하 ’이 사건 행사‘)가 개최됐다.
이 사건 행사에 참석한 김○○이 2020. 12. 3. 대구광역시 수성구보건소에서 코로나19 양성 확진 판정을 받게 됐다.
이에 상주시 역학조사 담당자는 2020. 12. 3. 이 사건 센터 관리자인 피고인 1에게 위 행사 기간에 이 사건 센터 시설에 출입한 자들의 명단과 해당 시설에 종사하는 자들의 명단(위 각 명단을 합하여 이하 ‘이 사건 명단’)을 제출해달라는 요구를 했다.
2020. 12. 4.과 2020. 12. 16.에도 이 사건 명단을 제출해 달라는 상주시장 명의의 공문이 이 사건 센터 측에 송부됐다.
[① 공소사실]상주시장은 2020. 8. 24. 교회 모임이나 각종 행사는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 집합ㆍ모임ㆍ행사를 제한하도록 명령했으며, 이 사건 센터도 2020. 8. 25. 상주시장으로부터 집합제한금지 명령을 송달받았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2020. 10. 9. ~ 2020. 10. 10. 이 사건 센터에서 ‘2020년 후반기 1차 비전스쿨 교육’ 행사(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를 진행함으로써 상주시장의 집합제한금지명령을 위반했다.
[②공소사실]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2020. 12. 3., 2020. 12. 4. 두 차례에 걸쳐 상주시 역학조사 담당자 등으로부터 이 사건 명단의 제출을 요구받고도 이를 거부함으로써 상주시장의 역학조사를 거부했다.
[③ 공소사실]피고인 1은 2020. 12. 17. 이 사건 행사에 참석한 전국 교인의 명단이 방역 당국에 노출될 것을 우려하여 이 사건 행사에 참석한 사람 중 일부가 누락되어 있고, 실제 참석하지 않은 96명의 거주지 및 연락처가 기재되어 있는 총 543명의 출입자 명단을 상주시 측에 제출했다. 이로써 피고인 1은 상주시장이 실시하는 역학조사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거짓 자료를 제출함과 동시에 위계로써 상주시보건소의 역학조사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
[ ④공소사실] 피고인 2는 2020. 12. 26. 이 사건 센터의 간사로 하여금 이 사건 센터 입구 부근에 부착된 상주시장 명의의 집합금지 명령서를 떼어내는 방법으로 강제처분의 표시를 손상하여 그 효용을 해하도록 교사했다.
1심 ①, ②, ④공소사실 유죄, ③공소사실 무죄(분리확정). 피고인 1은 징역 1년 및 벌금 300만 원, ③공소사실 무죄(피고인 1이 결과적으로 실제 참석자들과 일치하지 않은 명단을 제출했다고 하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피고인이 거짓자료를 제출하거나 위계로써 공무집행을 방해할 고의가 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함) , 피고인 2는 징역 1년 벌금 300만 원(전부유죄).
피고인들(상주시 보건소의 이 사건 명단 제출 요청은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역학조사에 해당하지 않아 ②공소사실에 대한 법리오해, 양형부당)과 검사(양형부당) 모두 유죄부분에 대해 항소했다. ③공소사실은 검사가 항소하지 않아 1심 단계에서 분리 확정됐다.
원심(2심)은 쌍방 항소 기각해 1심을 유지했다.
상주시장 측이 피고인 1에게 이 사건 명단의 제출을 요구한 것은 ‘확진자의 감염원을 추적하고, 감염병환자, 감염병의사환자 및 병원체보유자(이하 ’감염병환자등‘)의 발생 규모를 파악하는 동시에 감염병의 감염경로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서 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17호에서 정한 ‘역학조사’의 정의에 포섭된다. 따라서 상주시장 측의 위와 같은 요청을 거부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 제1호에서 정한 ‘역학조사를 거부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피고인들만이 상고했다. 피고인들은 ②공소사실을 제외한 나머지 유죄부분에 대해서는 상고이유로 다투지 않고 있다.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적 요소에 해당하는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의 ‘역학조사’는, 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17호의 정의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1, 2항과 제29조,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4항의 위임을 받은 감염병예방법 시행령이 정한 주체, 시기, 대상, 내용, 방법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활동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함.
아울러 ‘요구나 제의 따위를 받아들이지 않고 물리침’을 뜻하는 ‘거부’ 의 사전적 의미 등을 고려하면,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 제1호에서 정한 ‘역학조사를 거부하는 행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나 그의 공범에 대하여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에서 정한 ‘역학조사’가 실시되었음이 전제되어야 함.
● 쟁점 공소사실(②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 제1호에서 정한 ‘역학조사를 거부하는 행위’에 해당하려면, 상주시장 측의 이 사건 명단 제출 요구가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에서 정한 ‘역학조사’에 해당해야 한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상주시장 측의 이 사건 명단 제출 요구가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1, 2항과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4항의 위임을 받은 구 감염병예방법시행령(2021. 12. 14. 대통령령 제3221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 정한 역학조사의 주체, 시기, 내용, 방법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심리한 다음, 그 결과를 토대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 제1호에서 정한 ‘역학조사를 거부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
● 그런데도 원심은 (상주시장 측의 이 사건 명단 제출 요구가 시행령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적법한 역학조사가 실시되었는지 확정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들의 행위가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 제1호에서 정한 ‘역학조사를 거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저작권자 © 로이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메일: law@lawissue.co.kr 전화번호: 02-6925-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