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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이동제한 명령 어기고 돼지 판매 피고들 손배책임 인정한 원심 파기환송

이동제한명령 위반과 원고의 살처분 보상금 등 지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 없어

2022-10-23 09:15:24

대법원 청사.(대법원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대법원 청사.(대법원홈페이지)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2022년 9월 16일 피고들이 구제역 확산을 막기위한 원고(철원군)의 이동제한 명령을 어기고 강원도 철원군에 있는 농장으로 돼지 260매를 판매한 사안에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구상금)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의정부지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2.9.16.선고 2017다247589 판결).

원심은 피고들의 이 사건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한 이동제한명령 위반과 원고의 살처분 보상금 등 지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 상당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했다.

피고 A, B는 세종특별자치시에서 돼지를 키우는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피고 A, B의 농장 근처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세종특별자치시장은 2015. 1. 8.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서 피고 A, B의 농장을 포함해 그 일대에서 사육되는 돼지에 대해 「가축전염병 예방법」에서 정한 이동제한명령을 발령했다.

피고 A, B는 2015. 2. 7. 이 사건 이동제한명령을 어기고 피고 C, D, E의 중개로 F에게 돼지 260두를 판매해 강원도 철원군에 있는 F의 농장으로 이동시켰다.
이후 F의 농장에 있는 돼지 중 일부가 구제역이 의심되는 증상을 보였고, 2015. 2. 9.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F의 농장에서 사육되던 F 소유의 돼지 618마리와 G 소유의 개 7마리, 닭 80마리가 살처분됐다. 살처분된 돼지 618마리에는 피고들이 위와 같이 이동시킨 돼지 260마리가 포함되어 있었다.

원고(철원군)는 F과 G에게 가축전염병예방법에 근거하여 위와 같은 살처분에 따른 살처분 보상금, 생계안정비용, 살처분 비용을 지급했다.

원고는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173,118,000원과 이에 대하여 2015. 12. 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며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들은 "원고가 F,G에게 살처분 보상금 등을 지급한 것은 가축전염병 예방법 및 같은 법 시행령 등에 따른 것일 뿐, 피고들의 이동제한명령 위반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피고들의 불법행위와 원고가 입은 손해 사이에는 상당 인과관계가 없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손해배상 범위는 F가 피고 B로부터 매수한 돼지 260두에 대한 살처분 보상금에 국한되고, 나머지 생계안정자금 및 G에게 지급산 살처분보상금 등은 특변손해에 해당돼 손배배상 범위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2015가단124958)인 의정부지법 권창영 판사는 2016년 10월 26일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173,118,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12. 1.부터 피고 A, C는 2015. 12. 24.까지, 피고 B는 2016. 3. 15.까지, 피고 D는 2016. 1. 17.까지, 피고 E는 2016. 3. 17.까지 연 5%, 각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을 선고했다.

피고들은 항소했다.
원심(2심)인 의정부지법 제1민사부(재판장 최종한 부장판사)는 2017년 6월 22일 원고이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1심결은 정당하다며 피고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설령, 이를 특별손해라고 가정하더라도, 이동제한명령을 위반하여 돼지를 반출시킨 피고들로서는 매매 목적물인 돼지는 물론, 그 돼지를 매수하여 인도받는 농장에 기존에 있던 가축들까지 살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과 그로 인하여 원고가 살처분 보상금, 생계안정비용, 살처분 비용을 지출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배척했다.

원심은 피고들이 이 사건 이동제한명령에 반하여 돼지를 이동시켜 돼지를 반입한 농장의 가축들이 살처분되게 했으므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가 지출한 살처분 보상금 등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피고들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려면 위법한 행위와 피해자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일반적인 결과 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주의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과 보호법익,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침해이익의 성질 및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5다21821 판결 등 참조).

또한 구 가축전염병예방법은 위와 같은 살처분명령으로 살처분된 가축의 소유자에게 일정한 보상금을 지급하여야 하고(제48조 제1항 제2호), 다만 이동제한명령을 위반한 경우에는 보상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감액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제49조 제3항 제2호 참조).

대법원은 구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 정한 이동제한명령은 가축전염병이 발생하거나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일 뿐, 구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 정한 살처분 보상금 등을 지급하는 지방자치단체인 원고가 이러한 규정을 들어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가축 소유자에게 살처분 보상금 등을 지급하는 것은 가축전염병 확산의 원인이 무엇인지와 관계없이 구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 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의무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원고가 살처분 보상금 등을 지급하게 된 가축전염병 확산의 원인이 피고들의 이 사건 이동제한명령 위반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원고의 살처분 보상금 등 지급이 피고들의 이 사건 이동제한명령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라거나 원고가 다른 법령상 근거 없이 곧바로 피고들을 상대로 원고가 지급한 살처분 보상금 등 상당을 손해배상으로 구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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