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은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검사의 직무행위로 인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에서 과실과 위법성, 손해의 발생 및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국가 형벌권의 실현을 위하여 공소제기와 유지를 할 의무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하여야 할 의무를 진다고 할 것이고, 검사가 수사 및 공판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발견하게 되었다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다23447 판결 참조).
원고는 2015년 10월 30일 사건 당시 술에 취해 피해자(피고 B)의 방에 들어갔다. 피고 B는 당시 졸피뎀(불면증 치료에 사용하는 마약 성분의 약품)을 복용해 당시 상황을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원고는 이후 속옷만 입은 채로 피고 B의 방에서 깨어났다. 원고는 사건 당시에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원고는 정신을 차린 후 피고와 '기억이 없으나 미안하다'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원고는 피고 B의 고소로 기소돼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 B와 피고 B를 진료한 피고 C, 원고의 형사사건을 수임한 변호인(법무법인), 유전자 감정서를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 사건 담당검사(피고 대한민국)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피고 B가 원고에게 성폭행 당한 사실이 없음에도 허위 사실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피고 C는 피고 B에 대한 성폭력 피해자 진료를 하면서 채취된 분비물이 정액이 아님에도 진료기록에 'semen(정액)발견'이라고 잘못기재했다는 이유로, 피고 법무법인에 대해서는 자백을 강권하거나 정액 대조를 바라는 원고의 요청을 무시 내지 저절했다는 이유로, 사건담당검사는 원고에게 자백을 강요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 감정서를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5000만 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부터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1심(2019가단23407)인 청주지법 충주지원 남천규 판사는 피고 B, 피고 C, 피고 법무법인에 대한 청구는 모두 기각하고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는 일부 인용해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에게 300만 원과 아에 대하여 2019.11.19.부터 2020.8.13.까지는 연 5%, 그 다음날 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을 선고했다.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대한민국 사이에 생긴 부분의 20%는 피고 대한민국이 부담하고 나머지 80%는 원고가 부담하며, 원고와 나머지 피고들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부담한다.
1심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로는 검사의 자백 강요 또는 강요에 의해 원고의 자백이 이루어진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다. 다만 검사가 기소 당시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자료인 '유전자감정서'를 증거 목록에 넣지 않은 사실은 인정된다. 검사가 수사 및 공판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발견하게 되었다며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이를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원심(2심 2020나15776)인 청주지법 제2-3민사부(재판장 최유나 부장판사)는 2021년 10월 28일 1심판결은 정당하다며 원고와 피고 대한민국의 항소는 이유 없이 이를 모두 기각했다. 항소비용 중 원고와 피고 대한민국 사이에 생긴 부분은 각자 부담하고, 원고와 나머지 피고들사이에 생긴부분은 원고가 부담한다.
원심은,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부인하던 원고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게 된 경위를 비롯한 제1심 판시 사실 등을 종합하면 시료에서 원고의 정액이나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감정서는 형사 피고사건에 대한 원고의 자백이나 부인, 소송 수행 방향의 결정 또는 방어권 행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자료로 볼 수 있는데, 검사가 원고에 대한 공소제기 당시 위 유전자감정서를 증거목록에서 누락했다가 원고 측 증거신청으로 법원에 그 존재와 내용이 드러난 이후에야 증거로 제출한 것은 검사가 직무를 집행하면서 과실로 증거제출 의무를 위반한 것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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