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사인증여와 유증의 실제적 기능이 다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인증여의 철회가 허용된다는 법리를 처음으로 판시했다.
원고가 2012. 1. 27.과 2013. 4. 25. 피고(내연녀)에게, 원고와 피고 사이에 출생한 혼외자인 아들(A)에게 원고 소유인 부동산을 사인증여한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해 주면서, 위 부동산에 관하여 2013. 5. 13. (A가 아닌) 피고 명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첫 번째 각서는 자신 소유 부동산 중 40%를 피고와 A에게 넘긴다는 것이었으며, 두 번째 각서는 2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A에게 상속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인증여(死因贈與)는 증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서 생전에 미리 계약을 맺으나 그 효력발생은 증여자의 사망을 법정조건으로 하는 증여이다(민법 제562조).
이후 원고와 피고의 관계는 파탄되었고 원고와 A 사이의 관계도 단절됐다.
원고는 2015. 2. 6. 서울가정법원에 피고와 A를 상대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소송을 제기했고, 위 사건에 관하여 2015. 11. 23. 원고와 피고 및 A사이에 ‘원고가 A를 원고의 친생자로 인지하고, 피고를 A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며, 원고는 피고에게 A의 양육비로 2015. 12.부터 A가 성년이 될 때까지 월 200만 원을 지급하고 원고의 A에 대한 면접교섭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됐다.
이후 원고는 사인증여를 철회한다고 주장하면서 위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제1심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와 A 사이에 각서 작성을 통해 사인증여계약이 성립되었고, 피고 명의 근저당권은 원고의 A에 대한 사인증여로 인한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것인데, 사인증여도 이 사건과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철회할 수 있다. 결국 원고의 사인증여 철회로 피고 명의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가 소멸했으므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
원심은 항소기각으로 1심을 유지했다. 피고는 상고했다.
유증의 철회를 인정한 민법 제1108조 제1항을 사인증여에 준용할 수 있는지 여부(사인증여의 철회 인정 여부)가 쟁점이었다.
▣ 민법 제562조는 사인증여에는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고, 민법 제1108조 제1항은 유증자는 그 유증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써 유증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사인증여는 증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효력이 발생하는 무상행위로 그 실제적 기능이 유증과 다르지 않으므로, 증여자의 사망 후 재산 처분에 관하여 유증과 같이 증여자의 최종적인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증여자가 사망하지 않아 사인증여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임에도 사인증여가 계약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법적 성질상 철회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것은 아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증의 철회에 관한 민법 제1108조 제1항은 사인증여에 준용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대법원은 원심은 사인증여의 철회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으나 이 사건의 경우 예외적으로 사인증여의 철회가 인정된다고 보았는데, 사인증여의 철회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부분은 부적절하나 이 사건 사인증여의 철회를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수긍했다.
(판결의 의의) 유증의 철회를 인정한 민법 제1108조 제1항을 사인증여에 준용하여 사인증여의 철회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학설의 대립이 있을 뿐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판시한 적이 없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사인증여와 유증의 실제적 기능이 다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인증여의 철회가 허용된다는 법리를 처음으로 판시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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