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심의 형은 너무 부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해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있고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고 했다.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이상 따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지는 않았다.
또 원심과 같이 피고인에게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수강과 아동관련기관에 5년간 취업제한을 각 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이 가장 존엄하고 근본적인 가치이자 국가와 사회가 보호해야 하는 인간의 생명을 침해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처벌이 필요하나, 다른 한편으로 피고인이 만 20세에 출산해 홀로 피해자를 양육하다가 극심한 산후우울증에 걸려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정을 감안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했다.
특히 대한민국 헌법 제36조 제2항에서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피고인이 사회적 보장제도와 배우자 및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홀로 육아를 담당하다가 산후우울증에 걸린 사정을 양형요소로 고려했다.
피고인은 자신이 출산한 피해자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호·양육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생후 1개월에 불과한 피해자의 뒤통수 부위를 때리고, 머리를 가누지 못하는 피해자의 몸통을 잡아 앞뒤로 흔들고, 피해자를 침대 매트리스 위로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폭행 및 학대했다.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지주막하출혈 등 심각한 두부 손상을 입었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됨으로써 결국 사망에까지 이르게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산모나 신생아의 지원을 위해 여러 제도(도우미 지원, 건강관리지원 등)를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주로 미혼모를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피고인의 경우와 같이 혼인했으나 경제적 형편이 매우 어려운 임산부를 지원하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매우 많이 소홀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지원 부족과 불균형은 국가의 한정된 재원을 고려하더라도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제도마저도 홍보 부족 등으로 피고인과 배우자는 이를 제대로 알지 못했고, 그러한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 70만 원이라는, 피고인의 경제적 형편에 비추어 매우 큰 금액의 자기부담금을 내야 해서 그 혜택을 누릴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고 했다.
피고인은 임신 중에 이미 우울증을 겪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데, 육아로 인해 몸과 마음이 점차 피폐해지자 출산을 후회하면서 스스로를 비난하거나 외로움, 우울, 충동을 느끼는 등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됐다. 피고인은 배우자(택배작업으로 주6일동안 오후 4시 출근 다음날 오전 9시경 퇴근한 다음 잠을 자고 다시 출근 반복)에게 육아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고 자신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으나,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배우자는 피고인을 달래기만 할 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따라서 피고인 혼자서 하루종일 육아에 대한 책임을 부담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저질러진 이 사건 범행의 결과를 놓고 전적으로 피고인만을 사회적으로 강도높게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한 피고인은 학생시절 조용하고 솔선수범하며 어려운 친구들을 돕는 배려심 많고 의리있는 학생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부친의 사업 실패로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지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식당 아르바이트, 택배 작업 등을 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돕는 등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왔던 것으로 보인다. 출산 직후 극심한 산후우울증을 겪던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일 뿐, 그외에 피고인이 평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나머지 폭력적이거나 가학적인 행동을 반복했다거나 이 사건 범행이 그러한 성향의 발현이라고 볼 만한 정황은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
피고인은 구속 수감되어 생활하면서 피해자를 진정으로 그리워하고 있다.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들의 걱정과 위로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된 충동으로 누구보다도 소중한 피해자를 잃게 된 것에 대하여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고통과 죄책감속에 괴로워하고 있고, 그러한 고통과 죄책감으로 인하여 중증도 이상의 우울증 진단을 받아 약물까지 복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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