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형기준은 5만 리터 이상을 일반규모, 50만 리터 이상을 대규모로 하여 유형을 분류하고 있으나, 피고인이 보관하여 유통시킨 가짜석유는 다른 석유제품과 혼합하지 않은 HLBD 자체의 보관 수량만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7,325만 리터에 이르러, 일반적인 대규모 유통의 범주를 현저하게 초과한다.
피고인은 폐기물재활용업체로 등록된 업체를 내세워 정제유 생산을 가장하면서 정유사로부터 공공연하게 대량의 경유 유사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았고, 허위의 거래 외관을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여 장기간에 걸쳐 범행을 계속했다. 피고인이 이를 통하여 막대한 세금을 탈루하면서 거액의 범죄수익을 얻었을 것임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더구나 피고인은 노골적으로 수사 지연시키고, 다수의 하위 공범들이 이미 징역형의 확정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범행 부인을 넘어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허위의 근거와 자료를 제시하면서, 장기간 죄책을 회피하려는 시도를 했다.
김용희 판사는 위와 같은 정상을 종합해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 범위의 상한을 초과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했다.
누구든지 가짜 석유제품으로 제조·사용하게 할 목적으로 석유제품, 석유화학제품, 석유대체연료, 탄소와 수소가 들어있는 물질을 공급·판매·저장·운송 또는 보관하여서는 아니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2년 8월 8일경 불상지에서 D으로 하여금 주유소, 공장 등에 공급해 가짜 석유제품으로 제조·사용할 석유제품인 ‘HLBD(경유로 정제되기 전 석유중간제품)’를 대량으로 저장할 저장소를 마련하도록 하고, 이에 D은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천안 목천 저장소’, ‘충주 저장소’, ‘안성 저장소’(이하 가짜 석유저장소)를 마련했다.
나아가 피고인은 위 D으로 하여금 위 저장소들을 관리할 관리책과 피고인 운영의 C 및 ㈜G 터미널(임차한 보관소)에서 전국 각 주유소로 ‘HLBD’를 운반할 운반책 등 10여 명 이상의 운전기사를 고용하게 한 후, 이곳에서 출고된 ‘HLBD‘를 가짜 석유 저장소에 저장하도록 하고, 이에 D은 관리책인 H으로 하여금 위 저장소들을 관리하도록 하고, 운반기사들로 하여금 가짜 석유 제품으로 제조·사용될 위 HLBD를 운반하도록 했다.
피고인은 D와 공모해 2012. 8. 8.경부터 2015. 10. 15.경까지 총 2,299회에 걸쳐 위 가짜 석유 저장소에 가짜석유제품으로 제조·사용될 ‘HLBD' 합계 7325만602리터 상당을 저장하고, I, J, K, L, M, N, O, P, Q 등 운반책과 공모해 2012. 9. 14.경부터 2016. 2. 23.경까지 총 2,653회에 걸쳐 합계 8426만8,88 리터 상당의 ’HLBD‘를 운송해 가짜석유제품으로 제조·사용하게 할 목적으로 석유제품을 운송했다.
김용희 판사는 OO오일뱅크가 피고인이 원하는 규격에 따라 피고인 운영의 ㈜C를 위해 HLBD를 생산하여 C에게만 HLBD를 판매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피고인이 처음부터 정제유 제조가 아닌 다른 목적을 가지고 폐기물재활용업체를 통한 정제유 생산의 외관을 만들어 H오일뱅크와 HLBD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H오일일뱅크로부터 HLBD를 대량으로 구매하여 이를 유통시켰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HLBD는 그 자체로 가짜석유 제조에 매우 적합하고 가짜석유로 유통될 위험이 매우 큰 특수한 석유제품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사건 각 저장소로 HLBD를 운반한 운전기사들 중 상당수는, D가 무전기를 이용하여 차량들이 이 사건 각 저장소(가짜석유 저장소)로 들어오는 것을 사전에 통제하고, 주로 야간에 하차 작업을 하게 한 점 등에 비추어 정상적인 석유제품 운송이 아닌 것을 의심했다고 진술했고, 가짜석유 제조 목적 HLBD 운송 범행 가담을 자백하여 관련 범죄사실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점까지 더하여 보면, 피고인이 단순히 운반과 보관의 편의를 위하여 이 사건 각 저장소로 HLBD를 이동시켜 보관한 것이 아님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피고인이 정상적으로 HLBD를 관련 거래처들에 판매하였다고 주장하는 내역의 대부분은 허위의 거래임을 인정할 수 있다. 유사석유 제조 전력이 있는 D가 같은 장소에 동시에 HLBD와 정상 경유를 동시에 반입한 것은, 이를 혼합하여 가짜석유제품을 제조하거나 HLBD를 주유소 등으로 공급하는 것을 정상 경유 유통으로 가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했다.
피고인이 주장하는 다른 주요 거래처인 Y를 운영한 Z도, 피고인을 통해 허위의 매입자료를 구하기 위해 실물거래 없이 C, 주식회사 W(X가 대표이사인 W 주식회사와 다른 회사이다)로부터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았고, 대금을 지급한 뒤 돌려받는 방법으로 정상 거래를 가장했다고 진술했다
피고인의 주요거래처인 W주식회사의 대표 X와 W 주식회사는 수사기관에서 ㈜C 등으로부터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했고, 그 범죄사실에 대하여 조세범처벌법위반죄로 고발됐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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