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은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범인도피교사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피고인 A는 2018년 11월 6일경 피고인이 신청한 형집행정지 연장 신청이 2018년 11월 6일 불허됐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자 연인인 B에게 "내 명의로 된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수사기관의 추적을 받을 수 있으이 당신의 아들 F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달라. 그리고 당신 모친의 집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앞서 부산지검은 2018년 11월 7일 피고인 A와 그의 형집행정지 신원보증인인 피고인 B에게 이를 통지하려 했으나 피고인들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았고 11월 9일 부산지검 형집행정지 담당직원이 피고인 A의 소재를 확인하고자 주거지를 찾아갔으나 피고인 A는 주거지를 이탈해 도망했다.
B는 2018년 11월 8일경 F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후 피고인에게 건네주어 사용하게 하고, 그날 부터 같은해 12월 17일경까지 모친의 집에서 피고인을 거주하게 해 은신처를 제공했다.
피고인 B는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지를 범한 피고인 A를 도피하게 했다.
피고인 A 및 변호인은 "피고인은 도피의사가 없었다. 형집행기관(검찰 및 부산구치소)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형집행정지 연장이 허가된 것으로 알았고, B의 아들 명의 휴대폰을 사용한 것은 당시 피고인의 휴대전화 액정이 깨져서 그런 것이고, B의 모친 집에서 거주한 것은 피고인의 집 문이 잠겨있어서 일시적으로 그렇게 한 것일 분이다. B는 당시 피고인이 구치소로 복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으므로 피고인을 도피시킨다는 결의 내지 인식이 없었다. B에게 범인도피죄가 성립 할 수 없고 피고인에 대해서도 그 교사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2019고합405)인 부산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권기철 부장판사)는 피고인 A의 희망에 따라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피고인 A에 대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했고 만장일치로 징역 1년의 양형의견을 냈다. 검사는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또 범인도피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B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검사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 A의 건강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은 점, 배심원들의 양형의견을 참작했다. 피고인 B에게는 연로한 모친과 어린 자녀들이 있는 점,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
그러자 피고인 A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양형부당으로 항소했다.
피고인 A는 "B에게 피고인을 도피하게 하는 교사행위를 하지 않았고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형집행정지 연장이 허가된 것으로 알았다. 그리고 B의 검찰에서의 진술은, 임산부인 B이 검찰에서 물만 마시고 제대로 쉬지 못한 채 6시간 동안 장시간 추궁당하면서 무섭고 지친 상태에서 ‘당신은 봐줄 테니 시인하라’는 검사의 회유에 넘어가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허위의 진술로서 임의성과 신빙성이 없다. 또한 B의 1심법정에서의 진술도 검사의 회유와 겁박에 겁을 먹고 한 것으로서 임의성과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원심(2심 2020노64)인 부산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오현규 부장판사)는 2021년 4월 14일 1심판결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되지 아니하므로, 범인이 도피를 위하여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 역시 도피행위의 범주에 속하는 한 처벌되지 아니하며, 범인의 요청에 응하여 범인을 도운 타인의 행위가 범인도피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범인이 타인으로 하여금 허위의 자백을 하게 하는 등으로 범인도피죄를 범하게 하는 경우와 같이 그것이 방어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을 때에는 범인도피교사죄에 해당할 수 있다. 이 경우 방어권의 남용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범인을 도피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목된 행위의 태양과 내용, 범인과 행위자의 관계,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형사사법의 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의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3도12079 판결 참조).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B에게 요청하여 새로운 휴대전화를 개통하여 받고, 은신처를 제공받은 행위는 형사사법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한다고 보기 어려운 통상적인 도피의 한 유형으로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자신의 방어권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B으로 하여금 범인도피죄를 범하게 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1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또는 범인도피교사죄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결과적으로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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