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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서비스용역위탁계약 체결 엔지니어 '근로자에 해당'…근로자 인정 부족 원심 파기환송

2021-11-23 12:23:26

(사진=대법원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대법원홈페이지)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박정화)는 2021년 11월 11일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라며 제기한 퇴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들이 피고에게 전속되어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종속적인 노동관계에 있었던 근로자로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서울중앙지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1.11.11.선고 2019다221352).

대법원은 원고들이 피고와 체결한 이 사건 위탁계약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은 원고들이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계약관계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인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피고는 정수기 등 가정용 기기 제조·판매, 정수기 사후관리(이하 ‘AS’라고 한다), 렌털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피고와 서비스용역위탁계약을 체결한 엔지니어들은 피고 제품에 대한 설치·AS 및 판매 등 업무를 수행했다.

또한 피고는 엔지니어 중에서 계약기간이 오래되고 실적이 뛰어난 엔지니어를 Senior Manager(이하 SM)로 위촉해 일정한 권역 내의 엔지니어 업무를 총괄하도록 추가 위탁하고 있다.

원고 A는 2009.7.27.부터 2016.5.31.까지 피고회사와 엔지니어로서 서비스용역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수행하다가 피고 회사와 계약을 해지했고, 원고 B는 2001.7.2.부터 2008.2.22.까지 업무를 수행하다가 피고 회사의 요청에 따라 정산금을 지급받고 계약관계를 종료한 후 2008.2.23.부터 2016.1.31.까지 피고 회사와 엔지니어로서 서비스 용역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수행하다가 피고 회사와 서비스 용역위탁계약을 해지했다.

엔지니어들은 피고가 정한 수수료 규정에 따라 고정적인 기본급 없이 실적에 따라 제품의 설치·AS수수료 및 판매수수료를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받았다.

피고는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신입교육, CS(Customer Service, 고객서비스) 교육 등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했고, 고객으로부터 불만접수 건수가 월 5건 이상인 엔지니어들에게는 별도로 CS 에센스 교육도 실시했다. 또한 피고는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기술력 평가시험도 실시했다. 실적이 부진한 엔지니어를 질책하거나, 사무소 복귀, 교육 참석, 휴무일 근무 등의 불이익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매출촉진을 독려했다.

원고들( 원고 A는 3,783만원, 원고 B는 1,856만 원)은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원고들은 "이 사건 서비스용역 위탁계약 제2조 제2항은 '수탁자(원고들)는 위탁자(피고)와 근로관계에 있지아니하며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고유의 사업을 영위하는 독립 사업자이다. 따라서 수탁자는 업무계약 연수와 상관없이 위탁자에게 퇴직금을 청구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원고들의 위 근무기간 동안 실질적으로 피고 회사에 전속되어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방식을 임금을 지급받는 종속적인 노동관계에 있었던 근로자들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근로기준법상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1심(2017가단5067984)인 서울중앙지법 최용호 판사는 2018년 4월 24일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원고들은 피고 회사로부터 구체적인 지휘나 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해 자신의 계산으로 위탁계약상 용역을 수행했다 할 것이므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했다.

피고는 엔지니어에게 지급하는 수수에서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했고 엔지니어에게 4대보험을 가입신고하거나 그 보험료를 납부하지는 않았다. 서약서, 용모 복장 규정, 엔지니어 10대 행동강령의 내용은 피고 회사가 고객에 대한 적정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것으로 서비스용역 위탁계약의 성질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원고들은 항소했다.

원심(2심 201829169)인 서울중앙지법 제6민사부(재판장 김행순 부장판사)는 2019년 1월 15일 1심판결은 정당하다며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원고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피고는 원고들이 수행할 업무 내용을 정했고, 원고들에 대한 업무상 직접적인 지휘·감독은 주로 피고의 SM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전체적으로 보아 자신의 핵심적인 사업 영역에서의 성과를 달성하려는 피고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이상 피고가 원고들의 업무수행에 관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들이 제품의 설치·AS업무와 판매업무 사이의 비중을 조절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각 업무들이 피고의 상당한 지휘․감독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원고들이 업무에 사용할 PDA, 차량의 구입 및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고, 스스로의 비용으로 판촉활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피고 역시 사무에 필요한 공간을 원고들에게 제공하고 일정한 경우 위 비용 중 일부를 지원하기도 했다.

피고는 원고들을 비롯한 엔지니어들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에서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했고, 엔지니어들을 피보험자로 하여 고용보험 등에 가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들은 사용자인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에 불과하므로, 위와 같은 사정들은 원고들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원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과 같은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21. 8. 12. 선고 2021다222914 판결 등 참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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