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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처음본 피해자의 뒤에 다가가 소변 본 피고인 무죄원심 파기환송

2021-11-07 12:56:00

대법원 청사.(사진제공=대법원)이미지 확대보기
대법원 청사.(사진제공=대법원)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2021년 10월 28일 피고인이 놀이터 의자에 앉아 통화를 하고 있는 처음 본 피해자의 뒤로 몰래 다가가 피해자의 등 쪽에 소변을 봐 강제추행(예비적 죄명 폭행) 혐의로 기소된 상고심에서 검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한 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대전지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1.10.28. 선고 2021도7538 판결).

원심(대전지방법원 2021. 6. 2. 선고 2020노1362 판결)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 당시에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가 집에 도착해 비로소 소변이 묻어 있는 것을 보고 짜증도 나고 더러워서 혐오감을 느꼈다고 진술한 사실 등을 설시한 후, 기록과 증거들을 살펴보더라도 피해자가 자신의 머리카락과 옷에 묻은 피고인의 소변을 발견하고 더러워 혐오감을 느꼈다는 점을 알 수 있을 뿐,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형법 제298조의 ‘추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했다.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856 판결 등 참조). 성적 자유를 침해당했을 때 느끼는 성적 수치심은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만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19도16258 판결 참조).

추행 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할 만한 행위로서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행위자가 대상자를 상대로 실행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그 행위로 말미암아 대상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반드시 실제로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공중밀집장소추행죄에 관한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5도7102 판결 참조).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는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추행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고, 피고인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추행행위에 해당한다면 그로써 행위의 대상이 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침해되었다고 보아야 하며, 행위 당시에 피해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하여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피고인은 차량을 운전하여 이동하다가 차량을 일시 정차하고 전조등과 비상등을 켜둔 상태로 내린 후 아무런 이유 없이 이 사건 아파트 인근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피해자의 뒤를 따라갔다. 피해자는 아파트 놀이터에 이르러 의자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피고인은 피해자의 등 뒤에 소변을 보았다.

피고인은 ‘화가 난 상태에서 차에서 내렸는데, 횡단보도 앞에 있는 여자를 발견하고 화풀이를 하기 위하여 따라갔고, 욕설을 하는 등 화풀이를 하려고 했으나 피해자가 의자에 앉아 계속 통화를 하고 있어서 홧김에 피해자의 등 위에 소변을 보았다’는취지로 진술했다.

피해자는 ‘놀이터에서 뒤에 있는 사람 그림자를 보았고, 이후 머리에 무엇인가 닿는 느낌이 들어 정수리 부분을 만져 보았으나, 이상이 없다고 생각했다. 옷을 두껍게입었고 날씨도 추워서 소변 냄새를 맡지 못한 것 같다. 집에 가려고 일어났을 때 남자가 앞쪽으로 튀어나가 깜짝 놀랐는데, 보니까 횡단보도에서 신호대기 중 보았던 남자였다. 집에 가서 옷과 머리카락이 젖어 있고 냄새를 맡아 보니 소변 냄새가 나서 뒤에서 있던 남자가 소변을 싼 것이라고 생각되어 신고했고, 짜증이 나고 더러워서 혐오감을 느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피고인은 이 사건 이후인 2019년 12월 5일 오후 10시 4분경에도 화가 난다는 이유로 나이어린 여성의 뒤로 접근해 가방을 잡아당기면서 침을 뱉는 행위를 하여 폭행죄로 입건됐다가 피해자가 처벌의사를 철회하여 공소기각판결이 선고됐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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