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고유예란 범정(犯情)이 경미한 범인에 대하여 일정한 기간 형(刑)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을 사고 없이 지내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 선고유예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면소(免訴)된 것으로 본다. 곧 유죄판결의 선고가 없었던 것과 똑같은 효력이 있다.
항소심은 피고인은 아내인 피해자가 잠이 든 사이에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열람하고(1심 유죄), 아내가 친구와 전화 통화 하는 내용을 몰래 녹음한 부분(1심 무죄)을 유죄로 인정했다.
또 원심판결 무죄부분 중 2020년 2월 9일경, 2020년 3월 13일경, 2020년 2월 28일경 각 통신비밀보호법위반의 점에 관한 검사의 항소는 기각해 1심을 유지했다. 이 부분 공소사실은 정당행위에 해당하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수긍했다.
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의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고,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 피고인은 아내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황에서 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하여 우발적으로 위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여 그 동기와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 이 사건 범행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이혼 등 청구 소송에서 ‘피고인과 피해자는 서로 이혼하고 이 사건을 포함하여 상대방을 고소한 사건에 대해 원만히 합의되었음을 이유로 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한다.’라는 조정조항이 포함된 임의조정이 성립됐다. 그에 따라 피해자는 이 법원에 피고인에 대한 고소취하 및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본문은 ‘누구든지 관련 법령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전기통신의 감청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16조 제1항 제1호는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전기통신의 감청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녹취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은 2019년 6월 12일 오후 1시경 퇴근 후 피고인의 집 안방 침대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아내인 피해자가 거실에서 친구와 전화통화하면서 다른 남자와의 성관계를 소재로 하는 듯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자신의 휴대전화 녹음 기능을 이용해 거실에서 들려오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녹음했다.
원심은 타인간의 대화로 볼 수 없고,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아내의 전화 통화 내용을 녹음한 것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행위에 해당함에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다. 원심판결에는 통신비밀보호법에서 정한 타인간의 대화에 관한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아내)가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말한 대화에는 불륜행위를 의심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만약 피해자가 남편인 피고인에게 대화 내용이 공개될 것임을 인식했더라면 위와 같은 대화를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보면, 전화 통화는 공개되지 아니한 대화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또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의 대화를 불법 녹음하는 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통화 도중 또는 통화 종료 직후에 파해자에게 자신이 안방에서 직접 들은 대화 내용을 언급하며 이를 추궁함으로써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고, 실제로 피해자는 위 전화 통화 당시 피고인이 안방에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자 피고인에게 자신이 다른 남자를 만난 사실이 있다고 실토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의 녹음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 인정하기 위해 필요한 상당성, 법익균형성,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1심인 대구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이규철 부장판사)는 2021년 5월 7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법률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 통신비밀보호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형의 선고(벌금 100만 원)를 유예했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아내가 상해를 가하기 위해 피고인의 칫솔 등에 락스를 묻혀 놓은 것에 대한 녹음행위와 아내가 친구와 통화하며 다른 남자와의 성관계를 소재로 한 부분을 녹음해 각 통신비밀보호법위반(2020고합572, 2021고합123병합)의 점은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되고, 타인과의 대화를 녹음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각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피고인은 2020. 2. 9.경 및 2020. 3. 13.경 안방 서랍장 내부에 녹음기를 설치한 후 피해자와 아들 D가 나누는 대화를 녹음하고, 2020. 2. 28. 안방과 화장실 사이에 있는 드레스룸의 옷걸이에 녹음기능이 있는 카메라를 설치한 후 피해자와 아들 D가 나누는 대화를 녹음, 3회에 걸쳐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했다.
이에 앞서 피고인은 2019년 1월경부터 위장 쪽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2020.년 1월 7일 건강검진을 통해 위염, 식도염 진단을 받았다. 피고인은 비슷한 시기인 2020년 1월경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안방 화장실에서 자신의 칫솔에 락스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고, 평소에 보지 못하였던 곰팡이 제거용 락스가 두 통 더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피고인의 칫솔, 혀클리너, 세안브러쉬에서 락스 냄새가 났다. 피고인은 자신만이 알 수 있도록 칫솔 등의 방향을 맞추어놓고 출근했다가 퇴근 후 칫솔 등의 위치가 바뀌어 있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피고인은 2020년 2월 5일 안방 서랍장 안에 처음 녹음기를 설치하고 출근했는데, 퇴근 후 피해자가 안방 화장실에서 무언가를 뿌리는 소리와 “안 죽노. 안 죽나 씨”, “락스물에 진짜 쳐 담그고 싶다. 진짜 마음 같아선”, “오늘 진짜 죽었으면 좋겠다”, “진짜, 어? 몇 달을 지켜봐야 되지? 안 뒤지나 진짜, X발”, “뭐 이렇게 해도 안 죽는데, 진짜 가지가지다”라는 등 혼잣말을 하는 소리가 녹음된 사실을 확인했다.2020. 2. 5. 안방 서랍장 안에 처음 녹음기를 설치하고 출근했는데, 퇴근 후 피해자(아내)가 안방 화장실에서 무언가를 뿌리는 소리와 “안 죽노. 안 죽나 씨”, “락스물에 진짜 쳐 담그고 싶다. 진짜 마음 같아선”, “오늘 진짜 죽었으면 좋겠다”, “진짜, 어? 몇 달을 지켜봐야 되지? 안 뒤지나 진짜, X발”, “뭐 이렇게 해도 안 죽는데, 진짜 가지가지다”라는 등 혼잣말을 하는 소리가 녹음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피고인이 열람한 피해자(아내)와 C 사이의 카카오톡 메시지는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사적인 대화내용으로서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피해자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므로, 정보통신망법 제49조에서 말하는 ‘타인의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배척했다.
(유죄)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 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 도용 또는 누설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40대)은 2014년 9월 1일경 피고인의 집에서, 아내인 피해자 B(40대)가 외도한다고 의심하여 피해자가 잠이 든 사이 피해자의 휴대폰에 비밀번호를 입력한 다음 피해자와 C(상간남)가 서로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늙어서 같이 요양원에 가자’, ‘C가 피해자에게 추석 명절에 시댁에 있는데도 자신에게 카카오톡을 해도 되는지 물어보는 내용’,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내용’)을 열람했다.
검사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각 통신비밀보호법위반의 점), 양형부당으로 항소했다.
검사는 "2020년 2월 9일경, 2020년 3월 13일경, 2020년 2월 28일경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와 C(상간남)가 나누는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또 2019년 6월 12일경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가 타인(친구)와 전화 통화하는 내용을 녹음한 것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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