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고인은 2019년 9월 20일 오후 9시 1분경 강원에 있는 ○○택시부 택시 승강장에서 피고인이 술에 취해 차량을 운전하고 소란까지 피운다는 택시기사들의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관들에 의해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 및 경범죄처벌법위반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됐다.
이후 피고인은 같은 날 오후 9시 25분경 강원에 있는 모 경찰서지구대에 도착한 다음 경찰관들로부터 같은 날 오후 10시 15분경 1차, 같은 날 오후 10시 29분경 2차, 같은 날 오후 10시 35경 3차에 걸쳐 음주측정 요구를 받았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경찰공무원의 음주측정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여 음주운전 또는 음주측정거부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인 춘천지법 영월지원 김시원 판사는 2020년 6월 23일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 경범죄처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50대)에게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현행범인으로 체포한 것은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어서 위법하고, 그와 같이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이루어진 음주측정 요구 또한 위법하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다. 경범죄처벌법위반 혐의로 벌금 10만 원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2019년 9월 20일 오후 6시 57분경 강원에 있는 ○○택시부 택시승강장에 차량을 주차했는데, 택시기사 B는 피고인에게 ‘택시 승강장에 차량을 주차하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 이동주차를 요구했다. 이에 피고인은 약 23m를 이동하여 차량을 다시 주차한 다음, 약 1분 36초간 B와 실랑이를 벌였다. 피고인은 이후 식사를 하고 나와 오후 8시 38분경 차량을 타고 본인의 집으로 이동해 차량을 주차했고(20:42경), 다시 택시를 타고 ○○택시부 사무실로 온 다음(20:52경), 자신에게 이동주차를 요구한 사람을 찾으면서 행패를 부렸다.
1심은 이처럼 체포 시점이 범행 시점과 20분가량 차이가 나고 체포 장소도 범행 장소와는 상당히 떨어져 있어 시간적·장소적으로 보아 체포를 당하는 자가 방금 범죄를 실행한 범인이라는 점에 관한 죄증이 명백히 존재하는 경우로서 ‘범죄의 실행행위를 종료한 직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체포 이후에야 피고인으로부터 ‘차량이 집에 주차되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는 체포요건 충족 여부에 관한 판단에 합리성이 결여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피고인이 현행범 체포 전에 일체의 진술을 거부했다거나 현장을 이탈하려고 했다는 등의 사정은 발견되지 않고, 오히려 피고인은 ‘면민체육대회에서 술을 마셨고 이후 노인들을 태워다주면서 운전을 하였다’고 일부 혐의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단지 피고인이 인적사항을 밝히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체포의 필요성, 즉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했다.
검사는 법리오해를 주장하며 항소했다.
검사는 "피고인에 대한 체포는 시간적ㆍ장소적으로 보아 ‘범죄의 실행행위를 종료한 직후’에 이루어졌고, 그렇지 않더라도 피고인은 ‘신체에 현저한 증적이 있는 때’(형사소송법 제211조 제2항 제3호)에 해당하는 준현행범인의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현행범인 체포는 적법하고, 그에 따라 이루어진 음주측정요구 또한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019년 9월 20일 오후 8시 42분경 자신의 집 앞에 차량을 주차한 후, 택시를 타고 같은 날 오후 8시 52분경 체포현장인 ○○택시부 택시 승강장에 도착했으며, 그곳에서 오후 9시 1분경 체포됐다.
피고인은 범인으로 호칭되어 추적되던 중 체포된 것이 아니라, 음주운전 종료 장소에서부터 상당한 거리를 자발적으로 이동한 후 ‘피고인이 음주운전을 하였다’는 택시기사들의 진술에 의하여 비로소 범인으로 특정되어 체포된 것이다.
이러한 택시기사들의 진술이나 술에 취한 것으로 보이는 피고인의 외관은 피고인이 과거 어느시점에 음주운전을 했다는 점에 관한 정황증거는 될 수 있겠으나, 이같은 사정만으로는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보아 피고인이 방금 음주운전 범행을 실행한 범인이라는 점에 관한 죄증이 명백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피의자가 ‘신체 또는 의복류에 현저한 증적이 있는 때’에는 현행범인으로 간주한다(형사소송법 제211조 제2항 제3호). 현저한 증적이란 외부적ㆍ객관적으로 명백한 증적을 의미하고, 예컨대 신체의 부상, 혈흔의 부착, 의복의 파손 등을 종합할 때 죄를 범한 범인임이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체포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다소 술에 취해 보였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는 피고인이 음주운전을 한 범인이라는 것이 명백하다고 볼 수 없고, 현행범인에 준하여 피고인을 영장 없이 체포하여야 할 요건을 갖추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봤다.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의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2조). 이때 ‘범죄의 실행 직후인 자‘라 함은 범죄의 실행행위를 종료한 직후의 범인이라는 것이 체포하는 자의 입장에서 볼 때 명백한 경우를 일컫는 것으로서, 위 법조가 제1항에서 본래의 의미의 현행범인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범죄의실행의 직후인 자”를 “범죄의 실행 중인 자”와 마찬가지로 현행범인으로 보고 있고, 제
2항에서는 현행범인으로 간주되는 준현행범인에 관하여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범죄의 실행행위를 종료한 직후”라고 함은, 범죄행위를 실행하여 끝마친 순간 또는 이에 아주 접착된 시간적 단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보아 체포를 당하는 자가 방금 범죄를 실행한 범인이라는 점에 관한 죄증이 명백히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만 현행범인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도702 판결 등 참조)
현행범인으로 체포하려면 행위의 가벌성, 범죄의 현행성·시간적 접착성, 범인·범죄의 명백성 외에 체포의 필요성, 즉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는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에 관한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체포 당시의 상황으로 볼 때 그 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한 수사주체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는 그 체포는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 4. 7. 선고 2016도19907 판결 등 참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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