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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남편의 부정행위 의심 대화 내용 2회 녹음 선고유예

2021-08-27 08: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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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법원
[로이슈 전용모 기자]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정지선 부장판사)는 2021년 7월 23일 남편의 부정행위를 의심하여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피고인의 집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하여 대화내용을 2차례 녹음해 통신비밀보호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에게 형의 선고(징역 6월, 자격정지 1년)를 유예했다(2020고합568).

선고유예란 범정(犯情)이 경미한 범인에 대하여 일정한 기간 형(刑)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을 사고 없이 지내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 선고유예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면소(免訴)된 것으로 본다. 곧 유죄판결의 선고가 없었던 것과 똑같은 효력이 있다.

누구든지 통신비밀보호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ㆍ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9년 6월 18일 전남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남편의 부정행위를 의심해 그 증거를 확보하고자 USB모양의 구형 녹음기를 위 원룸 씽크대 개수대에 넣어 두는 방법으로 2019년 6월 20일 경 피고인의 남편과 부정행위 상대방인 S가 집에서 나눈 대화내용을 녹음하고, 2019년 6월 27일경 신형녹음기를 재차 씽크대 위에 두는 방법으로 대화내용을 녹음했다.

피고인은 그후 S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를 제기했고 2020년 4월 2일 S의 부정행위 가담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로 위 대화 녹음파일을 서증으로 제출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내용을 녹음하고 이에 따라 알게된 대화의 내용을 민사소송에 제출함으로써 공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은 녹음내용을 확인한 후 부정행위 상대방인 S에게 연락하여 배우자와의 관계를 정리하도록 요청했으나, 그 후로도 배우자와의 만남이 계속되자 위자료 청구의 소를 제기하게 됐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이 사건 범행장소는 피고인의 주거이고, 이 사건 범행 당시 상황은 S가 피고인의 주거에 침입해 피고인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가담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상황에서의 대화는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해 보호되지 않는다"며 구성요건 해당성의 부존재와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판시 범죄사실과 같이 녹음한 피고인의 남편과 S의 대화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이고, 통신비밀보호법 등에서 녹음이 허용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비록 위 대화가 피고인의 주거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대화자가 피고인의 배우자 및 부정행위 상대방이며, 대화의 내용이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녹음한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위반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범행 당시 실제로 S가 피고인의 주거에 침입해 피고인의 배우자와 부정행위를 했으므로, 피고인이 배우자의 부정행위 및 제3자의 주거침입을 명확히 확인해볼 긴급성 내지 필요성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배우자의 부정행위 및 제3자의 주거침입 여부를 확인함에 있어 이 사건 범행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보충성이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각 범행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집에 녹음기를 설치하여 배우자와 부정행위 상대방의 대화를 2회 몰래 녹음하고, 위 녹음파일을 부정행위 상대방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의 증거로 제출하여 이를 공개하는 등 그 죄책이 가볍지 않으나, 다만 피고인이 녹음기를 설치한 장소는 피고인의 주거이고, 녹음된 내용은 부정행위 상대방이 피고인의 주거에 침입하여 피고인의 배우자와 대화한 것인 점, 피고인의 배우자는 부정행위를 뉘우치며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은 그 경위와 방법에 관하여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할 만하다.위 대화내용을 다른 곳에 공개하거 나 누설하지 않은 점. 피고인에게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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