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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아내의 불륜증거 확보하려 몰래 녹음하고 내용 들려준 남편 선고유예

2021-08-17 12:09:06

대구법원청사.(사진제공=대구지법)이미지 확대보기
대구법원청사.(사진제공=대구지법)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구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상오 부장판사·이경한·이원재)는 2021년 8월 13일 피고인이 거주지 안방에 녹음기를 몰래 설치해 딸이 함께 있는 공간에서 아내 B와 상간남 C 사이의 성관계 비공개대화를 몰래 녹음하고, 그 내용을 B와 C의 직장동료들에게 들려주면서 위 두 사람이 불륜관계라고 말해 통신비밀보호법위반,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2020고합564). 선고유예할 형은 징역 6개월 및 자격정지 1년이다.

선고유예란 범정(犯情)이 경미한 범인에 대하여 일정한 기간 형(刑)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을 사고 없이 지내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 선고유예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면소(免訴)된 것으로 본다. 곧 유죄판결의 선고가 없었던 것과 똑같은 효력이 있다.

누구든지 통신비밀보호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배우자인 B의 불륜 증거를 확보하겠다는 생각으로 2020년 1월 18일경 경북 칠곡군에 있는 피고인의 거주지 안방에 녹음기를 설치하여 놓아 그 무렵 B와 C 사이의 대화 내용이 녹음되게 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했다.

또 피고인은 2020년 1월 20일경 피해자 B, C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녹음된 내용을 피해자들의 직장동료인 K 등 여러 직장동료들에게 들려주면서 피해자들이 불륜관계라고 말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은 B가 딸을 학대하고 있다고 의심하여 B의 딸에 대한 일방적인 언행을 확인하기 위해 녹음기를 설치한 것일 뿐이다. 피고인은 녹음기 설치 당시 B과 C 사이의 불륜 사실을 알지 못했으므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겠다는 고의가 없었다. 피고인이 설치한 녹음기에 녹음된 내용은 대부분 의사소통과 무관한 성관계 과

정의 신음소리이므로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본문에 규정된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B과 C 간의 대화 내용을 녹음할 고의로 거주지 안방에 녹음기를 설치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해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했다. 이는 증인 B의 법정진술(‘피고인은 항상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증인을 의심했었다.’) 내용과 부합한다고 봤다.

① 피고인과 B가 갈등을 빚은 시점은 피고인이 녹음기를 설치한 시점으로부터 약 1년 전인 점, ② 피고인이 거주지 안방에 녹음기를 설치한 2020. 1. 18. 무렵 B가 딸을

학대했다고 볼 만한 정황은 찾아보기 어려운 점, ③ C는 B와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2020. 12. 1.부터 2020. 1. 18.까지 총 16회 피고인의 주거에 침입한 사실이 인정되

고, 피고인은 그 무렵인 2020. 1. 18.경 거주지 안방에 녹음기를 설치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녹음기 설치 당시 B의 딸에 대한 학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B와 C 사이의 불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 역시 있었다고 인정되는 이상 타인간 대화를 녹음하려는 고의는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녹음 내용 중에는 B과 C이 성관계를 갖는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자신의 요구사항이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한 말들이 담겨 있다. 따라서 위 녹음 내용에 포함된 B와 C 사이의 대화는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이 육성으로 말을 주고받는 의사소통행위’라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도19843 판결 등 참조).

결국 위 녹음 내용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본문에 규정된 ‘타인간의 대화’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

는다고 배척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배우자인 B의 부정행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이 대화를 몰래 녹음하게 됐고, 순간적으로 극심한 분노를 참지 못하고 명예훼손 범행에까지 이르게 돼 이 사건 범행의 동기 및 경위에 참작할만한 사정이 있다. 피고인은 B의 부정행위로 말미암아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는 고통을 겪게 됐고, 결국 B와 이혼해 앞으로 어린 딸을 홀로 양육할 책임을 부담하게 됐다. 그런데도 B는 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해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피고인에게 있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적시했다.

또 어린 딸이 함께 있는 공간에서 C과 성관계를 가진 B의 부정행위(이 사건 녹음파일에는 딸의 기침소리도 녹음되어 있다)를 확인하고 피고인이 느꼈을 배신감, 불륜관계임이 밝혀진 후 B와 C가 피고인에게 보인 태도, 피고인이 당초 명예훼손 범행에 관해서도 부인하다가 그에 관한 증인들의 증언이 이루어진후 번의하여 명예훼손 범행을 자백하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의 사정들과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보면, 피고인에 대한 형을 선고하지 않더라도 피고인은 다시 범행을 저지르지 않으리라고 충분히 기대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은 형법 제59조 제1항이 규정한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때’를 충족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중 일부 범행을 자백하지 않고 부인한다는 이유만으로 형의 선고를 유예할 수 없다고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3. 2. 20. 선고 2001도613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라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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