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고인은 공사장 일용직을 하는 사람으로서 고정적인 수입이 없음에도 수년간 경마 등 도박에 짜져 약 1,000만 원 상당의 카드빚을 졌고, 음주로 인해 종종 외박을 하거나 일을 하러 나가지 않았으며, 이에 대해 화를 내는 피해자(60대,사실혼관계 15년)와 다툼 끝에 피해자에게 도박과 음주, 외박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작성해 주는 등 불화가 있었다.
피고인은 2020. 1. 20.경 피해자에게 도박빚을 갚겠다고 하여 피해자로부터 피해자가 식당 일 등을 해서 모은 돈 350만 원을 송금받았으나 이를 도박빚을 갚는 데 사용하지 않고 주점, 다방 등에서 사용했다.
피고인은 술을 마시고 외박을 한 후 주거지로 귀가했고, 주거지 안방에서 피해자로부터 밤새 술을 마시고 외박한 것과 도박빚을 갚지 않는 것에 대한 원망과 타박을 듣게 되자 이에 화가 나 피해자에게 ‘시끄럽다’고 하며 잔소리를 그치라고 했으나, 피해자는 이를 무시하고 계속하여 피고인에게 화를 내며 피고인을 타박했다.
그러자 피고인은 이를 참지 못하고 불상의 날카로운 도구를 가져와 찌르거나 베어 피해자를 방바닥에 쓰러지게 한 후, 다량의 피를 흘리는 피해자를 그대로 방치해 그 무렵 사망하게 했다.
피고인은 2020년 11월 23일경부터 25일경까지 사이에 사망한 피해자의 사체를 욕실로 끌고 가 짐승을 다루듯이 잔혹하게 10개 부분으로 손괴하고 비닐에 넣어 보관하던 중 같은 해 11월 26일 오후 7시 20분경 일부를 담요로 감싼 후 손수레에 싣고 나가 양신시 경부고속도로 밑 굴다리 배수로 안으로 55cm가량 들어가 지점에 그대로 버렸다. 또 피고인은 11월 27일 오후 3시 54분경, 오후 4시 43분경 두차례 사체 일부를 담은 캐리어를 끌고 나와 양산시 지역주택조합 재개발사업구역 내 교회 앞마당에 있는 쓰레기 더미에 비닐봉지째 버렸다.
이후 2020년 11월 8일경 유기한 사체가 발각돼 자신이 범행이 드러날 것이 걱정되어 사체를 소훼하기로 마음먹고 같은 날 오전 2시 20분경 배수로 담요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불을 지르고, 교회 앞마당 쓰레기더미에 낙엽 등을 쓸어 얹은 후 라이터로 불을 붙여 손괴했다. 결국 피고인은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은 "피해자와 다투던 중 순간적으로 화가 나 살인의 범의 없이 피해자의 오른쪽 관자놀이 부분을 주먹으로 3회 때렸을 뿐이고, 칼과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피해자를 찌른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살인의 범의로 피해자를 날카로운 물건으로 찌르거나 베어 살해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배척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범행으로 철저하게 파괴한 피해자의 존귀한 생명과 한 인간으로서 가진 품위, 피해자가 인생의 동반자로 여겼던 피고인에게 무참히 살해당하며 겪었을 고통과 공포, 가족이 참혹하게 토막나고 불에 태워진 사체로 발견됨으로 인한 피해자 유족들의 충격과 슬픔은 무엇으로도 보상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피해자를 살해하고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주점과 노래연습장 등에서 유흥을 즐겼고, 피해자의 안위를 걱정하는 여동생에게 피해자의 사망 사실을 숨기는 데서 나아가 피해자의 휴대전화기로 형부라고 해보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는 등으로 희롱하기까지 했다. 피고인은 범행이 발각되어 긴급체포된 이후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만 늘어 놓으면서 살해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있어 진지한 참회의 빛은 한줄기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수차례 반성문을 써 냈지만 자신의 책임을 조금이라도 모면하려할 뿐 자신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가 얼마나 중대한지조차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의 죄책은 필설로 다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지극히 중대하다. 다만, 이 사건 살인 범행이 사전에 계획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해 사형의 선택은 피하되,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살해당하여 외롭게 죽어갔을 뿐만 아니라 사후 육신마저 갈가리 찢긴 고인의 명복을 빌며,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고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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