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심은 피고인에 대한 4대보험을 납입한 점, 실제 현장대리인으로 근무한 점 등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원심은 이는 피고인을 고용한 것처럼 가장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자격증을 대여받았다는 직원들의 경찰조사 진술이 공소사실과 부합한 점을 들어 벌금형을 선고했다.
문화재수리기술자는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을 사용하여 문화재 수리 등의 업무를 하게 하거나 자격증을 대여하면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자격종목: 보수) 소지자로 종합문화재수리업체 대표이사 K로부터 자격증 대여 명목으로 2012년 3월 2일부터 2014년 2월 28일까지 약 2년간 합계 6,500만 원을 받고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을 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2017고정1585)인 대구지법 이창열 판사는 2018년 11월 22일 문화재수리등에 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구 문화재 수리등에 관한 법률(2015. 3. 27. 법률 제132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문화재수리법’) 제59조 제2호, 제10조 제3항이 금지하고 있는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의 대여’란 다른 사람이 그 자격증을 이용하여 문화재수리기술자로 행세하면서 문화재수리기술자의 업무를 행하려는 것을 알면서도 그에게 자격증 자체를 빌려주는 것을 말하므로, 무자격자가 문화재수리기술자로 업무를 수행한 바 없다면 이를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의 대여행위라고 할 수 없다.
우리전통문화는 피고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인에 대한 건강보험 등 4대보험을 납입한 점, 우리전통문화에서 무자격자가 피고인의 자격증을 이용하여 문화재수리기술자로 업무를 수행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특히 피고인은 실제 2012. 5. 29.부터 같은 해 6. 22.까지 우리전통문화가 수주한 ‘충렬사 노후 전돌 정비공사’의 현장대리인으로 근무하기도 한 점 등 피고인으로서는 실제 근로를 제공할 의사로 우리전통문화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른 보수를 선 지급받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무자격자가 피고인의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을 이용하여 문화재수리기술자로 행세하면서 그 업무를 행하려는 사정을 알면서도 우리전통문화 대표이사 강덕희에게 자격증 자체를 빌려주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검사는 항소했다.
검사는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을 대여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음에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원심(2심 2018노4688)인 대구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강경호 부장판사)는 2020년 1월 16일 검사의 주장은 이유있다며 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이 우리전통문화에서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에 따른 직무를 수행할 의사 없이 우리전통문화가 종합문화재수리업 등록을 하도록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을 대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우리전통문화에서 설립 당시부터 2015년 6월경까지 경리사원으로 근무했던 K는 2차례 경찰조사를 받으면서 "우리전통문화의 문화재수리기술자는 B 혼자만 있었고, 나머지 기술자들은 모두 자격증을 빌린 경우이다. 기술자들로부터 자격증을 대여받을 때 자격증 수첩을 받는데, 먼저 돈을 주지 않으면 기술자들이 면허증 수첩을 주지 않기 때문에 먼저 돈을 입금한다. 자격증 대여비는 우리전통문화 명의의 계좌가 아니라 사장이나 내 명의 계좌를 통해 지급했다"며 "피고인은 우리전통문화에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을 맡기고 일은 하지 않았다"라는 취지로 진술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한다.
문화재수리기술자 B도 경찰조사에서 "나 외에는 우리전통문화에 상시직으로 고용되어 일을 한 문화재수리기술자나 기능자는 한 명도 없었다. 모두 필요할 때 일당으로 고용한 일용직들이었다. 피고인은 자격증만 대여를 했다"고 진술했다.
피고인도 급여를 지급한 것처럼 가장하려고 한다는 사정을 들어서 알고 있었던 점 등을 보면 우리전통문화가 보험료를 납부한 것 역시 피고인을 고용한 것처럼 가장하기 위한 행위에 불과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이 2년간의 기간 동안 우리전통문화와는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여러 차례 문화재보수공사를 의뢰받아 실시하고 공사대금을 받았던 점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이 단 1차례만 우리전통문화 소속 현장대리인으로 근무했다는 사정은 오히려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사정이라고 볼 수 있다.
사장 K는 ‘피고인 등 14명으로부터 문화재수리기능자 및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을 대여받아 우리전통문화의 종합문화재수리업 등록을 위해 사용하였다’는 문화재수리등에관한법률위반의 공소사실 등으로 부산지방법원 2018고단○○호로 기소됐고, 그 재판과정에서 피고인 등 14명으로부터 자격증을 대여받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2018년 11월 30일 강덕희의 위 주장을 배척하면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그대로 확정되기도 했다.
피고인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박정화)는 2020년 10월 15일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0.10.15.선고 2020도1969 판결).
대법원은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구 문화재수리법 제59조 제2호, 제10조 제3항에서 금지하는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 대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문화재수리기술자는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을 사용하여 문화재수리 등의 업무를 하도록 하거나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을 대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제10조 제3항), 이를 위반할 경우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을 대여하고 대여받아 사용한 자를 형사처벌하고(제59조 제2호), 문화재청장은 그 자격의 취소 내지 정지를 명할 수 있으며(제47조 제1항 제7호), 문화재수리업의 등록 취소 내지 영업 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9조 제1항 제9호).
문화재수리기술자가 그 자격에 따른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을 빌려주어 마치 문화재수리업과 관련하여 문화재수리기술자가 실제로 고용되어 문화재수리기술자격에 따른 직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가장함으로써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을 받아 문화재수리업을 하도록 한 경우에도 구 문화재수리법 제59조 제2호, 제10조 제3항에서 금지하는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을 대여하는 행위에 해당하며, 문화재수리업과 관련하여 다른 사람이 적극적으로 문화재수리기술자인 것처럼 행세하여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하였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4도13062 판결, 대법원 2020. 9. 24. 선고 2016도17349 판결 등 참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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