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7일 울산광역시 시민신문고위원회는 울산시민연대가 울산 남구청의 ‘세창 냉동창고 리모델링 사업’(당초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기념관 건립사업, 현 A FACTORY 사업)을 시민감사청구(2020.6.11.)한 것에 이 같은 감사결과를 내놨다.
5여년의 기간동안 1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들이고도 사업진척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은 단체장의 무책임한 정책추진에 따른 결과다. 대규모 세금낭비와 막대한 행정력 소모에 해당 정책결정권자는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런 정치적 책임과는 별도로 24억 원에 달하는 본 사업의 부지매입 의혹이 이번 감사에서 제대로 밝혀지지 못한 만큼, 수사기관 수사를 통해서 밝혀져야 한다. 울산시민연대는 전 남구청장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법 위반과 납득되지 않는 행정절차 통한 거액의 부지매입으로 공공이익 해쳐
세창냉동창고 리모델링사업을 위한 부지매입은 명백한 법 위반과 납득되지 않은 행정절차 속에서 이뤄졌다. 24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세금으로 무리하게 부지를 매입하고, 그 후에 사업계획을 세우게 됨으로써 공공의 복리와 재산에 손해를 끼쳤다.
울산시민연대는 긴급하지도 않고, 준비되지도 않은 이 사업을 어떤 이유에서 부지매입부터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밝히는 것이 핵심이다. 그 과정에 전직 구청장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검찰 조사과정에서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지방재정법 위반
부지매입 과정에서 명백한 지방재정법 위반이 일어났다. 20억이 넘는 신규투자사업의 경우 투자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이는 사전에 중기지방재정계획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남구청은 중기지방재정계획 없이 투자심사를 먼저 받았다.
투자심사를 먼저 받을 수 있는 예외 규정(지방재정법 제33조 11항)이 있다고는 하나 남구청은 이에 해당하는 사유 또는 입증할 근거자료를 감사과정에 제출하지 못했다.
더욱이 예산을 편성할 때는 중기지방재정계획과 투자심사 절차를 거친 사업만 가능한데(지방재정법 제36조 4항) 남구청은 중기지방재정계획 반영을 예산편성 전은 고사하고, 매매가 이뤄지고 나서야 반영했다는 것이다.
-선 부지매입, 후 사업계획
남구청은 감사 과정에서 초기사업계획 수립과 부지매입 선후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제출을 거듭 요구받았음에도 응하지 않았다. 부지매입 의혹이 주요 쟁점임에도 이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해당 자료가 없다’고 보인다.
남구청은 해당 부지 매수지연 등으로 가격상승이 우려되어 신속매수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하나, 소유주의 매도의사를 확인한 근거자료제출조차 하지 못했다.
또한 사업진행을 위해서는 인근 주차장 부지 매입이 반드시 필요함에도 창고 부지를 매입하고, 근 1년이 지나서야 주차장 매수계획이 진행되는 등 정상적 행정절차라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것도 확인된다.
◇사업 전면 백지화 권고에서 확인된 부실한 사업타당성
울산시민연대는 세창 냉동창고 리모델링 사업이 접근성, 활용도 등을 따져볼 때 고래특구와 연계한 관광활성화를 꾀할 수 없으며, 낮은 활용으로 인한 예산낭비도 따져볼 것을 감사청구했다.
이에 대해 신문고위에서는 주변 인프라와 1.3km 떨어져 도보 및 대중교통 접근성이 제한되고, 자가용의 경우에도 확보된 주차면수가 20면에 불과해 이용률을 떨어질 것으로 보았다. 또한 건물 특성상 바다와 직면하고 있어 안전사고 우려도 지적했다.
그러나 주차장 및 안전공간 확보는 애초 접안시설을 매입한 까닭에 안정적 선박계류 관리가 우선될 수 밖에 없어 상당한 제약이 있음을 지적했다. 외에도 건물 폭이 좁아 효율적 공간배치 및 활용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월 1000만 원 가량의 수입을 올려야 겨우 가동률 30%를 맞출 수 있고, 이럴 경우 연간 3억여 원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사업타당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공공기관이 문화와 관광사업부문에 적자를 감내하고 공적투자를 진행할 수 있으나, 그만한 공적 타당성은 갖춰야 한다. 그러나 세창냉동창고 건은 이러한 소모를 감내하고서라도 대체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 명확치 않다.
오히려 공적투자라는 이름으로 무책임하고 방만한 예산낭비를 호도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신문고위의 권고가 내려진 만큼 사업을 당장 중지하고 남구청과 남구의회 그리고 지역시민들의 의사를 물어 그 향방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신문고위원회, 울산발 행정혁신 모델 될 수 있도록 해야
기존 행정기관 소속 감사기구가 독립성의 문제 등으로 그 한계가 지적되어왔다. 이런 문제의 대안으로 합의제 감사기구가 제안되어왔으며, 울산에서는 송철호 시정 출범에 맞춰 신문고위원회가 들어섰다. 그 성격과 역할 등이 여타 지자체에서도 모델이 될 만큼 선진적 행정으로 꼽히고 있다.
이전이라면 감사원 등 중앙기구로 시민감사청구 했을 것이나, 지역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갖추고 애초 취지대로 상당 정도 독립성을 인정받는 상태라는 믿음이 있기에 감사청구가 가능했다.
다만 이번 감사결과 중 단체장의 결정을 통해 진행된 정책사업이라 하더라도, 지방재정법이 요구하는 정상적 행정절차를 밟지 않고 업무를 진행한 담당 공무원에게 징계조치 등이 취해지지 않은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단체장 정책사업의 과오를 지적하고, 백지화 등의 권고까지 나온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신문고위원회 같은 조직이 단순 민원해결창구를 넘어 행정의 과오, 예산낭비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울산발 행정혁신의 전국적 모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울산시민연대는 “이번 감사가 지방자치법에 근거하여 진행된 부분은 보완이 필요하다. 애초 신문고위 설립 당시 조례안에 포함되었으나 제외되었던 기초지자체 감사기능도 가능하도록 개정이 필요하다. 중앙정부 중심, 서울 중심의 행정운영 모델 개발이 아닌 지역에서 행정혁신 모델을 제시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조례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고 주문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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