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기존 차용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피고인이 채무자 A회사에 대한 금전채권을 피해자에게 양도한 후 A회사에게 채권양도통지를 하지 않고 있다가 A회사로부터 금전채권을 변제받아 이를 피해자에게 전달하지 않고 사용했다. 피고인이 A회사로부터 변제받은 금전을 피해자에게 전달하지 않고 사용한 것은 피해자 소유가 된 위 금전을 횡령한 것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법률위반(횡령)의 공소사실로 기소됐다.
1심(부산지방법원 2020. 1. 10. 선고 2018고합292, 2018고합490병합, 2019고합182병합, 2019고합319병합) 판결은, 양도인이 채권양도 통지를 하기 전에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한 경우, 양도인이 수령한 금전은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서 양수인의 소유에 속하고, 양도인은 이를 양수인을 위하여 보관하는 관계에 있다는 대법원 1999. 4. 15.선고 97도666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이를 횡령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유죄(징역 5년)를 선고했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제3조는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인 때에는 이를 가중처벌하고 있다.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은 ‘타인의 소유’이어야 함. 따라서 양도인이 양수인에 대한 채무를 담보할 목적으로 채무자에 대한 금전채권을 양수인에게 양도했다가 채권양도통지가 있기 전에 추심한 금전의 소유권이 양도인과 양수인 중 누구에게 귀속하는지가 문제다.
항소심은 1심이 인용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금전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금전채권이 양도된 사안이어서 '담보'목적으로 금전채권이 양도된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채권양도통지가 있기 전 채권양도 사실을 알지 못하는 채무자가 양도인에게 채무를 변제할 경우 그 변제가 유효하게 되어 양수인은 손해를 입게 되는데, 양수인은 양도인으로부터 채권양도통지 권한을 위임받아 스스로 채권양도 통지를 함으로써 이를 방지할 수 있다.
◇(판결의의) 양도인이 양수인에 대한 채무를 담보할 목적으로 자신의 채무자에 대한 금전채권을 양도하였다가 채권양도통지 전에 양도채권을 변제받아 변제금을 소비한 것이 횡령죄가 되는지에 관한 명시적인 대법원 판례는 없는 상황에서, 하급심이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한 법리를 적용하여 위와 같은 경우에도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으나, 담보제도의 원리 등을 근거로 양도인이 변제받은 금전의 소유권은 양도인에게 귀속한다고 보아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사료된다. 이에 관해 향후 대법원의 판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오현규 부장판사, 판사 박운삼, 최희영)는 2020년 9월 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법률위반(배임)(피고인 A에 대하여 예비적 죄명: 배임수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공갈미수,조세범처벌법위반 혐의로 기소(2020노52)된 피고인에게 1심판결 중 피고인 A 부분을 파기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A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법률위반(횡령)의점은 무죄.
피고인 A는 2015년 11월경 E 명의로 주식회사 H(▲▲랜드 부지에 신축 중이던 오피스텔의 시행회사)를 인수했고, 2016년 4월경 E 소유 M모텔에 H를 채무자로 하는 채권최고액 42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피고인 A(E의 실제사주)는 2015년 10월 23일 E 명의로 F에 11억 원을 대여했다.
피고인 A는 2015년 8월경부터 같은 해 9월경까지 피해자 D로부터 수회에 걸쳐 합계 17억 5000만 원 상당을 사업자금 명목으로 차용하고, 2015년 10월 말경 커피숍에서, 피해자에게 위 채무에 대한 담보로 E의 F에 대한 22억 원 상당의 대여금 채권을 양도했음에도 제3채무자인 F에 채권양도통지를 하지 아니한 채 2016년 4월경 F에 위 채권 일부인 11억 원의 변제를 요구해 2016년 5월 19일 F로부터 E명의 계좌로 11억 원을 송금받아 이를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하던 중 그 무렵 피고인이 운영하는 H의 사업자금 등으로 사용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재물을 횡령했다.
1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 D에게 양도한 E의 F에 대한 금전채권은 피고인이 피해자 D으로부터 사업자금 명목으로 차용한 금전의 반환채무에 대한 담보 목적으로 양도된 것인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이 F에 채권양도통지를 하지 아니한 채 F에 위 채권 일부인 11억 원의 변제를 요구하여 이를 E 명의의 예금계좌로 변제받았다 하더라도 위 11억 원은 E의 소유이지, 피해자 D의 소유가 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위 피해자의 재물을 횡령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 D, I의 수임자로서 이 사건 토지의 매도대금 55억 6100만 원 전부를 피해자들에게 지급하여야 함에도 매도가격을 속여 위 금액보다 훨씬 적은 32억 5000만 원만 지급하고 22억 1100만 원을 가로챘다. 배임행위를 위하여 기망수단까지 동원하였다는 점에서, 또한 피해자 D과의 내연관계를 이용하였다는 점에서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은 위 범행 후 그로 인한 수익을 은닉(정당한 영업이익으로가장)하고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하여 합계 9억 원이 넘는 7장의 허위세금계산서를 수취했다. 그뿐 아니라 피해자 D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자 내연관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위 피해자로 하여금 대여금반환청구를 단념시키려다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피고인은 수사 개시 이래 당심에 이르기까지 자신은 위 범행들에 관여한 사실이 없고, C가 저지른 것이라는 등으로 범행을 극구 부인하면서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 D의 도움으로 6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차용해 오피스텔시행사업을 하여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임에도 피해회복을 위하여 전혀 노력하지 않고 있다. 피해자는 수사 개시 이래 당심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진정하고 있다. 수사기관은 피고인이 뇌출혈로 치료 중임을 고려해 구속영장의 집행을 하지 않는 배려를 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입원 중 도망했다. 이 또한 범행 후 정황으로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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