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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지도교수 무고 유죄 원심 파기환송…"합의하에 성관계 단정 못해"

2020-09-17 12:00:00

(사진=대법원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대법원홈페이지)
[로이슈 전용모 기자] 피고인이 자신의 지도교수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고소를 하면서 2016년 6월 27일자 강간미수의 점도 함께 고소해 무고한 사안에서, 원심은 이 부분 고소사실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고소사실을 구분하지 않은 채 동일한 이유로 피고인과 지도교수사이의 2016년 6월 27일자 성관계의 시도 역시 둘 사이의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1심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피고인이 지도교수와 서로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피고인이 C와 내연관계로 지내면서 서로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음에도, C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① C가 박사논문 지도교수로서의 지위를 이용하여 2014년 12월 22일경부터 2016년 5월 1일경까지 총 14회에 걸쳐 피고인을 상습적으로 간음하고, ② 2016년 6월 27일 오후 2시경 피고인을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쳤으니 처벌하여 달라’는 허위 내용의 고소장을 작성해 2016년 11월 4일경 광주지검 민원실에 고소장을 우편으로 제출함으로써 C를 무고했다.

피고인은 석사과정을 마치고 2014년 3월경 OO대학교 상담심리학 박사과정에 진학해 지도교수인 C의 지도를 받게 됐다. 한국상담심리학회는 상담자와 내담자의 성적 관계를 금지하고 있다.

1심(2018고단78)인 대전지법 천안지원 김상훈 판사는 2018년 12월 6일 무고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에게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그러자 피고인(사실오인, 양형부당)과 검사(양형부당)는 쌍방 항소했다.

원심(2심2018노3844)인 대전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심준보 부장판사, 판사 최리지, 이원진) 2020년 1월 15일 1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2016년 11월경 C가 피고인을 폭행·협박해 강간했다는 취지로 고소했으나, 수사 과정에서 C와의 내연관계가 드러나자 C가 ‘그루밍 수법(가해자가 피해자와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으로 항거불능의 상태에 빠진 피고인을 간음했다는 취지로 주장을 변경했다.

피고인은 2016년 1월경부터 다른 남자친구와 교제하고 있었고,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결심한 뒤 C에게 그 사실을 통보했는데, 피고인이 그루밍 수법에 의하여 학습화된 무기력 상태에서 C에게 애정과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거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받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자발적인 의사에 기하여 C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음을 보여준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김상환)는 2020년 8월 27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했다(대법원 2020.8.27.선고 2020도1842 판결).

대법원은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무고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이 처했던 당시의 상황, 피고인과 C의 나이, 피고인이 C로부터 상담을 받게 된 계기나 주된 상담 내용, 상담과정 중 C의 발언, 성관계가 이루어진 경위와 당시 정황까지 모두 고려하면, 피고인과 C의 성관계가 피고인의 자유의사 내지 성적자기결정권이 제압된 상태에서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쉽게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수차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을 당했으나 피고인의 성폭력 피해사실을 자신의 자녀들이 알게 될까봐 걱정이 됐고, 전문상담사가 되기 위해 C에게 수련지도와 상담을 받으면서 7000만 원 이상의 돈을 주었는데 신고를 하게 되면 그 돈도 없던 돈으로 되어 버리며, 더 이상 상담일도 할 수 없을뿐더러 박사과정도 밟을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신고를 할 수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피고인의 위와 같은 진술이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라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된다고 할 수 없다.

원심은 이 부분 고소사실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고소사실을 구분하지 않은 채, 동일한 이유로 피고인와 C사이의 위 2016년 6월 27일자 성관계의 시도 역시 둘 사이의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원심이 이 부분 고소가 허위내용을 고소한 것이라고 인정한 주된 근거는, 피고인이 C와 학교 외에서도 계속해 연락을 주고받고 산책, 운동 등의 활동을 함께하거나 C의 아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수시로 피고인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만족감과 행복감을 표현했다는 사정뿐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강간죄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는 행위 시마다 1개의 범죄가 성립하고, 피고인은 신체의 자유와 성적자기결정권을 갖는 주체로서 언제든지 신체접촉에 관한 동의를 번복하거나 거부할 자유를 가지므로, 피고인이 이전에 C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는지 여부나 합의 하에 C와 성관계를 했는지 여부는 이 부분 고소사실이 허위인지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더구나 피고인이C와 자유로운 의사에 기해 성관계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2016년 6월 27일자 강간미수 고소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점에 관하여도 적극적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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