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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상해, 모욕, 명예훼손 유죄 원심 명예훼손 부분 파기환송

2020-08-26 06:00:00

[로이슈 전용모 기자] 피고인들이 조합의 운영에 대하여 불만을 품고 피해자인 발기인과 조합 대표에 대해 상해, 모욕,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유죄를 인정한 1심을 유지한 원심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대법원은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은 표현행위의 상대방인 조합원들에 대한 관계에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이러한 사실을 적시한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 또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사실 중 명예훼손 부분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해자 박○○은 OO택시전주협동조합(이하 ‘이 사건 조합’)의 발기인이자 금융자문 제공자로서 이 사건 조합의 자금 20억 원을 업무상 보관하던 중 2016년 7월 7일부터 2016년 11월 30일까지 35회에 걸쳐 합계 11억 4908만 원을 횡령해 2017년 8월 17일 전주지방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죄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을 받은 사실이 있다.

피고인은 2017년 9월 5일 오전 10시 40분경 전주시 덕진구 모 식당 출입구에서 임시총회에 참석하는 이 사건 조합의 조합원 60여 명에게 “이거 보아라, 박○○이 임○○ 사장이랑 같이 회삿돈을 다 해먹었다.”라고 말하면서 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사건의 판결문 사본을 배포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 박○○에 대하여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고 피해자 임○○에 대하여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이던 피고인 A는 욕설을 하며 모욕했고, 이어 피해자가 욕설을 하며 폭행하자, 이에 대항해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5~6회 가량 때려 4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했다.

피고인 B는 피해자를 모욕하고. 피해자의 가슴을 밀고 이마로 얼굴을 1회 들이받아 4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했다.

피고인들은 상해, 모욕,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2018고정374)인 전주지법 이배근 판사는 2018년 10월 25일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해 피고인 A에게 벌금 250만 원을, 피고인 B에게 벌금 150만 원을 각 선고했다.

피고인 A만 사실오인(상해),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피해자 박OO, 피해자 임OO 명예훼손)항소했다.

피고인 A는 "피해자 임OO과 치열하게 몸싸움을 한 사실은 있으나 얼굴을 때려 상해를 가한 사실이 없고, 설령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에 일부 허위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피고인이 이를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형법 제31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원심(2심 2018노1498)인 전주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방승만 부장판사, 판사 임현준, 김한철)는 2019년 8월 28일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해 1심을 유지했다.

-피해자 박○○에 대한 명예훼손 부분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형법 제310조에 따라 피고인의 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항소이유의 주장을 배척한 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① 피고인은 피해자 박○○과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로서 이 사건 조합의 대표자이던 임○○을 비방하기 위하여 피해자 박○○이 마치 임○○과 공모하여 이 사건 조합의 돈을 횡령한 것처럼 발언하면서 횡령 사건 판결서를 배포했다. ② 횡령 사건 판결서에는 피해자 박○○의 범죄사실뿐만 아니라 인적사항 등 개인정보까지 기재되어 있었고, ‘다 해먹었다’는 식의 표현은 피해액이 반환되었다는 횡령 사건 판결서의 내용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③ 피해자 박○○은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잘 알지 못하는 다수의 조합원들에게 전과자로 알려지게 됐다.

-피해자 임○○에 대한 명예훼손 부분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발언을 통해 적시된 사실은 허위이고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임을 피고인이 인식했다는 전제하에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① 횡령 사건 판결서에는 박○○이 단독으로 이 사건 조합 소유의 돈을 횡령하였다고 기재되어 있고, 피해자 임○○은 관련 수사에서 박○○과 함께 업무상횡령을 했다는 혐의에 관하여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② 피고인은 피해자 임○○의 조합 운영에 불만을 품고서 피해자 임○○이 실제로 박○○의 횡령행위에 가담하였는지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김상환)는 2020년 8월 13일 유죄로 인정한 원심 명예훼손 부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인 전주지방법원에 환송했다(대법원 2020.8.13.선고 2019도13404 판결).

원심판결 중 명예훼손 부분을 파기해야 한다. 그런데 위 부분과 원심판결 중 나머지 부분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그 전체에 대하여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 중 나머지 부분도 명예훼손 부분과 함께 파기해야 한다.

대법원은 "원심이 이와 달리 피고인의 행위에 대하여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부정한 것에는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은 표현행위의 상대방인 조합원들에 대한 관계에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이러한 사실을 적시한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 또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조합의 발기인에 불과한 피해자 박○○이 수개월에 걸쳐 11억 원이 넘는 조합 재산을 횡령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조합의 재산관리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고 조합 이사장인 임○○이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것이 아닌지를 의심케 하므로, 위 사실은 조합원들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사건 발언에 ‘다 해먹었다’는 표현이 들어갔다고 하여 그를 통해 피해자 박○○이 이 사건 조합 재산 ‘전부’를 횡령하였다거나 횡령 피해액을 ‘반환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적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원심이 이와 달리 피고인이 이 사건 발언을 통해 피해자 임○○에 대해 적시한 사실이 허위이고, 그 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피고인이 인식하였다고 본 것에는 형법 제307조 제2항에서 정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증명책임 및 유죄의 인정에 필요한 증명의 정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원심판결을 배척했다.

대법원은 피해자 임○○은 이 사건 조합의 총회나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자신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던 OO교통에 이 사건 자산 양도ㆍ양수계약에 따른 자산양수 대금 14억 원 외에 6억 원을 추가로 지급했는데,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피해자 임○○의 이 사건 조합 재산 관리자로서의 임무 위배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 피해자 임○○의 업무상횡령 혐의에 대해 검사의 '혐의없음' 처분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위 혐의 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는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서 이를 인정할 추가적인 사정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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