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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피해선박 충돌 업무상과실 1심 무죄 파기 벌금 300만 원 선고 원심 확정

2020-07-14 12: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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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로이슈 전용모 기자] 업무상과실 등 혐의로 피해선박과 충돌해 매몰되게하고 이로인해 해양을 오염시키고 피해선박 선원 12명을 신속히 구조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사안에서 선장인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벌금형(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은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협약에서 정한 감속의무를 위반한 업무상 과실이 있고 업무상 과실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도 있다고 인정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수긍했다.
피고인은 벌크선인 파나맥스블레싱(PANMAX BLESSING, 38,606톤)호의 선장으로 2013년 5월 8일 시간미상경 아르헨티나국 마이야블랑카항에서 화물 옥수수 5만7750톤을 적재한 후 출항해 2013년 7월 10일 오전 4시 30분경 대한민국 영해인 부산 기장군 소재 대변항 동방 7.5마일 해상에서 선박 조타실에 임장해 선박의 조종을 직접 지휘했다.

피고인은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제8조, 제19조에 규정된 안전항법을 준수하지 않고 본선 쪽으로 근접하는 선박과 충돌을 회피하기 위해 충분히 여유 있는 시기에 충돌을 피하기 위한 동작을 취하거나 감속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못한 업무상 과실로, 같은 날 오전 4시 54분경 선박의 선수 부분과 같은 해상을 항해중인 파나마 국적 화물선 하모니라이즈(HARMONY RISE, 1,998톤)호 우현 중앙 선체가 충돌하게 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같은 날 오전 5시 14분경 선장 Y씨(63·남) 등 선원 12명이 승선한 하모니라이즈쉽핑 주식회사 소유 화물선 하모니라이즈호를 위 해상에 매몰시켜 선박으로서의 효용이 상실되게 함과 동시에 해상에 매몰된 하모니라이즈호로부터 수량 미상의 오염물질인 기름을 해양에 배출해 길이 2마일, 폭 20m 상당의 해양을 오염시켰다.

한편 피고인은 조난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으로 요청이 없더라도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함에도 하모니라이즈호에서 탈출한 조난된 선원 12명을 신속히 구조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재판에 넘겨졌다.

1심(2014고정657)인 울산지법 연선주 판사는 2015년 5월 29일 업무상과실선박매몰, 해양환경관리법위반, 수난구호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은 ① 이 사건 충돌사고가 발생하기 10여분 전부터 상대방 선박인 하모니라이즈호를 발견하고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에 따라 지속적인 변침을 시도한 점, ② 이에 반하여 하모니라이즈호의 1등 항해사는 경찰에서 오전 4시 30분경 파나맥스호를 발견했다고 진술했고 충돌 직전 파나맥스호와 좌현 대 좌현으로 통과하자고 교신했음에도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및 교신내용과는 달리 임의대로 좌현변침 지시를 한 점, ③하모니라이즈호의 조타수가 경찰에서 이 사건 충돌사고가 발생하기 약 5분 전에 항해사가 통신기로 교신하는 것을 들었으나, 충돌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항해사로부터 침로나 속력을 변경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점, ④파나맥스호는 11노트 이상의 비교적 빠른 속도로 진행했지만 그로 인하여 효과적인 변침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하모니라이즈호가 충돌 직전 급격한 좌현변침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 사건 충돌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이 사건 충돌사고를 일으킨데 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검사는 항소했다.

검사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됨에도 1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다음, 피고인들에 대한 해양환경관리법위반의 점, 피고인에 대한 수난구호법위반의 점에 관하여는 판단을 유탈(누락)한 채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를 무죄로 판단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원심(2심 2015노630)인 울산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강민성 부장판사, 판사 이상욱, 김은영)는 2017년 10월 12일 무죄 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원심은 1972년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협약에서 정한 감속의무를 위반한 업무상 과실이 있고 업무상 과실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도 있다고 인정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이 사건 사고는 약 300m 이내의 제한된 시계에서 발생했는데, 파나맥스블레싱호는 오전 4시 20분경 하모니라이즈호를 레이더로 처음 확인한 다음 늦어도 오전 4시 50분경에는 박근상태(close-quarters situation)가 형성되고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에 이르기까지 감속하거나 정지 시도를 함이 없이 약 11.4 내지 11.7노트의 거의 일정한 속력으로 진행했다. 이는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제8조 (e)항, 제19조 제(b), (e)항(해사안전법 제66조 제5항, 제77조 제2, 6항과 같다)을 위반한 것이고,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직, 간접적 원인이 됐다고 했다.

오전 4시 52분경 파나맥스블레싱호와 하모니라이즈호 사이에 이루어진 합의와 달리 하모니라이즈호가 좌현으로 변침한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미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위험이 증대된 점, 하모니라이즈호가 위 교신 당시 변침이나 속력의 감소 등 어떠한 피항동작을 취하지도 않고 교신 당시 파나맥스블레싱호에 양 선박 간의 거리를 물을 정도로 파나맥스블레싱호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점, 하모니라이즈호의 좌현변침은 AIS 기준으로 오전 4시 52분경부터 이루어지기 시작했는데, 파나맥스블레싱호는 ARPA 기능의 레이더를 사용하고 있어서 하모니라이즈호의 이러한 움직임을 인지하고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이 부정될 수 없다. 따라서 신뢰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변호인의 주장을 배척했다.

피고인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2020년 6월 25일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해 무죄 1심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0.6.25. 선고 2017도17821 판결).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과 해사안전법상의 주의의무 및 신뢰의 원칙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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