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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출입국관리법 '고용한 사람'에 근로자를 파견 받은 사용사업주까지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 원심 확정

2020-06-1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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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법원홈페이지)
[로이슈 전용모 기자] 사용사업주가 근로자파견계약 또는 이에 준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파견사업주로부터 그에게 고용된 체류자격 없는 외국인을 파견 받아 자신을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출입국관리법 제94조 제9호, 제18조 제3항이 금지하는 고용이라고 볼 수 없다는 원심 확정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피고인 A(52)가 자신이 운영하는 T사에서, 인력파견업체로부터 적법하게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이 없는 외국인 40명을 알선 받아 2015년 1월 1일경부터 2016년 8월 22일경까지 이들을 고용해 출입국관리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출입국관리법 제18조 제1항은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취업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받아야 한다."라고 정하고, 제3항은 "누구든지 제1항에 따른 체류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을 고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94조 제9호는 '제18조 제3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외국인을 고용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1심(2017고단1213)인 서울중앙지법 이강호 판사는 2017년 9월 20일 출입국관리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피고인이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취업 가능한 체류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들을 고용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출입국관리사무소가 2015년 2월 피고인의 사업장을 점검, 취업활동이 불가능한 외국인을 고용했다는 이유로 인력파견업체를 단속하자, 피고인은 인력파견업체에 취업활동이 가능한 외국인만을 공급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의 외국인등록증 등 체류자격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요구한 점, 파견업체가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이 마치 취업 가능한 체류자격을 갖춘 것처럼 외국인등록번호, 체류자격 등을 허위로 기재한 엑셀파일을 보내 준 점 을 들었다.

1심은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와 근로자 파견업체와의 사이에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화장품 용기의 포장업무 등에 필요한 인력으로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을 공급받았을 뿐이고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과 개별적으로 어떠한 형식의 계약도 체결한 바가 없어 피고인이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 고용제한규정을 위반하여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사는 항소했다.

원심(2심 2017노3705)인 서울중앙지법 제9형사부(재판장 이헌숙 부장판사)는 2018년 2월 1일 검사의 항소를 기각해 무죄를 선고한 1심을 유지했다.

원심은 "T사는 근로자 파견업체와의 사이에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화장품 용기의 포장업무 등에 필요한 인력으로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을 공급받았을 뿐이어서, 피고인이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외국인 근로자들은 T사와의 사이에서 파견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 출입국관리법 제94조 제9호의 '고용한 사람'에 근로자를 파견받은 사용사업주까지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원심은 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인력파견업체가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증거들에 의하면, 베스트꼬레아가 여러 업체에 외국인 근로자를 파견했고, 업체들로부터 근로자파견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아 일정 비용을 공제한 후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한 점 등에 비추어 사업주로서의 독자성 내지 독립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피고인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한 형태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근로자파견이라고 할 것인데, 피고인이 외국인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출입국관리법 제94조 제9호의 '고용한 사람'에 근로자를 파견받은 사용사업주와 같이 간접고용한 경우까지 포함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검사의 주장을 배척했다.

또 대법원이 판시(2015. 6. 25. 선고 2007두4995 전원합의체 판결)한 취지는 취업자격이 없는 외국인 근로자들과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출입국관리법상 금지되었다고 하더라도, 당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한 이상,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범위에는 포함된다는 것이어서, 이 사건과 같이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한 자를 인력파견업체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피고인으로 보아야 하는지의 문제와는 관련이 없고, 또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지정된 근무처에서만 근무하도록 했다는 것만으로 그 근무처의 사업주를 바로 고용한 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검사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이기택)는 2020년 5월 14일 검사의 상고를 기각해 무죄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0.5.14. 선고 2018도3690 판결).

대법원은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출입국관리법상 고용,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인정,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출입국관리법은 ‘고용’에 관해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고용’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노무를 제공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은 이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민법 제655조)을 의미한다. 파견법은 근로자파견계약에 따라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자를 사용사업주라고 정의하고(제2조 제4호),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중 일부 규정을 적용할 때에는 사용사업주를 사용자로 본다고 정하고 있으나(제34조, 제35조), 출입국관리법 적용에 관해서는 그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대법원은 출입국관리법 제94조 제9호, 제18조 제3항의 ‘고용’의 의미도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이 없는 외국인으로부터 노무를 제공 받고 이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사용사업주가 근로자파견계약 또는 이에 준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파견사업주로부터 그에게 고용된 외국인을 파견받아 자신을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출입국관리법 제94조 제9호, 제18조 제3항이 금지하는 고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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