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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의 자유 앞 성역은 없다. 국회는 집시법 11조를 폐지하라”

2020-03-06 14:44:59

집시법 11조폐지 공동행동은 3월 6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는 집시법 11조를 폐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사진제공=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이미지 확대보기
집시법 11조폐지 공동행동은 3월 6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는 집시법 11조를 폐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사진제공=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
[로이슈 전용모 기자] 인권단체, 민주노총, 전농 등으로 구성된 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은 3월 6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로 많은 시민들이 건강과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이 시기에 국회는 '민생법안'을 우선한다는 명목으로 집시법 11조 개악 처리를 강행하려고 한다.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아닌 권력기관을 성역화하며 집회로부터 보호하려는 집시법 11조 개악 처리를 지금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4일 국회 행안위 법안소위는 작년까지 한 차례도 논의해오지 않았던 집시법 11조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고, 6일 오후 2시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절대적 집회 금지 장소 조항인 집시법 11조 관련, 2018년 헌법재판소는 1호 국회의사당 및 각급 법원, 3호 국무총리 공관 100미터 이내 장소에서의 집회 금지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해당 규정은 2019년까지였던 개정시한이 경과함에 따라 효력을 잃었다.

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회에 집시법 11조의 전면 폐지를 요구해왔다. 앞서 2016년에는 집회의 자유를 탄압하는 국가폭력에 의해 고인이 된 백남기 농민을 기억하며, 백남기법이라는 이름으로 집시법 개정안을 입법청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민사회의 요구에 그동안 국회는 어떠한 응답도 하지 않았다.

이번 행안위 법안소위에서 합의한 '대안'은 전혀 대안이라고 할 수 없다. 예외적 허용을 통해 집회의 자유와 공공의 안녕 사이에 조화를 모색한다고 그 취지를 밝히고 있지만,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 행사가 금지될 수 있다.

해당 기관의 기능과 안녕을 침해할 우려, 대규모 집회나 시위로 확산될 우려처럼 실질적이고 명확한 위험 여부와 무관하게 집회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기에 사실상 기존 위헌적 조항의 존치에 다름 아니다는 게 공동행동의 주장이다.

오민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를 반영한다는 개정안은 언뜻 보면 예외적으로 집회가 가능한 경우를 정했기 때문에 제대로 개정이 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역행하는 개악안이다"며 "금지장소를 두지 않더라도 이미 집시법 조항에 의해서 폭력적인 집회나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제재를 가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마련된 소위 '대안'이라는 이번 개정안은 집시법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는 것일 뿐이다"고 규탄발언을 했다.

정진우 권유하다 집행위원장(국무총리공관 위헌제청 사건 당사자)은 집시법11조 피해당사자이자 위헌제청인으로서 집시법11조를 살려내려는 개정안 소식을 듣고 참혹한 심정이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피해자가 될 것인지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어떤 개정인가, 과거와 같이 피해자를 또 양산하고 권력기관 앞 호소하려는 국민들이 다시 주춤거려야 하고 통제받아야 하는 개정이다"고 항변했다.

김준호 기본소득당 대변인은 집시법 제11조로 재판을 받았던(1심 무죄) 그리고 현재 재심 재판을 받고 있는 당사자이다.

김 대변인은 "특정한 장소에서의 집회를 금지하고, 이를 통해 시민의 목소리를 금지시켰던 이 법이 부당한 것이었음을 재차 확인하고자 재심을 시작했다"면서 "경찰에 더 많은 권한을 주고 일부 위헌을 받은 장소만 교묘하게 삭제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가 보장 된 이 나라에 불필요한 악법이다. 국회는 더 민주적인 사회, 더 자유로운 나라를 위해 이 악법을 존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폐지하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최석환 전국농민회총연맹 대외협력부장은 "백남기 농민이 국가공권력에 의해 쓰러졌던 민중총궐기 그날 당일에도 경찰은 집시법 상 교통채증이 우려된다 등 우려만으로 시위를 전면 금지했다. 당시에도 기준이 없었다. 교통채증 늘 쓰는 말이니 그러려니 했는데, 대입 논술시험이 있다는 이유도 우려라면서 도심에서의 집회시위를 금지시켰다. 그 결과 10만 넘는 민중이 집회하겠다고 모였는데 집회금지 행진금지 하면서 결국 물대포로 한 농민의 목숨을 빼앗았다"고 당시를 상기했다.

이어 "국회 앞에서 수많은 노동자와 농민이 피를 뿌렸다. 집회시위 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국회를 향하는 민중들 목소리는 저 앞 100미터에서 막혔다. 우리 목소리를 들어야 할 국회는 언제나 우리를 막아왔다. 헌재 결정 있어도 아직 국회 정신 못차리고 있다. 앞으로도 우린 계속 이곳으로 올거다. 국회가 우리 목소리를 듣도록 계속 싸울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는 "이 개정안을 만든 국회의원들은 시위와 집회를 골칫거리로 바라보고 통제할 방법만 찾은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싫은 것이 아니라면 경찰이 해오던 방식처럼 집시법을 개정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며 " 집시법 11조 개정안은 오히려 법으로 기본권을 침해하는 공권력의 남용을 보장하는 것과 같다. 개정안은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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