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국회 행안위 법안소위는 작년까지 한 차례도 논의해오지 않았던 집시법 11조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고, 6일 오후 2시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절대적 집회 금지 장소 조항인 집시법 11조 관련, 2018년 헌법재판소는 1호 국회의사당 및 각급 법원, 3호 국무총리 공관 100미터 이내 장소에서의 집회 금지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해당 규정은 2019년까지였던 개정시한이 경과함에 따라 효력을 잃었다.
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회에 집시법 11조의 전면 폐지를 요구해왔다. 앞서 2016년에는 집회의 자유를 탄압하는 국가폭력에 의해 고인이 된 백남기 농민을 기억하며, 백남기법이라는 이름으로 집시법 개정안을 입법청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민사회의 요구에 그동안 국회는 어떠한 응답도 하지 않았다.
이번 행안위 법안소위에서 합의한 '대안'은 전혀 대안이라고 할 수 없다. 예외적 허용을 통해 집회의 자유와 공공의 안녕 사이에 조화를 모색한다고 그 취지를 밝히고 있지만,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 행사가 금지될 수 있다.
해당 기관의 기능과 안녕을 침해할 우려, 대규모 집회나 시위로 확산될 우려처럼 실질적이고 명확한 위험 여부와 무관하게 집회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기에 사실상 기존 위헌적 조항의 존치에 다름 아니다는 게 공동행동의 주장이다.
오민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를 반영한다는 개정안은 언뜻 보면 예외적으로 집회가 가능한 경우를 정했기 때문에 제대로 개정이 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역행하는 개악안이다"며 "금지장소를 두지 않더라도 이미 집시법 조항에 의해서 폭력적인 집회나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제재를 가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마련된 소위 '대안'이라는 이번 개정안은 집시법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는 것일 뿐이다"고 규탄발언을 했다.
정진우 권유하다 집행위원장(국무총리공관 위헌제청 사건 당사자)은 집시법11조 피해당사자이자 위헌제청인으로서 집시법11조를 살려내려는 개정안 소식을 듣고 참혹한 심정이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피해자가 될 것인지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어떤 개정인가, 과거와 같이 피해자를 또 양산하고 권력기관 앞 호소하려는 국민들이 다시 주춤거려야 하고 통제받아야 하는 개정이다"고 항변했다.
김준호 기본소득당 대변인은 집시법 제11조로 재판을 받았던(1심 무죄) 그리고 현재 재심 재판을 받고 있는 당사자이다.
김 대변인은 "특정한 장소에서의 집회를 금지하고, 이를 통해 시민의 목소리를 금지시켰던 이 법이 부당한 것이었음을 재차 확인하고자 재심을 시작했다"면서 "경찰에 더 많은 권한을 주고 일부 위헌을 받은 장소만 교묘하게 삭제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가 보장 된 이 나라에 불필요한 악법이다. 국회는 더 민주적인 사회, 더 자유로운 나라를 위해 이 악법을 존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폐지하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최석환 전국농민회총연맹 대외협력부장은 "백남기 농민이 국가공권력에 의해 쓰러졌던 민중총궐기 그날 당일에도 경찰은 집시법 상 교통채증이 우려된다 등 우려만으로 시위를 전면 금지했다. 당시에도 기준이 없었다. 교통채증 늘 쓰는 말이니 그러려니 했는데, 대입 논술시험이 있다는 이유도 우려라면서 도심에서의 집회시위를 금지시켰다. 그 결과 10만 넘는 민중이 집회하겠다고 모였는데 집회금지 행진금지 하면서 결국 물대포로 한 농민의 목숨을 빼앗았다"고 당시를 상기했다.
이어 "국회 앞에서 수많은 노동자와 농민이 피를 뿌렸다. 집회시위 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국회를 향하는 민중들 목소리는 저 앞 100미터에서 막혔다. 우리 목소리를 들어야 할 국회는 언제나 우리를 막아왔다. 헌재 결정 있어도 아직 국회 정신 못차리고 있다. 앞으로도 우린 계속 이곳으로 올거다. 국회가 우리 목소리를 듣도록 계속 싸울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는 "이 개정안을 만든 국회의원들은 시위와 집회를 골칫거리로 바라보고 통제할 방법만 찾은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싫은 것이 아니라면 경찰이 해오던 방식처럼 집시법을 개정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며 " 집시법 11조 개정안은 오히려 법으로 기본권을 침해하는 공권력의 남용을 보장하는 것과 같다. 개정안은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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