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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보험약관 명시·설명의무 다하지 않았다면 고지의무 위반했어도 보험계약 해지 못해

2020-02-10 07:45:08

(사진=대법원홈페이지)
(사진=대법원홈페이지)
[로이슈 전용모 기자] 보험회사(보험자)가 원고의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사건에서, 보험자의 보험설계사가 ‘오토바이 운전과 관련된 사항’에 관해 그 명시·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한 이상,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보험자인 피고로서는 원고가 망인의 주기적인 오토바이 운전 사실에 관한 고지의무를 위반했음을 이유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원심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망인(당시고등학생)은 2016년 3월 4일 오전 5시40분경 원동기장치자전거(오토바이)을 운전해 부산 수영구 민락동 노상을 직진하던 중, 빗길에 핸들을 과대 조작해 우측 차도와 보도를 구분하는 연석을 오토바이 우측 측면 부분으로 충격한 다음 바닥에 전도되는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중 같은 날 오전 6시25분경 사망했다.
원고는 피고(보험회사)와 피보험자를 원고의 아들인 망인으로 해서 2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제1보험계약에서 보장하는 일반상해 사망보험금은 3억원, 제2보험계약에서 보장하는 일반상해 사망보험금은 2억5000만원이다.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망인의 사망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청구를 했다.

이에 대해 피고는 2016년 6월 10일 원고가 보험가입전 피보험자가 이륜차량을 운행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아 "상법 제651조(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계약 해지) 및 655조(계약해지와 보험금액 청구권), 당사 약관 '계약자의 계약 전 알릴의무 등'에 따라 계약 해지 및 보험금이 부지급 됨을 알려드리오니, 혜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취지의 통지를 했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보험금 5억5000만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피고 소속 보험설계사가 원고로부터 망인의 오토바이 운행사실을 들어서 알고 있음에도, 원고에게 이륜차량의 경우 보험계약의 약관에 의해서 담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혀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보험금 부지급 결정은 부당하다. 또 제2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설계사가 원고에게 이륜차 운행의 경우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는 설명을 전혀 해주지 않아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1심(2016가합542145)인 서울중앙지법 제19민사부(재판장 이정민 부장판사)는 2017년 6월 14일 "피고는 원고에게 5억5000만원 및 이에 대해 피고가 원고에게 계약 전 알릴의무 위반에 따른 계약해지 및 보험금 부지급안내서를 발송한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16. 6. 2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16. 7. 26.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다.

2016년 6월 10일부터 10일이 경과한 다음날부터의 지연손해금 청구는 이유있고, 이를 초과하는 부분의 지연손해금 청구는 이유없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모집인인은 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해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원고에게 이륜차 운행은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한 적은 없다. 본인이 오토바이 운행에 대해서 얘기를 안했기 때문에 계약체결 당시에는 설명을 안했다.’고 명확히 진술했다. 따라서 원고가 고지의무를 위반(오토바이운전사실)했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고에게 보험약관의 내용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는 이상 피고의 보험모집인이 원고의 오토바이 운행사실을 알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피고는 원고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가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실만으로 보험자인 피고가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자 피고는 항소했다.

2심(원심2017나2035357)인 서울고법 제28민사부(재판장 이강원 부장판사)는 2018년 5월 29일 피고의 항소를 기각해 1심을 유지했다.

원고는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망인의 주기적인 오토바이 운전 사실’과 관련하여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망인은 당시 학생으로서 치킨가게 배달 업무는 이른바 ‘아르바이트’ 삼아 했던 것으로 보이고, ’직업별 위험등급 분류체계‘에 따르면 대학생, 고등학생, 휴학생, 학원생, 재수생, 고시준비생은 모두 동일한 위험급수로 분류되어 있으므로, 원고가 이 부분(직업란 대학생 기재)과 관련해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보험설계사가 이 사건 각 보험계약 체결 당시 원고에게 ’오토바이 운전과 관련된 사항‘, 즉 ‘망인이 주기적으로 오토바이를 운전할 경우에는 이 사건 특별약관이 부가되어야 한다는 사실’, ‘망인의 오토바이 운전 여부는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인수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으로서 피고에게 고지되어야 한다는 사실’, ‘이러한 사항에 대하여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해지 등으로 인하여 보험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 등에 관하여 그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따라서 원고가 망인의 주기적인 오토바이 운전 사실에 관하여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보험설계사가 ‘오토바이 운전과 관련된 사항’에 관하여 그 명시·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한 이상,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보험자인 피고로서는 원고가 망인의 주기적인 오토바이 운전 사실에 관한 고지의무를 위반했음을 이유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5. 8. 11. 선고 94다52492 판결 등 참조).

피고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김선수)는 2020년 1월 16일 피고의 상고를 기각해 원고의 손을 들어준 1심을 유지한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0.1.16.선고2018다242116).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대법원 판례를 위반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설명의무의 이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했다.

이어 "원심의 판단에 직업에 대한 고지의무 위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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