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1일 산업은행은 이사회에서 대우건설의 지분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은 산업은행이 가진 대우건설 지분 50.75% 중 40%를 우선 매각하고 나머지 10.75%는 2년 뒤에 인수하는 분할인수 방식을 택했다.
인수가격에 대해서는 산은이 공개를 꺼리고 있다. 다만 주당 7700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인수가격은 1조6242억원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는 산은이 대우건설 지분 인수와 유상증자에 투입한 자금(3조2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헐값 매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반면 산은의 시각은 다르다. 현재 대우건설 주가와 비교하면 약 30%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이기 때문에 헐값 매각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로써 산업은행은 조만간 호반건설과 대우건설 매각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밀실사를 진행하고 나면 오는 7월까지 매각이 마무리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광주·전남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호반건설이 여러번 주인이 바뀌었던 대우건설을 인수한 것에 대해 업계의 시각은 분분하다.
1989년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호반건설은 광주 삼각동 임대주택을 시작으로 지금껏 국내 주택사업만 전념해왔다. 이와 달리 대우건설은 건축, 토목, 플랜트, 원자력 등은 물론 해외수주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다. 게다가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부문에서는 서울 강남 재건축단지 두 곳에 수주깃발을 꽂았을 정도로 저력이 있다. 따라서 호반건설로서는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기회다.
반면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대우건설 노조는 과거 금호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했을 당시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 쓰다가 결국 경영난을 겪은 것을 이유로 이번 인수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또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은 물량부족으로 앞으로 더욱 치열할 전망인데 과연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했더라도 강남에 진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최영록 기자 rok@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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