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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긴급조치 유죄→재심서 무죄…국가 손해배상책임

2016-06-20 21:03:54

[로이슈 신종철 기자] 긴급조치 위반으로 영장 없이 체포되고 불법 구금돼 조사를 받으며 징역 10년을 선고받아 상고를 포기해 판결이 확정된 이후, 재심을 통해 무죄확정 판결을 받은 사건에서 대법원은 수사관들의 불법행위를 인정해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였다.

서울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권O씨는 1974년 5월 10일 긴급조치 제1, 4호 위반 및 내란음모 혐의로 영장 없이 체포된 후 5월 22일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1974년 8월 13일 비상보통군법회의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법원은 1974년 9월 양형부당을 이유로 권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이후 권씨가 1974년 10월 7일 상고했다가 10월 18일 상고를 취하함으로써 항소심 판결이 확정됐다.

권씨는 1975년 2월 16일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이후 권씨는 2013년 8월 19일 서울고등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2014년 1월 14일 권씨에 대한 긴급조치 제1호, 제4호 위반과 내란음모 혐의 모두에 대해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해 위 판결은 2014년 1월 22일 확정됐다.

이에 권씨가 형사보상청구를 했고, 서울고법은 2014년 7월 4일 권씨에게 구금에 대한 보상금 5897만원 등을 지급하라는 형사보상결정을 했다.

권씨와 가족은 “권O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영장 없이 불법으로 체포ㆍ구금하고 변호사와 그 가족들의 접견을 제한한 채 가혹행위를 했다. 권O이 출소한 후에도 국가로부터 지속적인 감시를 당했다”며 “국가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저지른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33민사부(재판장 정인숙 부장판사)는 2015년 5월 권O씨와 가족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 권O에게 1억 102만원, 가족 3명에게 9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수사과정 중 가족 및 변호인 조력권, 접견교통권이 배제된 채 장기간 구금돼 가혹행위를 당했던 점 등에 비춰 보면 원고는 수사기관의 가혹행위 등으로 임의성 없는 자백을 하거나 위압적인 상태에서 불리한 진술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수사관들이 수사과정에서 한 가혹행위 등 위법행위로 원고가 유죄판결을 받고 283일간 복역했으므로,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월 권씨와 가족에게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1심 및 항소심 공판기일에서 수사기관의 위법행위에 관해 진술하거나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고 진술한 흔적이 없는 점, 원고 스스로 상고를 취하한 점 등에 비춰, 수사관들이 원고에게 수사과정에서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주먹으로 때리는 등 폭행을 가했으며, 수사관이 부르는 대로 불리한 진술을 작성할 것을 강요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항소심과 달랐다.

대법원, 긴급조치 유죄→재심서 무죄…국가 손해배상책임이미지 확대보기
대법원 제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권O씨와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파기환송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2005년 12월 보고서를 통해 ‘민청학련 사건 수사과정에서 광범위한 가혹행위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가족, 변호인, 기타 일체의 접견금지 조치를 통해 권리 행사에 제약을 받았음이 확인된다’는 취지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원고의 청구로 ‘이 사건을 수사한 사법경찰관의 행위는 형법 제124조(불법체포, 불법감금)에 해당되므로, 재심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재심이 개시됐고, 2014년 1월 무죄판결이 선고돼 그 무렵 확정됐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원고는 내란음모에 관해 수사기관이 위법행위로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 확정판결까지 받았다가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그럼에도 원심판결에는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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