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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회사 안 공터 천막 치고 확성기 구호 농성 업무방해 무죄

업무방해, 건조물침입 혐의 무죄

2016-01-16 17:40:32

[로이슈=신종철 기자] 단체협약 재협상을 위해 회사 안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인 노조 간부들이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나, 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자동차부품업체인 A사에는 노동조합이 있었다. 이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됨에 따라 2011년 7월 기업노조가 설립됐다. 2013년에는 기업노조가 다수 노동조합이 돼 교섭대표노조로 선정됐고, A사는 그해 3월 기업노조와 단체협약 안에 잠정합의했다.

이에 금속노조 및 A사 지회(A사 소수노조)는 잠정합의안이 개악됐음을 이유로 단체협약 체결 저지를 위해 2013년 3월 26일 회사 본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개최한다는 내용을 조합게시판에 공고했다.

A사 인사총무팀장은 금속노조 A사 지회장에게 ‘천막을 치지 말라’고 구두 통보를 했으나, 최 지회장과 금속노조 대구지부장 등은 당일 회사 본관 종합사무실 앞 공간에 대형 천막을 설치하고, 대형 현수막도 내걸었다.

이들은 이때부터 79일간에 걸쳐 출근시간대와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 정문 앞 또는 천막에서 스피커를 통해 노동가요를 틀거나 확성기로 구호를 외치는 등의 농성 행위를 했다.

한편,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A사 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돼 적법 절차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했음에도 금속노조가 ‘단체협약 개악 저지, 중앙 및 지부 교섭 참가’ 등을 주장하면서 천막농성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로 농성 중단을 지시하는 행정지도를 했다.

검찰은 금속노조 대구지부장은 노사 간 단체교섭 결과에 대한 불만으로 A사의 본관 사무실 앞 공터에 회사의 동의나 승낙을 받지 않고 금속노조 대구지부 천막을 차량에 싣고 들어와 설치하는 등 회사의 공장에 무단으로 침입한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또 A사 지회장과 대구지부장은 확성기를 통해 “민주노조 사수, 단체협약 개악 저지, 중앙-지부교섭 참가” 등을 주장하면서 구호를 외치고, 앰프와 스피커를 통해 노동가요를 틀어주며 실력행사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위력으로 A사의 정당한 공장 운영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인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2014년 4월 건조물침입,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사 지회장에게 벌금 70만원을, 또 금속노조 대구지부장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사 노조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단체교섭을 체결했음에도, 금속노조나 지회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A사가 금속노조와의 단체교섭에 참가하는 것은 오히려 노조법에 반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천막농성의 동기나 목적에 정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비록 출근시간 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농성했더라도 단체협약 내용에 불만이 있을 경우 노동청에 재조정 등을 구하는 적법 절차를 거지치 않고 피해자의 동의 없이 회사 본관 건물 앞 출입구 부근에 대형천막을 설치해 농성행위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피해자의 시설관리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회사를 드나드는 납품업체나 거래처로 하여금 회사에 대한 불신감을 유발할 수 있어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및 보충성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천막농성 행위를 노조법에 정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회사 안 공터 천막 치고 확성기 구호 농성 업무방해 무죄이미지 확대보기
대구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영화 부장판사)는 2015년 5월 금속노조 A사 지회장과 금속노조 대구지부장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014노1488)

재판부는 “각 집회가 목적 달성에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정도에 이르는 위법한 위력의 행사라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집회는 회사가 정한 업무시간을 피해 출근시간 전 약 30분과 점심시간 약 30분을 이용해 개최됐고, 천막이 설치된 곳은 회사 공터이고 이로 인해 직원들의 통행이 직접적으로 방해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며, 뿐만 아니라 점심시간에 이루어진 집회에서 이루어진 행위 또한 선진물을 배포하거나, 확성기를 통해 구호를 외치고, 앰프와 스피커를 통해 노동가요를 트는 것 등 통상의 집회에서 행하여지는 행위들에 불과하다”고 봐서다.

대구지부장의 건조물침입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노조활동을 위해 그 이전부터 수시로 A사를 출입해 왔고, A사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정문에 설치돼 있는 차단기를 통과해야 하며, 그곳에는 경비원들이 배치돼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데, 사건 당일 피고인이 회사로부터 출입을 거부당하거나, 제지당한 사실은 없다”며 “피고인이 천막을 치고 집회를 개최한 것이 특별히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건조물침입,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금속노조 A사 지회장과 대구지부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건조물침입죄, 업무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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