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화물차에 물건을 실은 뒤 운전기사가 적재함에 올라가 덮개를 씌우고 끈을 묶다가 떨어져 다친 사고는 보험약관에서 정한 ‘하역작업’에 해당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보험사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1심과 2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법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 4월 경북 칠곡군의 한 금속 제조 공장에서 일하던 직원이 집게차로 A씨가 운전하는 25톤 화물차량의 적재함에 구리를 실은 뒤, A씨가 차량 적재함 위로 올라가 덮개를 씌우고 끈을 묶는 작업을 하던 중 추락해 다쳤다.
이에 A씨가 차량이 가입된 보험사에 교통상해 후유장애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D화재해상보험은 “A씨의 상해사고는 화물차의 적재함 위에 올라가 덮개를 덮고 끈으로 조이는 등 하역작업의 마무리 작업을 하던 중에 발생한 것으로 보통약관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에 해당한다”며 거부했다.
이 보험사는 그러면서 다친 보험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음을 확인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인 대구지방법원 민사12단독 서영애 판사는 2014년 7월 D화재해상보험사가 다친 보험가입자 A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에 대해 보험사의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영애 판사는 “적재물 고정 작업은 하역작업과는 별개로 운전자인 피고가 자동차의 안전 운행 또는 적재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통상적인 조치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이를 하역작업을 하는 동안에 발생한 사고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보험사가 항소했으나, 대구지법 제1민사부(재판장 이영화 부장판사)는 지난 1월 D화재해상보험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화물차의 적재함에 사람을 태우고 주행하는 것은 금지되지만, 정차 중인 상태에서 짐을 싣거나 안전장치 등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적재함에 올라타는 것은 허용되고 예정돼 있다”며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보통약관은 ‘하역작업’을 하는 동안 발생한 사고를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화물차 적재함에 올라타는 것을 ‘탑승’으로 보기 때문에 하역작업 중 발생한 사고가 보험금 지급사유에 우선 해당함을 전제로 이를 별도의 면책사유로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피고의 상해사고가 자동차에 ‘탑승 중’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마찬가지로 “이번 상해사고가 하역작업을 하는 동안에 발생한 사고라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피고의 상해사고가 ‘하역작업’을 하는 동안 발생한 것으로 면책사유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 역시 이유 없다”고 배척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은 D화재해상보험사가 다친 보험가입자를 상대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음을 확인해 달라고 낸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 상고심(2015다15405)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보험약관에서 운행 중인 자동차에 운전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로 탑승 중에 발생한 사고도 운전자 교통상해에 해당한다고 하면서도, 다만 하역작업을 하는 동안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교통사고로 보지 않고 그로 인한 손해는 보상손해에서 제외한 것은 하역작업에는 차량의 교통사고와는 별개로 고유한 사고발생 위험이 내재돼 있어 그러한 위험이 현실화된 결과 상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보험사고에서 배제된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런 점 등을 종합해 살펴보면,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볼 때에도 이 사고는 차량에 화물을 적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이고, 이는 보험약관에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로 규정한 ‘하역작업을 하는 동안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에 해당한다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나아가 이와 같은 해석론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거나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달리 보험약관의 내용에 명백하지 못하거나 의심스러운 사정이 있다고 할 수도 없어 위 보험약관의 내용을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객에게 유리하게 제한 해석해야 할 여지도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이 이 보험계약을 명문의 규정 및 취지에 반해 해석함으로써 보험약관에서 정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에 해당하는 사고로 발생한 피고의 손해가 보상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것은, 보험계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