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김종인 건국대 석좌교수)는 4일 신임 대법관 후보에 강형주 법원행정처 차장(사법연수원 13기), 성낙송 수원지방법원장(연수원 14기), 이기택 서울서부지방법원장(연수원 14기)을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피천거인 등의 후보자 적격 여부에 관한 본격적인 심의에 앞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규칙 제8조 제2항에 따라 대한변호사협회가 ‘성명서’를 통해 공개 천거한 김선수, 강재현 변호사를 심사 대상에서 제외할 것인지 여부를 심의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공개했던 ‘대법관 제청대상자 선정을 위한 천거 공고문’을 보면 천거방법은 법원행정처장을 통해 비공개 서면으로 해야 한다.
대법원은 “천거인이 의도적으로 피천거인을 공개 천거하는 등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규칙’ 제6조에 따른 천거절차를 위반해 심사에 부당한 영향을 끼치려 한 경우에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심사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으니 유의하기 바란다”고 적시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규칙> 제6조(천거절차 등) ② 제1항의 천거는 후보자의 학력, 경력 등 주요 인적사항 및 천거사유 등을 명시해 비공개로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한 제8조(후보자의 심사ㆍ추천) ②항 단서에서 “다만, 천거인이 의도적으로 피천거인을 공개 천거하는 등 제6조에 따른 천거절차를 위반하여 심사에 부당한 영향을 끼치려 한 경우에는 의결로써 심사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심의 결과, 만약 공개 천거를 허용할 경우에는 다양한 이해관계 및 정치적 성향이 대립되는 단체 간 경쟁적 천거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피천거인 본인의 자질과 능력보다는 천거 단체에 관심이 집중됨으로써 대법관 제청절차의 공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러므로, 추천위원회가 천거 단체나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공정하고도 원활한 심사를 하기 위해서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규칙 제6조 제2항이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비공개 천거 원칙이 준수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추천위원회는 “따라서 이번에 대한변호사협회가 위 규정을 위반해 공개 천거한 강재현 변호사는 심사대상에서 제외하고, 다만 김선수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외에 다른 천거인이 있기 때문에 심사대상자에 포함시키기로 결의했다”고 설명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대법원이 최초로 피천거인의 명단을 전부 공개하고 국민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수렴하는 등 대법관의 다양화 요구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 천거서와 심사대상자에 대해 제출된 의견서, 그 밖의 여러 심사자료를 바탕으로 대법관 다양화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후보자를 추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추천위원회는 “그러나 외부인사인 심사대상자 가운데는 대법관으로서의 자질 및 능력과 함께, 청렴성ㆍ도덕성 등 모든 자격요건을 갖추어 대법관으로서 적격인 분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해 부득이하게 법관인 피천거인 중에서 후보자 3인을 추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추천위원회는 “이번에는 외부인사인 심사대상자가 5명에 불과해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는 적격자를 찾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향후에는 여러 직역에서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많은 훌륭한 분들이 후보자로 천거돼 대법원 구성에 관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외부인사 즉 대법관 후보자로 추천된 변호사들에 대해서는 사실상 부적격 판정을 내린 셈이다.
한편 이번에 대법관 후보로 재야에서는 장경찬 변호사(연수원 13기), 황정근 변호사(연수원 15기), 강재현 변호사(연수원 16기), 김선수 변호사(연수원 17기), 이석연 변호사(연수원 17기)가 추천을 받았다.
이번 추천과 관련, 대한변협(협회장 하창우)는 즉각 성명을 통해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소수의견이나 반대의견 하나 없는 전원일치 판결을 잇달아 선고하고 있다”며 “전원합의가 전원일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님에도 계속해서 13:0의 전원일치 판결이 나오는 것은 대법원이 구성의 다양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은 과거 사법개혁위원회를 구성할 때부터, 구성의 다양화를 제1의 과제로 삼았고 상고법원을 추진하면서도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선행조건으로 하여 대법원이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담아내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고 상기시켰다.
변협은 “그러나 2015년 8월 4일 열린 대법관추천위원회는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갈망하는 국민의 여망을 외면한 채, 그리고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위해서는 대법원이 법관일색으로 구성되어서는 안 된다는 대한변협의 반대의견을 무시한 채 대법관후보 3명 전원을 법관 출신으로 추천했다”고 비판했다.
변협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대법원은 국민의 신뢰를 얻는 사법부가 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번에도 사법부는 법관 순혈주의를 고수해 권위적인 사법부, 국민의 여망을 외면한 사법부가 되고 말았다”며 “대법원이 말해온 구성의 다양화가 ‘헛구호’였음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