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의 상속인들은 작년 8월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했고, 이에 따라 보험사는 10월 일반사망보험금 1억원을 지급했으나, 재해사망특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 2억원은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보험회사(원고)는 상속인들(피고)을 상대로 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회사는 “자살은 재해에 해당되지 않아 자살한 경우에는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 재해사망특약 약관 제12조 제1항 제1호의 단서 규정 부분은 민법 제151조 제3항에 따라 무효이다“고 주장했다.
반면 상속인들은 “K는 자살하기 약 1시간 전까지 소주와 맥주를 마셔 술에 만취된 상태에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었고, 평소 자살을 암시하는 말 또는 행동 등의 이상 징후가 전혀 없던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자살한 것이므로, 자살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고, 따라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맞섰다.
또 “보험계약의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 K가 자살해 재해사망특약 약관 제12조 제1항 제1호 단서 규정에 따라 원고는 피고들에게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항변했다.
이에 창원지방법원 제5민사부(재판장 이유형 부장판사)는 지난 5월 28일 보험회사가 상속인들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2014가합35136)에서 보험회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상속인들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쟁점사항인 보험사의 면책약관의 단서부분(부책조항)이 보험금 지급의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보험사)의 주장과 같이 자살은 우발적인 외래 사고인 재해에 해당되지 않아 재해사망보험금의 지급사유가 발생할 여지가 전혀 없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보게 되면, 재해사망특약 약관 중 ‘특약의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한 경우’에 해당돼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를 전혀 상정할 수 없어 위 규정이 무의미하게 된다”고 판단했다.
또 “‘고의에 의한 자살 또는 자해행위’에 대해서는 상법 제659조에 의하여 보험자(보험회사)가 면책되게 돼 있다”며 “그러나 재해사망특약 약관 중에 보험계약 당사자 간의 별도의 합의로서 의미가 있는 부분은 면책사유를 규정한 본문 부분이 아니라 부책사유를 정한 단서 부분임을 알 수 있어, ‘피보험자가 재해사망특약의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한 경우’에는 재해사망보험금의 지급사유에 해당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당해 자살이 보험금 수령을 목적으로 한 자살인지 여부를 입증한다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 정책적인 판단 아래 기간을 2년으로 설정해 기간 내의 자살은 일률적으로 보험자(보험회사)가 면책되는 것으로 하고, 그 이후의 자살은 보험자가 보험금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정한 면책조항의 취지를 고려할 때, 자살 자체가 범죄가 아닌 이상 보험사기를 방지할 정도의 기간을 경과한 후의 자살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당사자가 합의한다고 해서 이를 두고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도 없다”며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