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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업계 ‘신화’ 김한규 서울변호사회장 “사법시험 없었다면”

비주류 경원대 나와 사법시험 11번 실패 뒤 합격…변호사 8년 만에 서울변호사회장

2015-01-27 16:06:25

[로이슈=신종철 기자]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직함을 내려놓고 회장 선거에 뛰어들었던 김한규 변호사(사법연수원 36기)가 법조계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그야말로 ‘입지전적 신화’라는 표현을 붙여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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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제93대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에당선된김한규변호사(사진=서울변호사회)


김한규(46) 변호사의 서울지방변호사회장 당선이 더욱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는 건, 법조계에선 눈이 휘둥그레 해지고 귀가 쫑긋할만한 믿기지 않는 그의 남다른 화려한 스펙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성적이 59명 중 56등이라는 최하위권 그야말로 꼴찌였던 학생이 삼수를 해 지방대 법대에 진학하고, 오뚝이처럼 사법시험을 무려 11번이나 도전한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고시원 식당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결국 사법시험 2차 시험에 여섯 번째 도전해 합격하며 그토록 꿈꿨던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된다.

뿐만 아니라 변호사 6년차이던 2013년 1월 청년변호사 나승철 변호사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에 출마하자 러닝메이트로 부회장으로 출마했고, 2015년에는 본인이 직접 제93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선거에 나서 다른 쟁쟁한 후보 4명을 제치며 당당하게 당선되며 변호사 생활 8년 만에 입지전적인 인물이 된 것이다.

전국 2만명이 넘는 변호사 중에서 서울지방변호사회에는 1만5천여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는 최대 규모다.

▲김한규회장의선거포스터이미지 확대보기
▲김한규회장의선거포스터


경원대(현 가천대) 출신 1호 법조인 김한규 변호사. 소위 명문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도 아닌 서울소재 법대도 아닌 지방대이기 때문에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선거에서 당연히 동문 법조인맥과 소위 ‘빽’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이에 김한규 후보는 자신의 기호 3번에 착안해 ‘넘버 쓰리’와 ‘무대뽀’를 자청하며 선거에 임했다.

때론 고상하게 ‘변호사의 권익은 누가 변호합니까?’, ‘변호사의 변호사, 김한규’라며 유권자인 회원 변호사들에게 손을 내밀었던 김한규 후보가 접전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회장에 당선됐다.

26일 회장선거 투표결과 유효투표수 7012표(총투표 7053표, 무효 41표) 중 김한규 후보가 2617표를 얻어 2위와 무려 1000표차가 났다. 김영훈 후보가 1620표, 강현 후보가 1035표, 양정숙 후보가 879표, 권성연 후보가 861표를 각 득표했다.

소위 지방대 비주류 출신 변호사가 서울변호사회 회장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김한규 신임 회장을 웅변해 주는 그의 지론이 하나 있다. 바로 사법시험 존치다. 전통의 법조인 선발시험이었던 사법시험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으로 현재로선 2017년을 끝으로 폐지될 예정이다. 하지만 김한규 회장은 적극 반대한다.

김한규 회장은 사법시험 존치 법률안의 국회 통과 그리고 로스쿨 통폐합을 통해 1000명 이하로 변호사 수를 제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저는 사법시험은 존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희망의 사다리’, ‘개천에서 용 난다’는 등 다양한 미사여구가 있지만, 저는 살아온 환경 자체가 사법시험 폐지를 받아들일 수 없는 유전자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김한규 후보가 선거기간 중에 페이스북에 올린 말이다.

“제가 사법시험에 무려 11차례 불합격한 다음에 오늘에 이르게 됐습니다. 제가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사법시험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김한규도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김한규 후보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에 당선된 후 페이스북에 올린 말이다.

김한규 회장은 사법시험은 정말 자신이 걸어온 길과 같이 ‘희망의 사다리’라고 보기 때문에 애착이 깊다. 반면 로스쿨은 지방대생들이 매우 불리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김한규 회장의 모교인 가천대에서는 후배들 5명이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인이 됐고, 그 중 한명이 판사로 재직 중이다. 그런데 아직 로스쿨조차도 한명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법시험 합격자는 사법연수원 2년을 수료하면 법조인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로스쿨 체제에서는 대학을 나와 로스쿨 입학시험을 거쳐 로스쿨에 들어가 3년의 교육과정을 거쳐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변호사 등 법조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로스쿨에 들어가지 못하면 법조인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하는 구조다.

김한규 변호사는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살아온 궤적을 소개했고, 이를 본 페친들은 감동이라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가 어려운 형편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사법시험에 합격해 첫 발을 내듣는 청년변호사들에게 강의를 하는 등으로 조언을 해줬기 때문이었다.

김한규 회장에 따르면 2년 전 국회에서 공청회가 있었는데, 사시(사법시험) 존치의 필요성을 주장하자, 로스쿨 교수가 “로스쿨에는 유학경험도 있고 외국어도 잘하는 천하영재가 모인 곳”이라고 힐난한 적이 있다고 한다.

▲제93대서울지방변호사회김한규회장
▲제93대서울지방변호사회김한규회장
김 회장은 “저는 법조계에서는 비주류에 속하는 대학 출신이며, 경제적으로도 몹시 궁핍한 상황에서 틈틈이 일하면서 장시간 피와 땀을 흘리면서 고시공부를 한 끝에 꿈에 그리던 변호사가 됐다”며 “그 분의 기준에 의하면 저는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없는지도 모르겠다”고 씁쓸해했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 “2017년에 예정대로 사시가 폐지될 경우 현재의 로스쿨 입학전형에서는 저와 같은 학벌, 경제적 환경에 처해진 사람들은 입학이 어렵다는 점, 따라서 법조인의 꿈을 처음부터 가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한규 회장은 “학창시절에 공부를 못하다가 뒤늦게 철이 들어 법조인의 꿈을 가지게 된 사람들에게도 충분한 기회는 주어야 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가 아니냐”며 “학벌, 경제력, 집안, 빽 등 어떠한 외부요소도 작용할 수 없는 가장 공정한 시험인 사법시험을 폐지하는 우리 사회를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비록 유학경험도 없고, 외국어도 못하지만, 천하영재는 아니지만, 적어도 어깨가 빠지는 고통을 주는, 그리고 온갖 역겨운 냄새가 나는 음식쓰레기 뭉치를 하루에도 수차례 버리는 경험을 하면서 지금 이 자리에 왔으며, 이 또한 변호사로서 자부심을 가질 만한 충분한 소양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을 낮추며 “판사, 검사, 변호사가 되고 싶은 국민들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주는 사법시험은 존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당선 소감을 밝히면서도 사법시험 존치 주장하는 뚝심

김한규 회장은 26일 페이스북에 “오늘 서울지방변호사회 새로운 회장으로 당선됐다. 예상과 달리 압승을 거둬서 지금도 얼떨떨한 기분이다. 유권자 중 대학동문도 없고, 부족한 점이 많은 저에 대해 많은 변호사들이 지지한 이유가 무엇일까 계속 생각해 봤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회장은 “제가 고시 공부할 때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일하면서 공부했다는 애기는 전에도 했지만, 사실 주변에 보면 저보다도 훨씬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공부했던 분들을 많이 봤기에 저를 특별하게 내세우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겸손해하며 “다만, 우리 사회가 개인의 노력보다는 지나치게 스펙, 집안환경이 중시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점, 그리고 일종의 패자부활전이 인정되지 않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불만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학창시절 공부를 상당히 못했다. 솔직히 공부를 안 했다고 하고 싶지만, 못한 건 인정해야 할 것 같다”며 “고 1때는 학급 59명 정원에 56등까지 해본 적 있다. 이후 부지런히 만회를 하려고 했지만 결국 중간도 되지 않은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털어놨다.

또 “당연히 대입시는 실패했고, 3수를 거쳐 경원대(현 가천대) 법학과에 학력고사성적에 맞춰서 입학했다”며 “대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고, 미래의 직업으로 법조인을 꿈꾸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한규 회장은 “이후 무려 11차례 불합격한 다음에 오늘에 이르게 됐다. 제가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며 “오늘 총회 연설에서도 밝혔듯이, 사법시험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김한규도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경제적으로 궁핍한 것은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을 받거나 일을 해서 일정 부분 해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쉬운 일은 절대로 아니다”며 “그러나 우리 사회는 학창시절 우등생이었느냐, 열등생 이었느냐가 그 사람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최근에는 당사자의 집안환경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저는 학창시절 공부를 못했던 사람에게도, 즉 뒤늦게 인생의 방향을 결정한 사람에게도 그가 선택한 기회는 집안환경과 무관하게 공정하게 제공되는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만 법조인 역시 공정한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김한규 회장은 “그런데 로스쿨의 경우 학벌, 스펙, 나이 등이 입학 과정에서 거의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저처럼 학벌, 스펙이 부족하고 나이가 많았던 경우에는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한다”며 “과연 이러한 사회가 공정한, 바람직한 사회일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임기동안 제가 선거운동기간 중 주창했던 공약들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나승철 회장과 스승이었던 윤경 변호사가 말하는 김한규 변호사

한편, 김한규 회장은 누구일까.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이임식의나승철전임회장과김한규신임회장(사진=페이스북)이미지 확대보기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이임식의나승철전임회장과김한규신임회장(사진=페이스북)


나승철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지난 2일 김한규 부회장이 서울변호사회장 출마를 위해 부회장직을 사직하고 짐을 싸러 왔다간 날 페이스북에 김 부회장과 관련한 글을 올렸다.

나승철 회장은 “2년 전 이맘 때 처음 인사를 했지만 김 부회장님은 제가 선거운동을 나가면 항상 따라 다녀주셨다. 추운 날씨에 선거 운동을 다니면 후보들로서는 참 마음이 외롭고 힘든데, 김 부회장님은 언제나 재밌는 이야기들을 해주면서 자신감을 주셨고, 그때 나눴던 얘기들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고 기억했다.

나 회장은 “그때는 제가 ‘김 변호사님’이라고 불렀는데, 어느 날은 선거운동 중 저도 모르게 ‘형’이라고 불러서 약간 쑥스럽기도 했다. 김 부회장님은 동네 형님 같은 매력이 있는 분”이라며 “제가 회장이 된 이후에도 김 부회장님은 기쁠 때나 힘들 때나 항상 그림자처럼 제 옆을 지켜주셨고 제가 없는 자리에서 저를 대신해 회무를 잘 수행해 주셨다. 김 부회장님이 아니었으면 오늘의 저는 아마 없었을지 모릅니다”라고 김한규 부회장을 평가했다.

또한 김한규 회장이 2005년 사법연수생 시절에 교수였던 윤경 변호사는 제자인 김한규 변호사가 서울변호사회장에 당선되자 페이스북을 통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김한규회장과사법연수원스승이었던윤경변호사(사진=페이스북)이미지 확대보기
▲김한규회장과사법연수원스승이었던윤경변호사(사진=페이스북)


윤경 변호사는 “김한규 변호사는 평생을 교직에서 종사하던 두 분 부모님 밑에서 열린 교육을 받으면서 자라면서, 음악과 스포츠에 조예가 깊었다”고 기억했다. 실제로 김한규 회장은 프로야구 넥센 팬이고, 음악과 관련된 글도 종종 올린다.

윤 변호사는 “김한규 변호사의 인생이 순탄하였던 것만은 아니다. 1995년도에 사랑하던 어머니를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여의면서, 좌절과 고통의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고시공부를 병행하는 등 고달프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고, 이 때문에 집안 살림을 도맡아야 했던 동생에 대한 미안함도 가슴 깊이 간직해야만 했다”고 헤아렸다.

윤 변호사는 “원래 고난과 인내를 거치지 않은 열매에서는 알맹이가 자라지 않는 법이다. 김한규 변호사가 가진 성숙한 인품과 풍부한 지혜는 이러한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달콤한 열매였던 것이다”라고 이번 서울회장 당선의 의미를 부여했다.

주변 동료변호사들은 김한규 변호사에 대해 소탈하고 관대하며 한편으론 정의감에 똘똘 뭉친 멋진 사람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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