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나승철)는 작년 4월 18일 법무부장관에 ‘제3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명단-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에 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법무부장관은 일주일 뒤 “전체 합격자 명단은 정보공개법 소정의 ‘공개될 경우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된다”는 등의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했다.
법무부는 사법시험과 달리 변호사시험 응시대상은 어느 정도 특정된 집단이므로 합격자 명단 공고로 인한 불합격자의 프라이버시 등 침해 가능성을 고려해 개인정보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는 차원에서 제3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부터 합격자 명단을 제외하고 응시번호만을 공고했다.
이에 서울변호사회는 “합격자 성명의 공개로 인한 불합격자 특정의 가능성은 사법시험 등 다른 시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데 유독 변호사시험의 경우에만 달리 취급해야 할 이유가 없으며, 이 변호사시험의 응시자 명단(또는 응시자격이 있는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 또는 졸업예정자 명단)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변호사시험의 합격자 성명을 공개한다고 해서 불합격자가 특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소송을 냈다.
또 “변호사시험의 합격자 성명은 널리 공표해 일반 국민에게 알려야 하는 정보이고, 이 사건 정보의 주체는 변호사시험의 합격자들이고 시험의 불합격자들이 아니므로, 정보공개로 인해 불합격자들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가 침해된다 하더라도 법무부는 정보공개를 거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도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차행전 부장판사)는 8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청구소송(204구합13034)에서 “피고가 원고에 대해 한 정보공개거부처분 중 합격자 성명에 관한 부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변호사는 다른 직업군보다 더 높은 공공성을 지닐 뿐만 아니라, 변호사에게는 일반 직업인보다 더 높은 도덕성과 성실성이 요구된다고 봄이 타당한 점,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서 공적인 존재에 해당하고, 그 직무수행은 국민들의 광범위한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므로, 변호사시험 합격 여부, 합격연도 등을 포함한 해당 변호사에 관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법적 이익이 작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변호사법 제76조 규정의 내용, 취지 등에 비춰 볼 때, 지방변호사회인 원고에게는 의뢰인에게 사건을 수임하고자 하는 변호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으므로, 그 전제로서 원고 소속 변호사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나아가 변호사 등록신청자가 등록신청 시 제출한 자료가 정확한 것인지를 엄격하게 심사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지방변호사회인 원고는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에 관한 최소한의 인적사항인 성명이 기재된 명단을 확보해, 변호사 등록을 신청한 사람들이 원고에게 제출한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증명서, 변호사시험 합격증명서 등과 대조해 봄으로써, 해당 변호사 등록신청자가 적법한 자격을 갖춘 변호사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원고의 주장과 같이 대부분의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은 자신의 변호사시험 합격 사실을 제3자에게 알리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 사건 정보가 공개될 경우 합격자들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비공개에 의해 보호되는 관련자들의 사생활의 비밀 등의 이익과 공개에 의해 달성되는 공익을 비교 교량하면 공개의 필요성이 더 커 정보공개대상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