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따르면 A(69)씨는 1995년 교통사고로 오른쪽 무릎 위 다리를 절단한 후 의족을 착용해 생활하면서 의족에 의지해 정상인으로서의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다 2009년부터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A씨는 2010년 12월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에서 제설작업을 하던 중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를 당해 착용하고 있던 의족이 파손됐다.
이에 A씨는 2011년 1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복지공단은 “‘우측 의족 파손’은 이미 다리가 소실된 상태로 요양 급여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러자 A씨는 “의족 파손도 업무상 재해이므로 요양불승인도 위법하다”며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인 서울행정법원과 2심인 서울고등법원은 “근로자의 부상은 근로자의 신체에 상처를 입는 것을 의미하므로, 의족은 사람의 신체 구성요소가 아니므로 의족 파손을 부상이라고 할 수 없다”며 “따라서 의족 파손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인정한 근로자의 부상으로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종전에 교통사고로 인해 오른쪽 슬부(무릎) 이하에 의족을 장착해 생활해 온 근로자에게 업무상 사고로 발생한 ‘의족 파손’이 ‘근로자의 부상’에 해당하는지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하급심과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의족이 파손된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 상고심(2012두20991)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정하며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입법 취지와 목적, 요양급여 및 장애인보조기구에 관한 규정의 체계, 형식과 내용,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의 개념 등에 의하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해석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한 부상의 대상인 신체를 반드시 생래적 신체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의족 파손을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을 경우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보상과 재활에 상당한 공백을 초래할 수 있고, 의족 착용 장애인들에게 의족은 기능적ㆍ물리적으로 신체의 일부인 다리를 사실상 대체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신체 탈부착 여부를 기준으로 요양급여 대상을 가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의학기술 수준으로는 의족을 신체에 직접 장착하는 대신 탈부착 할 수밖에 없어, 의족을 장착한 장애인들은 수면시간 등을 제외하고는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의족을 착용한 상태로 영위하고 있는 사실도 감안했다.
재판부는 또 “의족 파손을 업무상 재해에서 제외한다면, 사업자들로 하여금 의족 착용 장애인들의 고용을 더욱 소극적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며 “근로복지공단은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라는 설립 목적의 달성을 위해 장애인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재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따라서 의족은 단순히 신체를 보조하는 기구가 아니라 신체의 일부인 다리를 기능적ㆍ물리적ㆍ실질적으로 대체하는 장치로서, 업무상 사유로 근로자가 장착한 의족이 파손된 경우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요양급여의 대상인 근로자의 부상에 포함된다”고 판정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과 장애인차별금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 및 요양급여의 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 대법원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
한편, 대법원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따로 보도자료를 내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법원은 “의족 착용 장애인들에게 의족은 사실상 신체의 일부인 다리를 기능적ㆍ물리적ㆍ실질적으로 대체하는 장치로서 비장애인의 다리와 다를 바가 없는데, 그동안 업무상 사유로 근로자가 장착한 의족 등 의지가 파손된 경우 ‘부상’의 사전적 개념에만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업무상 재해로 의족이 파손된 경우 요양급여의 대상인 부상으로 보지 않아 장애인 인권보호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의족이 파손된 경우에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요양급여의 대상인 근로자의 부상에 포함된다고 봄으로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입법목적인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고,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하며,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했다는데 이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향후 이 판결은 업무상의 사유로 근로자가 장착한 의족 등 의지가 파손된 경우 요양급여의 대상인 근로자의 부상의 범위를 정하는데 중요한 해석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