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불법정치자금 전달책 이른바 ‘차떼기’ 사건에 연루돼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해 20일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옹호하고 나서자, 새정치민주연합이 반격에 나섰다.
▲윤상현사무총장(사진=트위터)
윤상현 사무총장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해 야당이 비난의 화살을 쏘고 있지만, 야당에게 남의 과녁을 보기 전에 먼저 자신의 과녁을 스스로 돌아보라고 권고하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윤 사무총장은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는 2002년 (차떼기) 사건에서 정치자금의 단순 전달자 역할을 했다”며 “만약에 법원의 심판을 받았다면, 정식으로 재판으로 받았다면 무죄 선고가 나왔을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데 약식명령이 되면서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았다”며 “당시 이병기 후보자가 정치자금을 전달한 김모씨의 경우 정치자금을 횡령한 부분에 대해 법적인 처벌을 받았지만, 정치자금 전달 역할에 대해서는 무죄 처분을 받은 바 있다”고 주장의 근거를 제시했다.
윤 사무총장은 “그런데 같은 해인 2002년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첫 번째, 한화그룹으로부터 10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아서 당에 전달한 이재정 전 의원의 경우 벌금 3천만원을 받았지만 2006년도에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됐고,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는 경기도 교육감 후보였다”고 말했다.
또 “두 번째로 현대차, SK, 한화, 금호 등에서 32억600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모금했던 이상수 전 의원의 경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지만 2006년도에 노동부장관으로 기용됐다”고 거론했다.
윤 사무총장은 “세 번째로 썬앤문 그룹으로부터 51억9000만원의 불법자금을 모금했던 안희정씨의 경우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현재 충남도지사로 계속해서 재직 중에 있다. 네 번째, 썬앤문 그룹으로부터 1억원을 받아서 안희정 지사에게 전달했던 이광재 전 의원의 경우 벌금 3000만원을 받았지만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강원도지사를 역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병기 후보자에 과거 허물은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정치자금의 단순 역할자로서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허물에 대해 임명 반대를 말하는 것은 과잉 정치공세이고, 과잉 낙마공세”라며 “작은 허물을 부풀리고, 또 포장해서 낙인찍기에 몰두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는 이전의 민주당 정치와 다를 바가 없다. 이런 정치를 멈추는 것이 새정치임을 기억해야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반격
▲박범계원내대변인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뜬금없는 윤상현 사무총장의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 보호, 아프긴 아픈가보다”며 “윤상현 사무총장의 발언은 이병기 후보자의 죄질을 간과했고, 비교도 잘못됐고, 사실도 왜곡시켰다”고 반격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가 차떼기 사건으로 약식 기소로 벌금 10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 알려지자, 이제 ‘덮을 수 있는 작은 허물’이라고 이야기한다”며 “국회의원은 선거법 위반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 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이병기 후보자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0만원의 약식기소가 됐고 확정됐는데, 국정원장의 자리가 국회의원 보다 낮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가져도 되는 자리인지 묻고 싶다”고 따져 물었다.
판사 출신인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산술적으로 따져도 국회의원 자격 박탈의 10배에 해당하는 죄질”이라며 “내용적으로도 대선개입, 정치공작의 실행자로 죄질이 나쁜 것은 물론”이라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이병기 후보자는 ‘차떼기 사건’을 ‘조직에서 일하다 생긴 일’ 이라고 했는데, 후보자가 내정자로 지명된 국정원장 자리는 정치개입과 공작, 인권유린이라는 오랜 병폐를 고치라는 시대적 소명이 절실한 중책”이라며 “국정원이라는 조직에 들어가서 또다시 조직논리로 변명을 할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식재판을 받았다면 무죄를 받았을 거라는 윤상현 사무총장의 발언은 억지”라며 “이병기 후보자는 돈을 전달했음을 시인함으로써 검찰로부터 선처를 받은 것이다. 정식재판으로 무죄가 나왔을 거라면 왜 그때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았는가? 사실을 왜곡해서 혹세무민하지 말라”고 질타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또 윤상현 사무총장이 거명한 우리당 혹은 참여정부 출신의 정치인들에 대한 언급도 비교대상이 잘못됐다. 선출직 공무원과 임명직 공무원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려는 것 자체가 억지이고, 국민을 호도하려는 것”이라며 “국정원장을 국정원 직원들의 선거로 뽑자는 이야기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최고 실세로 평가받는 윤상현 사무총장이 이례적으로 뜬금없이 유독,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를 두둔하고 나선 것,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아프긴 아픈가보다. 정권의 명운을 걸고 지키려는 것으로 이해하겠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당당하게 검증받고 평가 받는 게 맞다. 사실을 왜곡하고, 억지를 쓰며 두둔한다고 문제 있는 인사가 문제없는 인사로 바뀌지 않는다”며 “제2의 원세훈, 남재준을 국정원장으로 앉히면 무소불위의 국정원 개혁이 요원함을 지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