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회사 회식을 마친 직후 집에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던 중 빙판길에 미끄러져 다친 경우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13년 1월 회사 시무식 행사 및 부서 내 단합을 위한 저녁 회식에 참석했다. 저녁 8시 50분경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 회식 장소에서 약 10m 떨어진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던 중 빙판길에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로 허리와 목을 크게 다쳤다.
한 달 뒤 A씨는 최초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회식을 공식적으로 종료하고 자율적으로 귀가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사업자의 지배관리를 벗어나서 발생한 퇴근 중의 사고이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불승인 처분을 했다.
이에 A씨는 공단의 처분에 불복해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으나, 이 역시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창원지법 행정 단독 최문수 판사는 지난 4월 22일 A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청구소송(2013구단10176)에서 “공단의 처분을 취소라하”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이 회식은 사용자(회사)의 주관으로 원고가 소속된 부서의 시무식 행사를 위해 개최됐고, 사용자는 소속 근로자들에게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 사람 이외에는 회식에 가급적 참가하도록 지시했으며, 회식 경비도 사용자가 부담했으므로, 이 회식은 업무 관련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는 회식이 종료한 직후 원고가 귀가를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하던 중 발생했고, 버스정류장은 회식 장소에서 불과 약 10m 거리에 있으며, 사용자가 제공한 통근버스가 원고를 포함한 회식에 참석한 근로자들을 하차시킨 장소이기도 하다”며 “따라서 이 사고는 시간적, 장소적으로 회식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사용자는 평소 근로자들에게 출퇴근 교통수단으로 통근버스를 제공했고, 회식 당일에도 통근버스로 근로자들을 회식 장소로 이동시켰으나, 회식 장소에서 거주지까지 근로자들의 귀가를 위한 교통수단은 별도로 제공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평소 통근버스를 이용해 왔고, 회식 장소에 통근버스를 이용해 도착한 원고로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귀가 방법이나 경로를 선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가 통근버스 하차 지점에 있던 회식 장소에서 약 10m 거리의 가까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이용해 귀가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적절한 경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회식 당시는 추운 겨울철로서 불과 며칠 전에 폭설이 내린 후였으므로, 회식 참석 및 귀가 과정에서 빙판길 낙상 사고의 위험은 어느 정도 예견될 수 있었고, 회식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수준의 음주도 그러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회식의 업무관련성, 사고와 회식 사이의 시간적ㆍ장소적 관련성, 원고가 시도한 귀가 경로 및 방법의 적절성, 겨울철 음주 회식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예견될 수 있는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사고는 사용자의 지배ㆍ관리를 받는 회식의 순리적인 경로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