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검사 집무실에 골프 퍼팅 연습 장비를 설치하고, 수사 중인 피의자로부터 골프 접대 등 향응을 받고, 법정구속 돼 교도소에 수감 중인 골프장 사장을 수사 명목으로 집무실로 데려오도록 해 내연녀와 만나게 해주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검사에 대한 ‘면직’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광주고검은 2013년 4월 전주지방검찰청에 대해 보안점검을 시행한 결과 A검사의 서랍에서 법인 상호가 인쇄된 봉투와 골프장에서 사용되는 봉투에 각 현금 500만원과 200만원이 보관돼 있는 것이 발견돼 감찰조사가 시작됐다.
▲서울서초동대검찰청
대검찰청 감찰본부 감찰결과 A검사는 순천지청에 근무하던 2012년 1월 평소 골프 만남 등을 가져오던 K씨로부터 “고소당한 업무상횡령 사건을 억울하지 않게 처리되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사건 진행 및 처리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대검찰청 통합검색시스템에 접속해 8회에 걸쳐 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A검사는 그해 2월 순천지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 중인 K씨를 7회 만나 식사와 골프 대접을 받았다. A검사가 전주지검으로 발령 났을 때는 전별금 명목으로 10만원을 받기도 했다.
또한 A검사는 골프장 사장 J씨가 법정구속 돼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과정을 알면서도 J씨의 내연녀로부터 J사장이 운영하는 골프장에서 2회 골프접대를 받았다. A검사는 골프 예약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런데 A검사는 전주지검에 근무할 당시인 2013년 4월에는 자신의 검찰청 집무실에 골프 퍼팅 연습 장비를 비치하고 퍼팅 연습까지 했다. 집무실에 용건이 있어 출입한 직원, 변호사 등도 이를 볼 수 있었다.
특히 골프장 사장 J씨가 실형을 선고받아 그 내연녀가 검사실에서 J사장을 접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하자, A검사는 교도관에게 J씨에 대한 수사를 핑계로 검사실로 호송하도록 지시하고 검사실에서 J씨와 내연녀가 만나도록 해주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라 A검사는 전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J씨가 골프장 업무를 처리하도록 교도관에게 J씨를 자신의 집무실로 호송할 것을 지시해 부당한 접견기회를 제공하는 등 편의를 제공했다.
이렇게 A검사는 골프접대 등 금품과 향응 수수와 직권남용 등 검사로서의 직무상 의무 위반,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상을 손상하는 행위 등의 이유로 2013년 6월 면직처분이 내려지자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6부(재판장 함상훈 부장판사)는 최근 전직 검사 A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면직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검사가 자신이 근무하는 지역을 관할하는 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받고 법정구속된 후 상고심 재판을 받고 있는 자의 내연녀와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거나 골프를 치고 술을 마시며, 자신의 집무실에 사치성 스포츠로 인식되는 골프 연습 장비를 비치한 것은 그 자체로 국민들에게는 해당 검사뿐만 아니라 검찰조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아가 검찰조직 전체의 공정성ㆍ도덕성ㆍ청렴성 등을 의심케 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원고의 행위는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검사인 원고가 조사를 핑계로 교도관으로 하여금 J씨를 집무실로 호송하도록 지시해 집무실에서 J씨와 내연녀 등이 접견하게 한 것은 일반적인 직무권한을 이용해 교도관에게 직무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하고, 부당한 혜택을 준 것으로서 형법상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또 “설령 원고가 금품ㆍ향응을 수수한 것이 직무와 관련돼 있지 않다고 하여 징계양정기준상 감봉 대상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J씨가 내연녀 등과 집무실에서 접견하도록 했는데, 이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 중한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부적절한 처신은 검찰조직과 구성원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온갖 유혹과 압력을 이겨내고 오로지 사명감만으로 성실하게 법질서 확립과 부정부패 척결에 앞장서 온 수많은 검사들에게 허탈감과 상처를 남기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특히 검사라는 원고의 신분 및 검사로서 수행하는 직무의 특성,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등에 비춰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여러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원고에게 더 이상 검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으로 보이므로, 면직처분이 비례의 원칙 및 평등의 원칙 위반했거나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